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05 17:29

레벤탈 제국 원정 함대 본부.

“쿄리!”

에이피 아리펠 중장은 집무실 문을 거칠게 열어젖히며 소리쳤다. 그 바람에 잘 넘겨 두었던 그의 금발 머리칼 몇 가닥이 앞으로 내려온다. 아리펠은 머리를 다시 잘 넘긴 다음에 집무실 문을 닫고 주변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쿄리, 당장 나와! 어딨어!”

“왜불러어어어.”

아리펠의 책상 아래에서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리펠은 성큼성큼 걸어가 허리를 숙이고 책상 밑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그가 그토록 찾아 해매던 하이스튜던 쿄리 소장이 두툼한 담요를 둘둘 만 채로 뒹굴거리고 있었다. 그걸 본 아리펠은 당장 책상을 뒤집어 엎고 싶었지만, 성인 남자 하나가 밑에서 자유롭게 뒹굴거릴 정도로 넓고 큰 책상이다. 단숨에 뒤집어 엎을 수 있을 리가 없다.

“뭐하는거야! 내 책상 밑에서! 당장 안 나와?”

“싫어어어어. 졸려어어어어.”

“이자식이!”

아리펠은 두 손으로 쿄리의 뺨을 잡고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쿄리가 이불을 벗어나 질질 끌려나온다. 그가 흐느적거리면서 책상 위로 올라오자 아리펠은 뺨을 놓아주었다. 그 순간, 발갛게 변한 뺨이 상딩히 색기있다는 것을 느낀다.

“아리펠 미워어어어. 쿄리 괴롭히는 나뿐 아리펠 아우우우웃.”

“……그런 얼굴로 그런 소리 하지맛!”

하지만 말과는 다르게 아리펠은 쿄리의 머리를 폭 하고 껴안아 버렸다. 쿄리가 잠깐 바동거렸으나 어느새 저항을 포기한다.

“잠깐만, 나 이러려던게 아닌데? 야, 쿄리. 너 네인다인에게 인계받은 자료들 다 어쨋어?”

“그거? 그거라면 중요한거 몇 개만 빼고는 다 버렸어어.”

“이 새끼가 미쳤냐! 그걸 왜 다 버리고 지랄이야!”

“네인다인이 만든건 쓸모가 없는걸. 아주 그냥 똥이었어 똥. 그냥 고생 좀 하더라도 새로 만드는게 나을 것 같았어어어.”

“뭐?”

“기본적인 함대 정보도 제대로 안 되어있었어어어. 그거갖고 함대 운영하다가는 조옷되는거야아 아주 그냥.”

“그, 그 정도였냐?”

“똥이야 똥. 왜 운지했는지 알 것 같아……지금 다시 처음부터 베이스 쌓고 있으니까……”

“얼마나 걸릴 것 같아?”

“한 사흘? 그 정도 있어야 되에에에에에.”

아리펠은 쿡쿡 쑤시기 시작하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기 시작했다. 폴랩시아 네인다인 소장. 운지제독. 지금은 좌천되어 다른 함대로 갔지만 얼마나 버틸지 궁금하다. 애초에 그런 능력으로 어떻게 별을 달았……대 귀족 네인다인 가문의 후광이다.

“그거 좀 빨리 해 줬으면 좋겠는데.”

“왜애애? 모라논 폐하가 어디 또 쑤시고 싶어해애?”

“정답. 이거 봐.”

아리펠은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내밀었다. 바로 킬테일 행성이 뿌린, 야노의 결혼상대를 찾습니다! 하는 전문이었다.

“흐아아, 이 납작가슴녀 결혼해애?”

“글쎄……결혼상대를 찾습니다는 아무래도 구실이겠지?”

“그렇겠지이이. 음……얼마 안 남았네에에에?”

“그래서 말인데 쿄리. 니가 해 줘야 할 일이 좀 있어.”

“싫어어어! 일 시키지마아아아!”

“……밥값은 하란 말이다! 니가 한달에 받는 월급이 얼만데!”

“나뿌우우우!”

쿄리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귀찮다는 의사를 한껏 피력했다. 아리펠은 그런 쿄리의 모습이 껴안고 싶을 정도로 귀엽다고 느꼈지만 그는 다행히도 공과 사를 구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아리펠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일까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함대 파악 완료하고 바로 작전 준비해.”

“내이이일? 그럼……전쟁 다시 하는거야?”

“그래. 킬테일 놈들을 그냥 놔 둘수야 없지. 불꽃놀이 한 번 하러 가자고.”

“불꽃놀이이이! 알았어. 내일까지 아니 오늘 자정까지 파악해서 보고서 제출하겠습니다! 헤헷.”

“부탁한다.”

킬테일 행성. 행성 총수 관저.

산더미 같이 쌓인 업무를 겨우 처리하고 한숨 돌리기 위해 방으로 돌아온 야노는 10분 가량 뒹굴거리다가 다시 일어나야만 했다. 키르건이 왔다는 전갈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엠피오라에게 간다고 했는데 어째서 벌써 온 것일까, 하는 의문은 접어 둔 채, 야노는 연인을 만나기 위해 냉큼 뛰어내려갔다.

그리고 그녀는 만날 수 있었다. 쭈뼛거리며 서 있는 자신의 연인과 그 옆에서 왠지 모를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는 한 글래머, 엠피오라 데마씨안 제독을.

“총수, 간만에 뵙는군요.”

엠피오라가 미소와 함께 인사를 건넸다.

“갑자기 여기까진 무슨 일로 찾아온 것이죠, 엠피오라 제독?”

야노가 매서운 눈빛으로 엠피오라를 바라보았다. 엠피오라는 천천히 허리를 숙여 야노와 눈높이를 맟춘 다음 대답했다.

“뭐, 차 한 잔 얻어마시러 왔어요. 맛있는 걸로 주실거죠?”

“……들어오세요.”

야노는 볼을 살짝 부풀린 채 뒤로 돌아 자신의 응접실로 향했다. 그러면서 뒤를 돌아보며 키르건을 매섭게 쏘아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순간 키르건은 등골에 소름이 쫙 돋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이어 다과가 나오자 엠피오라는 우아한 자태로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마음에 드는 향이다. 그리고 키르건을 쏘아보고 있는 야노의 모습이 상당히 귀엽다고 느꼈다. 엠피오라가 말했다.

“그나저나 총수. 우주급 구혼이라니, 아무리 떡밥이 모자라도 그렇지 키르건 제독 가슴에 스크래치를 남겨 버리면 어떻해요?”

“키르건은 그런 떡밥에 신경 안 쓸 거에요.”

“어머, 과연 그럴까요?”

엠피오라는 키르건을 바라보았다.





































네인다인이 싼 똥을 치우는 쿄리와 아리펠





근데 은하가 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