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20 14:42

님들 투더문 꼭하세요. 두번하세요. 스팀에서 싸게팜.

원래 짧은 1편짜리 단편으로 하려했는대, 며칠동안 쓰고지우고쓰고지우고 하면서 스토리랑 큰축을 몇번 바꾸다보니 중편이 되버렸네요.




문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기다리는 자로서는 고통스러운 사실이였습니다. 언제 문이 열릴지 모르기에, 방에 아무도 없다 해도 마음껏 쉴 수가 없었지요. 저는 초조하게 저를 대리러 올 것이라는 사람을 기다렸습니다. 다행히 기다림은 곧 끝났고, 역시 유령처럼 벽을 뚫으며 한 남자가 나타났습니다. 그 남자는 하얀 가면을 쓰고 있었는대 어째선지 어디선가 봤던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착각이겠지.'


가면을 쓴 남자는 저를 보더니 인사를 했고, 제 침대맡에 놓여진 의자에 앉았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벤슨씨."


저는 가면을 쓴 남자가 제 이름을 알고있다는 사실에 살짝 놀랐습니다. 알다시피 이곳은 완전히 고립 된 행성이였고, 그렇지 않다해도 저는 그저 우주에 넘쳐나는 그수들중 한명일 뿐이였으니까요.


"제 이름을 아시나요?"


가면을 쓴 남자는 순간 실수했다는듯 당황했습니다. 별다른 기척은 보이지 않았지만 왠지 느낄 수가 있었지요.


"추락한 우주선을 수리하던 와중에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처음 만났을 사람이 제 이름을 안다는 것은 아무리 깊이 파고들어간다 해도 음모론이 나올 뿐이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음모론을 검증 됬다면 믿어도 되지만 아무리 설득력있게 들려도 객관성있는 검증이 되지 않았다면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검증되지 않은 음모론은 바보들이나 믿는다고 저는 믿었지요. 그래서 그냥 넘어가고 대신 궁금증이나 해소해보기로 했습니다.


"제 우주선을 수리해주시고 계시다니 정말 감사드립니다. 다만, 왠지 당신을 어디선가 봤었던 것만 같은 기분이 드네요. 그래서 그런대 그 가면, 혹시 벗어주실 수 있으신가요?"


남자는 씁쓸하게 웃으며 답했습니다.


"별로 보고 싶으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독한 화상에 뒤틀려있거든요. 매일 아침 거울을 볼 때마다 13년간 봐온 광경임에도 불구하고 처음 그것을 본 것마냥 놀랍니다. 궁금하신 것이 많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궁금증은 해소하고 가야지요. 궁금하신 것은 모두 물어보셔도 됩니다."


저는 가면을 쓴 남자의 얼굴을 보면 어디서 봤는지 기억해낼 수 있을 것만 같았지만, 화상을 입었다니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습니다. 타인의 상처를 헤집는 것은 잔인한 짓이지요. 가면 뒤의 얼굴보다 훨씬 더 궁금한 것들이 많기도 했고요. 저는 잠시 생각한 후 가장 궁금한 질문부터 묻기로 했습니다.


"대체 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입니까?"


가면을 쓴 남자는 이미 예상했던 질문인지 막힘없이 술술 답해주었습니다.


"일단 초반부는 이미 아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전자기폭풍에 휘말리셨고, 우주선이 그 와중에 심하게 파손 되어 행성 지표면에 추락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바다에 추락하셨기에 별다른 충격 없이 살아나실 수 있으셨습니다. 물론 바다에 추락한다 해도 표면장력에 의해 큰 피해를 입으실 수 있긴 하지만, 우주선의 머리부분이 아래로 간 채 추락하셔서 머리부분의 유선형이 대부분의 충력을 빗겨흘려보낼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래도 부상은 부상인지라 저희가 구출한지 오늘까지 12일간 혼수상태에 빠져계셨고, 오늘 깨어나시게 되셨습니다."


저는 여전히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았기에, 연달아 질문을 퍼부었습니다.


"궤도권에서 파악한 바에 의하면 전자기폭풍은 규모가 제법 상당하던대, 지표면에는 별 이상이 없나요?"


가면을 쓴 남자는 씁쓸한 목소리로 저의 질문에 답해주었습니다.


"이상이 없긴요, 매우 큰 이상이 있지요. 지표면의 대부분은 전자기폭풍에 의하여 오래전에 부수어졌고 지하로 숨어들은 극소수의 거주민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행성의 어두운 과거에 당황했습니다. 저는 머쓱하게 뒷통수를 긁었습니다.


"아, 그렇군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가면을 쓴 남자는 괜찮다는듯 답했습니다.


"이미 지난 일인걸요. 그럼 다른 질문은 없습니까?"


저는 마지막 질문을 했습니다.


"이것이 마지막입니다. 애초에 저를 왜 구조하신 것인가요?"

남자는 그 말에 사람좋게 껄껄 웃었습니다. 마치 제 질문이 우스운 것마냥.


"구조하지 않을 이유라도 있습니까?"


저는 그 말에 망치로 얻어맞은듯 순간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어찌보면 정말 당연한 사고방식이지만, 그때의 저는 우주에 너무 오랫동안 있었기에 그런 정상적 사고방식을 오래전에 잃어버렸었거든요. 우주는 차가운 곳입니다. 모든 물자가 극도로 부족하고 모든 것은 극도로 위험합니다. 아주 사소한 실수 하나만으로도 목숨은 날아가버릴 수 있지요. 제 동료는 우주복을 쓴 채 코딱지를 파려하다가 킁 하고 그것을 뿜어냈는대 그것이 코와 입을 막아서 숨이 막혀 죽었습니다. 저는 그 소식을 듣고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몰랐습니다. 우주는 그런 곳이고, 그렇기에 모든 사람들은 만남이 끝날 것에 대비한채 만남을 시작합니다. 그것은 모든 만남을 사무적으로 만들었고 사무적인 만남은 자연스레 수지타산적으로 변했습니다. 아마 제가 우주 한복판에 조난을 당했고 제가 값진 것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누군가 제 바로 옆을 지나간다 해도 구조받지 못했을 것이라 장담할 수 있습니다. 가면을 쓴 남자는 제가 아무말 없이 가만히 있자 저에게 물었습니다.


"그럼, 다른 질문은 없으십니까?"


저는 고개를 끄덕였고, 가면을 쓴 남자는 분위기를 환기시킬겸 박수를 큰소리나게 두번 쳤습니다. 


"그럼 이제 일어나볼까요? 우주선이 수리 될 때까지는 못해도 1주일이 걸릴 것입니다. 그때까지 벤슨씨가 머무르실 숙소까지 제가 안내해드리도록 하지요. 몸은 괜찮으신가요?"


제 컨디션은 마치 새로 태어난듯 좋았습니다. 그랬기에 저는 누워있던 자리에서 벌쩍 일어나 마침 침대맡에 놓여있던 신발을 신었습니다.


"보다시피요."


가면을 쓴 남자는 제가 신발을 다 신을 때까지 기다린 후 홀로그램에 가려진 문의 위치를 가리켰습니다.


"저쪽입니다."


저는 우주에서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한 이유없는 호의에 매우 유쾌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저는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위화감을 도저히 떨쳐낼 수 없었습니다. 그때는 우주에서 너무 오래 있었기에 그러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제 직감이 저의 어리석음을 깨우쳐주려 하고 있었던 것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