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24 20:20

최초의 빅뱅은 찬란하였다고 전해져 오고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은 사라져 버린 은하 최초의 문명들, 아직도 은하의 이름으로 기억되고 있는 안드로메다 제국의 영광까지 이제는 모두 사라져 버렸다. 고대에 대한 것은 행성의 희미한 기억 속에나 존재하게 된 것이다. 그것은 우주 세기의 시작이었다. 

안드로메다은하 동남부 지역에 있는 이름 모를 행성. 

붉은 흙먼지가 휘날리는 열악한 환경. 척박한 그 대지에 두 개의 인형이 발을 내 디뎠다. 모두가 입을 모아 인간이 살기에는 어려울 거라고 말하던 행성. 하지만 두쿠 일족에게는 그 정도도 감지덕지할 정도였다. 

“희박하지만 산소는 존재하고 있어.” 

두쿠 세리나. 나의 누이는 투박하게 생긴 측정 장비를 들고서 서 있었다. 흙먼지 속에서도 고광택의 정장과 헬멧은 윤기가 흐르고 있었고, 타이트한 수트 아래로 드러난 그녀의 이상적인 바디라인은 연방의 뭇 관료들로부터 구애가 끊이지 않았던 날들을 상기시켜 주고 있었다. 

“누나, 우리가 해낼 수 있을까?” 
“해내지 못하면 모두 죽어버리는 수밖에 없잖아.” 

사실이었다. 연방은 일족에게 단지 2년의 시간적 유예를 주었을 뿐이었다. 그 말은 난민 신분이 2년 뒤에 해제되고 연방정부 일원으로서 모든 권리를 박탈당해, 결국엔 우주를 떠도는 해적이 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해적은 행성을 테라포밍 해도 정식 통치 집단으로 인정받지 못하며, 결국엔 토벌대상이 될 뿐이었다. 

“그래도, 여긴 너무 척박하잖아.” 
“공기 중에 산소가 있어, 수분도 미량 존재하고 처음에는 조금 힘들겠지만, 충분히 사람이 살 수 있는 행성이야.” 

강한 어조로 말하고 있는 누나는 옛날부터 그런 사람이었다. 그녀는 언제나 책임감이 강했고, 남을 잘 이끄는, 전형적인 지도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에 비하면 나는 나약했으며 겁쟁이였다. 어쩌면 내 그런 성격 탓에 누난 그 많은 구애를 물리치고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슈퍼지구라도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지금은 뭐 이 정도도 만족할 수밖에 없는가?” 

홀로 중얼거리며 못마땅한 기색을 감추지 않는 누나는 잠시 뒤 나에게 손짓을 해 왔다. 

“일단 이주 선단으로 보고해야 하니까. 돌아가자.” 
“으응” 

나는 탐사정에 올라가는 누나를 뒤 쫓아 갔고, 탐사정에 타자마자 세리나는 헬멧을 벗어 던져 버렸다. 그녀의 등 뒤로는 축축해진 금발이 흘러내렸다.

“너무 덥단 말이야. 이거” 

불평하는 그녀는 포켓에서 머리끈을 꺼내 질끈 머리를 묶었다. 흘러내린 머리카락이 거추장스럽다며 언제나 짧게 자르려 고민하지만, 결국엔 아깝다며 자르지 못하는 누나의 고육지책이었다. 

“온도 낮추면 되잖아.” 

내 말에 셀레나는 씩 웃으며 날 바라본다. 저것이 연방 사교계에서 유명하다는 누나의 매혹적인 살인 미소? 살짝 올라간 입술이 촉촉해 보였다. 

“어려워.” 

뜸들인 표정에 비하면, 간단한 일답이었다. 

“애당초에 옷에다가 이것저것 기계를 달아 놓는다는 게 말이나 되는 거야? 옷은 옷일 뿐이라고” 

나는 그녀가 집어던진 헬멧을 주워다가 설정을 살펴봤다. 46도…. 이런 걸 입고서 사람이 활동할 수 있는 건가? 극단적인 설정의 결과물은 땀에 흠뻑 젖어 축축한 육즙이 흘러내리는 헬멧이었다. 

“어휴, 누나는 이런 주제에 측정기는 어떻게 다루는 거야?” 

누이는 말 없이 측정기를 들어 보인다. 네모난 3.5인치 디스플레이에 동그란 버튼 하나. 

“미니멀리즘. 그것이 애플의 감성적 디자인 철학이지.” 

음, 은하 세기에 그런 회사 물건 쓰는 사람도 잘 없지만 취향이니까. 또, 기계라면 공포에 떠는 우리 누나도 쓸 수 있는 물건이 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혼자서 측정기를 가지고 뾱뾱거리고 있는 누나를 보고 있으면 기특해 보이기도 하고, 대견 해 보이기도 하는 것이, 

“하아, 더워 나 시원한 것 좀 가져다줘.” 

잠시, 감상적인 생각에 빠져버렸지만, 누나와 나의 관계는 본래 이런 관계였던 것이다. 부려 먹히는 것에는 이제 익숙했다. 하루, 이틀 하다 보니 결국 일과가 된 느낌이라고 할까? 냉장고에서 누나가 좋아하는 스파클링 워터 한 병을 꺼내다 주면….

-찌릿

푸른 빛 감도는 누님의 두 눈이 뾰족 해 진다. 

“오렌지 맛 말고, 레몬 맛!” 

스파클링 워터의 연둣빛 병 한구석에는 흰색으로 그려진 과일이 있는데, 동그라미에 점 몇 개가 찍혀 져 있는 건 오렌지, 동그라미에 점 몇 개가 찍혀 져 있는 건 레몬 맛이라고 했다. 젠장, 구별이 안 된다. 

“이거 레몬 맛 아냐?” 
“오렌지 맛이잖아. 바보야!” 

그렇다고 했다. 나는 다시 냉장고로 달려가 인쇄된 그림을 자세히 살펴본 뒤에 확실히 레몬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집어 들고 다시 그녀에게로 향했다. 동그라미에 점 몇 개가 찍혀진 완벽한 레몬 맛이다. 

“아, 씨 정말!” 

이번에는 내가 그녀에게 병을 건네기도 전에 쿵쾅거리며 직접 냉장고로 가는 것이었다. 

“넌 정말 뭐 하나 믿고 시킬 수가 없다니까. 내가 없으면 어떻게 하려고….” 

셀레나의 투덜거림은 병을 따서 음료수를 한 입 마실 때까지 계속되었다.  나도, 폐 끼치고 싶어서 이러고 있는 건 줄 아는가? 괜히 나도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카~!” 

음료수를 한입 들이킨 셀레나는 뭐가 그리 좋은지 혼자서 흥얼거린다. 나는 그저 자동 항법 장치를 확인하면서 이륙 준비를 할 뿐이었고 말이다. 누이의 노래는 점점 더 고음부로 치달아 갔고, 이륙 준비는 완료되어 엔진이 점화될 즈음, 노래는 돼지 멱따는 소리가 되어 있었다. 

“음치….” 
"너, 방금 뭐라고 했…." 

누나의 목소리는 금세 탐사정의 이륙 음에 묻혀서 들리지 않게 되어 버렸다. 강한 진동이 기체를 휩쓸고 지나가고, 창 밖에는 검푸른 공간 우주가 펼쳐 졌다. 조직계의 커다란 디스플레이 한가득 나타나는 붉은 행성의 모습.

“자두 맛 사탕 같이 생겼네.” 

누나의 단평이었다. 동글동글하고 분홍빛 도는 붉은색이니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틀리지는 않은 것이지만, 그래도 그녀의 표현력은 좀처럼 먹을 것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자 그럼 이제 돌아 가 볼까? 이주 선단으로 출발!” 

내 등 뒤에서 잘난 듯이 집게손가락 치켜들고 있는 저 여자는 나의 누이 두쿠 세리나이고, 그녀의 하나뿐인 남동생인 나는 두쿠 타이란 이다.

우리는 지금 우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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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짓기가 귀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