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9/04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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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링크

오랜만에 재연재하는 것이니 1화부터 다시 읽어보시는게 덜 혼란스러우시지 않을까요?



머독은 메일에게서 의문의 답을 들으면 혼란이 사라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착각이였을 뿐, 그의 혼란은 메일에게서 답을 듣자 오히려 심화되었다. 머독 스스로도 무엇이 그렇게 혼란스러운 것인지 알지 못했다. 머독은 혼란의 이유조차도 혼란스러웠다.


머독은 짜증스럽게 머리를 긁고 바닥에 누워 침묵 속에서 천장을 올려다봤다. 그리고 침묵 속에서 천장을 계속 바라봤다. 벽은 그저 생명없는 무기질일 뿐이였지만, 가끔은 그 누구보다도 한 인간의 의문을 가장 속시원하게 답해주는 현자이기도 했다. 벽은 머독 스스로의 모습을 그대로 머독에게 보여줬다. 혼란스럽고 지친 얼굴로 조용히 어딘가를 바라보는 스스로의 모습을 머독은 묵묵히 처다봤다.


그러자 머독은 깨달을 수 있었다. 혼란의 근원과, 그 이유. 사실 머독 스스로도 이미 혼란의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저 그간의 경험과 교육이 오히려 색안경이 되어 그들로부터 눈을 가리고 있었을 뿐. 그것은 바로 농협도 사람이요, DC도 사람이라는 것이였다. 피흘리면 아프고, 동료가 죽으면 더 아프고, 혼자 남으면 죽도록 외로운, 나약한 사람. 하지만 그런 나약한 사람은 동시에 피에 굶주린 괴물이였고, 죽음과 파괴의 화신이였다. 그 깊은 괴리감에 머독은 혼란스러웠던 것이였다.


그렇다면 그 괴리감은 어째서 생긴 것일까? 머독은 스스로에게 물었다. 역시 이미 스스로도 답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그저 흐르는 상황에 부평초처럼 흔들리며 방황했을 뿐이라는 것을. 결국 탓할 것은 사람이 아니라 죄요, 동시에 상황일 뿐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 사실을 인정해버린다면 동료의 죽음은 누구에게 탓해야 하는가? 머독이 겪은 깊고도 깊은 고통은 대체 누구에게 탓해야 하는가? 그의 손에 묻은 피가 복수가 아니라 죄악과 파괴였다면, 그렇다면 머독은 대체 무엇이 되는 것인가? 


고통은 방황하는 사람을 분노에 울부짖으며 복수를 부르게 만든다. 하지만 그 복수가 오히려 죄악이란 이름의 더욱 더 거대한 고통으로 변하고, 방황하는 사람은 그 고통을 인정할 수 없어 정의의 이름으로 잊으려 한다. 하지만 모든 도피는 언젠가 막다른 골목을 만나게 되어 있다. 그렇게 정의와 애국이 더 이상 고통을 잊게 해주지 못하게 되는 순간, 죄악의 고통은 한꺼번에 방황하는 사람을 덮칠 것이다. 그 무한한 죄악과 고통의 사슬로부터 도주하는 방법은 단 하나뿐이 없었다.


사실의 인정. 그저 모두가 방황하는 사람들이며, 고통에 울부짖는 사람들이며, 복수심에 젖은 사람들이며, 죄악에 몸부림치는 사람들일 뿐이고, 탓할 것은 그저 흘러가는 상황의 무심함 뿐이라는 것. 그것을 인정해야만 고통의 사슬은 끊어지게 되 있었다. 머독은 속에서 무엇인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머독도 잘 알았다. 그에게 다가올 고통과 죄악에 젖어버린 미래가 아주 잘 보였다. 하지만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이리도 어려운대, 미친듯이 어려운대 도대체 어떻게 해야만 한다는 말인가. 머독은 한참 괴성을 내지르고, 지쳐 더 이상 괴성을 못지르게 되자 축 늘어져 눈물을 흘렸다. 세상은 왜 이리도 무심하단 말인가.


그때, 숙소의 문이 열리며 하트리를 엎어 맨 제인이 안으로 들어왔다. 제인은 하트리의 숙소가 어딘지 알 수 없었기에 일단 그녀가 배정받은 숙소로 대려온 것이였다. 버진 메리의 승무원들이 알게 되면 그렇게 기뻐하지는 않을 선택이였기에, 제인은 그들이 돌아오기 전에 하트리가 정신차리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그런대 숙소에는 이미 머독이 있었다. 머독은 조용히 제인을 바라봤고, 제인은 당황했다.


"아, 이게, 그, 으으, 지금 보이는 것과는 좀 다른 상황인,"


머독은 짧게 한마디를 말하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시끄럽게만 하지 마."


하트리를 안에 둬도 된다는 뜻이였다. 제인은 머독으로부터의 전혀 예상못한 발언에 숙소에서 머독을 발견했을 때보다 더 큰 당혹감을 받았다.


'뭐, 좋은게 좋은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