2012/11/18 23:06
이드군은 익숙하지 않은 철모를 자꾸 치켜올렸다. 
수송선의 문이 열리고 숨이 멎을 것 같은 기름 냄새가 역하게 올라왔다.  
이드군은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 다른 군인들과 해병 수송선에서 내렸다.



거대한 병영 안에서 수많은 군인들이 돌아다니며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우리들은 일렬 종대로 병영을 가로질러 우리들이 거주할 기숙사로 들어갔다. 
청결하지 못한 집단 기숙사에 도착한 우리는 그제야 강압적인 태도의 상급자에게 벗어나 배정받은 자리에 짐을 풀었다
우리들은 새로운 환경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옆에 있는 사람과 대화하며 오늘 하루의 긴장을 떨쳐내고 있었다
이드군은 홀로 지원해서 이곳에 왔기에 아무와도 대화하지 않고 조용히 침대에 걸터 앉아 옷가지를 정리했다

 "이봐 , 그쪽은 어디서 왔어?" 
사람 좋아 보이는 큰 몸집의 사내가 웃는 얼굴로 내게 말을 걸었다.

"모두 잡담그만!"

부사관의 일갈에 우리들은 조용해졌다. 그러나 이내. 짐을 정리하고 점호를 기다리는 동안 사병들의 설레는 대화들이 작게 들러왔다

 "여긴 참 딱딱하네. 안녕 나는 코카스라고 해."
아까 큰 몸집의 사내가 다시 악수를 건네며 말을 걸었다.

 "반가워, 나는 이드군."
이드군과 코카스는 통성명을 했다.

 "이드군, 그쪽은 군대는 처음인 것 같은데 왜 이런 전선까지 오게되었어?"

 "그건.. 그냥 지원한 것은 아니야."

 "괜찬아 편하게 말을 해. 여기선 자기 이야기를 하는게 좋아. 신뢰도 생기고 정보도 얻을 수 있거든."
코카스가 이드군에게 말했다.

 "사실 빚이 좀 있었어. 여동생이 팔려가려는 걸 막기위해서 내가 스스로 지원했어."

 "이런 전선까지 오는 거라면 큰 돈을 받았겠군. 흠. 여동생 쪽은 다 해결된건가?"

이드군은  주머니에서 사진을 꺼내어 코카스에게 보여주었다.

 "참 이쁘네. 여기 까지 오는게 후회되지는 않았겠어. 이름이 뭔가."

 "응 참 착한 애야. 이름은..."

이드군이 사진을 보면서 말했다.

 이드양이야...."

소등한다! 모두 취침!

상급자의 호령과 함께 집단 기숙사는 어둠으로 빠져들었다.

...

이드군과 코카스가 들어온 곳은 용병업체로서 돈을 받고 여러 제국에 용병을 공급하는 일을 했다.
이드군과 코카스는 같은 기숙사에서 먹고 자고 하며 함께 기본 군사 훈련을 받았다.
전술 훈련이나 전투 훈련도 고되었지만 장거리 전투를 위해서 하이퍼 드라이브를 사용하는 함선들에 적응하는 것이 가장 고되었다.
하이퍼 드라이브를 이용한 장거리 우주 이동에 버틸수 있게 해주는 생명유지 장치는 말그대로 생명만을 유지해줄 뿐 쾌적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드군은 생명유지장치 적응훈련이 끝날 때마다 구역질을 해 댔다.
그럴 때마다 코카스가 이드군을 챙겨주었다. 
코카스는 이미 전장을 체험한 용병으로 이런 기본 훈련은 이미 익숙했다.


이드군은  코카스에게 왜 신입 훈련소에 있냐고 물어보았다.

 "용병의 사연은 기구해. 들어도 재밋을 것도 없어."

 "코카스 너는 기본 훈련을 받지 안고 바로 배치받아도 되잖아."

 "쩝, 신입으로 들어와야 최악의 전선에 배치되거든. 요즘 같은 점령의 시대엔 말이야 
전쟁이 많아서 숙련된 병사가 늘 부족해. 
일단 최전방에서 굴리고 안죽은 놈들을 뽑아서 쓸모있는 병사로 키우는 거야. 
여기서 받는 훈련은 애들 장난이야 실제 전장에서는 이런 훈련상황대로 되지 않아."

코카스가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우리는 최전방으로 가는거야?!!"
이드군이 놀라며 말했다. 코카스는 웃으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당연하지. 이드군,  앞으로 잘부탁한다고. 하하."

...

3개월의 기본훈련이 끝나고 이드군과 코카스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같은 최전방 전선으로 배치되었다.
Next 제국과 전쟁이 한창인 프리든 제국의 최전선 행성인 벚꽃의 눈물 행성이었다. 
해병 항공모함에서 첫 하이퍼 드라이빙 운항을 마친 이드군은 나름 자신을 추스리며 항공모함 밖으로 나왔다.
전장은 빛도 없이 어둑하고 검은 안개가 자욱했다. 기계들이 쉼없이 움직이면서 부셔진 자재와 전쟁 물자를 이동하고 있었다.
검은 하늘 아래 저멀리까지 땅은 검은 기계로 뒤덮혀 있었고 일정 거리마다 포신이 튀어나와 있었다.

 "코카스 저거 봐봐! 최강이라는 플라즈마 캐논이 이렇게 많이 있어. 말그대로 요새야!"
이드군이 부대로 걸어가는 중에 검은 장관을 가르키며 말했다.

 "요즘과 같은 함대 과잉 시대에는 방어 시설이 아무리 많아도 밀릴 때가 많아. 저기 배치되는건 그냥 몸빵하라는 말과 같아. 몸으로 막고 고치고 막고 고치고 이 많은 수리 기계들이 움직이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코카스가 침을 뱉으며 말했다. 

 "우리 지금 저기로 가는 거잖아..."

 "죽었다 3번 복창해. 크크하하하"

코카스의 웃음과 함께 이드군과 코카스를 포함한 수많은 신병들은 죽음의 포탑 속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

이드군은 처음 일주일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냈다
훈련과 실제 군대에서 하는 것은 정신적으로 달랐다.
모든 것이 고되었지만 아무것도 생각안날 정도로 고되기에 고향을 떠나온 괴로움을 잊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기본 숙지사항을 다 익히고 어느정도 부대에 익숙해질 무렵 
이드군은 함께 부셔진 플라즈마 캐논의 잔해를 치우던 코카스에게 말을 걸었다.

 "코카스, 찾는다는 사람은 찾았어?"

 "찾았지. 최전방으로 왔잖아."

 "그런데 그 많은 최전방중에 여기에 그 사람이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

 "내가 여기 배치시켜달라고 그랬어."

 "그게 가능해?"
이드군이 놀라며 말했다.

 "내가 담배 한 갑을 배정 담당관에게 주었거든."

 "그럼 나도 담배 한갑 주고 후방으로 배치시켜달라고 할 걸 그랬어. 하긴 그랬으면 코카스 너랑 같이 대화 할 수 없어서 심심했으려나?"

 "아무나 빼주진 않지. 나는 경력있는 용병이고 그 담배안에는 돈으로 된 담배가 들어있었거든"

 "아..."

 "여기 부관중에 IDH라는 사람이 있는거 알아?"
코카스가 담배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알지. 능력이 대단하다던데?"

 "그정도로는 설명이 부족해. IDH도 나와 같은 용병출신이야. 용병은 원래 군사정보에 다가갈 수있는 지휘관급 계급은 주지않아. 소속감이 없거든. 하지만 IDH는 여기 프리든에서 사령관의 부관이라는 자리까지 올라갔다. 이게 능력이 대단하다는 걸로는 부족하지. 무서운 사람이라고. 그사람."

 "그사람 만났어? IDH?"

 "만났을 수도 있고 안만났을 수도 있고."

 "무슨 소리야? 기밀같은거야? 뭐때문에 만나는지도 말 못해줘?"
이드군은 호기심이 일어 코카스에게 대답을 보챘다.

 "기밀은 무슨! 별거아니고 스카웃하러 왔어. 이드군 너 고향 젤나가 거기서 재밌는 일이 있을 것이거든. 너가 용병으로 여기 온 이유도 다 그 재밌는 일 때문이야."

 "무슨말이야. 이해를 못하겠어. 내가 젤나가에서 용병으로 온건 그냥 돈 때문이라고."

 "여기서부터는 기밀. 궁금하면 오늘 밤 IDH를 만나는 자리에 따라오던지."

이드군은 코카스가 IDH를 만나는 자리에 따라 가기로 했다. 하루 일과가 끝나고 이드군은 코카스를 따라 장교 막사로 갔다. 몇개의 문을 지나고 보안카메라와 탐색기를 지나자 장교 휴게실이 나왔다.

거기에는 말쑥한 차림의 금발 남성이 앉아있었다. 한눈에 봐도 능력있어 보이는 얼굴의 남성. IDH였다.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IDH 때문이 아니고 그 옆에 서있는 사람 때문이었다.

옆에는 고향친구 NOB가 어리버리한 표정으로 서있었다.

IDH와 코카스는 따로 다른 방으로 이야기를 하러갔다. 휴게실에 남은 NOB 와 이드군은 커피를 마시면서 대화를 했다.
이드군은 사채놈들 때문에 이드양 대신 용병에 팔려온 이야기를 했다.
이드군은 NOB 에게 왜 여기 왔냐고 물어보았다.

 "나도 잘 모르겠어. 그냥 끌려왔어."
NOB 가 말했다.

 "무슨 소리야?"

 "사실 한가지 짚히는 것이 있기는 해"

 "뭔데?"

 "처음에 사람들이 나를 Noa 라고 부르더라고. 아마 그 사람이랑 나랑 헷갈린게 아닐까."

 "너. 이름이 비슷해서 군대로 끌려온거야?"
이드군은 자신보다 더 기구한 사연의 NOB군 때문에 이드군도 울고 NOB도 울고 옆에 있던 사병도 울었다.   

NOB는 그런대로 잘 적응해서 IDH 뒤치닥거리나 하면서 지낸다고 했다.
코카스가 돌아오고 이드군과 NOB는 다음을 기약하며 각자의 위치로 돌아갔다. 

 "잘 됐어?"
이드군이 코카스에게 물어보았다.

 "물론."
코카스가 씩웃으면서 말했다.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이드군이 코카스 뒤를 따라가며 물었다.

 "뭘 어떻게 되. 여기서 죽기전까지 전쟁하는 거지."
코카스가 이드군에게 말했다. 그들이 갈 곳은 전장 뿐이었다.

...

며칠전부터 공습이 심해졌다.   정해진 간격이나 일정한 패턴도 없이 적은 미친듯이 행성에 폭격을 퍼부었다.
이드군은 시도때도 없이 포탑으로 불려갔다. 
점심이 되어 식당에서 밥을 먹으러 간 이드군은 배식 받은 식판을 내려놓자마자 진동을 느꼈다.
그는 이번에도 불려갈 것을 감지했다.

 "모두 집합! 공습이다!"

 "또야."
 "이럴 줄 알았어!"

식당에 있던 사람들은 투덜거리며 자기 전투 지역으로 돌아갔다. 
이드군도 자신이 조종하는 이온캐논 관제탑에 탔다.

옆에있던 동료 재프가 밥도 못먹고 왔냐고 놀려댔다.
이드군은 재프의 장난을 실없는 농담으로 받아주며 자신이 관리하는 이온 캐논의 
위치를 공격지점으로 이동시켰다.

하늘에서 전략폭격기의 투하형 폭격미사일이 떨어졌다. 
행성방어막이 몇개의 폭격 미사일을 막아냈지만 대부분의 폭격미사일이 이온캐논 밭으로 떨어졌다.

땅이 진동했다.

하지만 이런 일은 이제 밥먹는 것보다 익숙했다. 이드군은 부셔진 이온캐논의 자리를 다른 이온캐논으로 매꾸었다. 전자제어로 한번에 이동시킬 수 있는 이온캐논의 수는 100개.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전략적 캐논의 배치와 운용을 해보면서 이드군은 지상전의 요령을 배워갔다.

하늘에서는 수많은 순양함과 구축함이 빔과 미사일을 서로에게 발사하고 있었다.
오늘이 지나면 저 함선들의 반은 고철이 되어 땅으로 떨어질 것이었다. 떨어진 함선은 또 행성 방어막에 걸려 불타 없어지거나 불시착하게 될 것이다.

이드군은 초계함 부대가 기동력을 이용하여 상대의 순양함 부대를 교란 하는 것을 보았다.
순양함이 초계함을 잡기 위해서 포신과 몸체를 돌리는 동안 아래 방어타워는
적의 전략폭격기가 지나간 하늘로 공격을 퍼부어 순양함을 견제해야 한다.

이드군은 코카스가 타고 있을 초계함 부대에 약식 경례를 붙이고 이온캐논에 공격 명령을 내렸다.
이온캐논의 포신에서 전기상태로 하전된 이온 에너지화 물질이 발사되었다.

사실 순양함같은 거대함선은 전기 공격인 이온캐논의 공격력이 강하게 타격하지 못하는 높이에 있지만 
주요 시설이 아래에 달려 있는 순양함은 특별히 큰 피해를 줄 수 있었다. 
우리의 공격에 바늘같은 몸체를 땅으로 드리운 순양함 외부에 폭발이 일었다.

우리는 얼른 다음 공격을 준비하였다.

우리 위에 있던 순양함 한대가 심한 타격을 입었는지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서서히 아래로 떨어졌다.
처음에는 하늘의 점이었던 순양함이 서서히 내려오면서 실제 몸집을 드러내 하늘을 가리며 추락했다. 
우리는 순양함이 이온 캐논에 떨어져 캐논이 손상을 입지 않도록 보호막을 가동했다. 

순양함은 떨어지면서 한쪽 엔진만 가동하는지 빙글빙글 선회했다. 우리는 순양함이 떨어지는 곳을 예측하며 충격에 대비했다. 
떨어지는 순양함은 엄청나게 컸다. 이드군이 있는 포탑 관제소보다 큰 것 같았다. 
순양함이 곧 옆으로 누운채 방어막 위로 떨어져 분해될 위기에 처했을 때였다.
순양함의 바늘같은 포신에서 빛이 모였다. 

 "빔이야! 피해!"

순양함의 포신은 캐논쪽이 아닌 우리들이 있는 관제소쪽을 향하고 있었다. 우리들은 서둘러 관제소를 나가려 했고 추락하던 순양함은 빔을 내뿜은 뒤 방어막에 추락해 산산조각이 났다.
순양함이 너무 가까운 거리에서 공격을 했기 때문에 관제소는 아무런 보호없이 빔을 직격으로 맞았다.
빔이 관제소 건물의 반을 날려버려 밖에서 날아온  죽음의 지독한  냄새가 이드군의 코를 찔렀다.
동시에 순양함이 떨어지며 만들어내는 파편과 지진이 이드군이 있는 건물을 치고 흔들어 이드군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른채 코를 막고 충격과 먼지로 부터 몸을 돌렸다.

충격이 가시고 이드군은 자신을 누르는 작은 파편을 밀어내며 일어났다. 
먼지가 좀 가시자 이드군이 서 있는 부분 에서 1m도 채 안떨어진  부분부터 나머지 건물 반쪽이 전부 날아간 것이 보였다. 
이드군은 날아간 건물이 만든 절벽에 서서 밖을 내다보았다. 
검은 금속의 행성 곳곳에서 빔과 연기가 전장을 수놓고 있었다.
이드군은 아래를 보았다.
땅까지는 아주 높았다. 비상계단까지 박살난 것을 확인한 이드군은 관제소를 벋어날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책상을 붙잡고 흔들림에 버텼다. 이드군은 주변에 재프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드군은 관제소의 낭떠러지 아래를 보며 소리질렀다.

 "재 - 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