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14 17:46

님드라. 재밌으면 추천좀 해주세요. 추천 하나하나에 할딱할딱 거리고 시픔.



숙소로 돌아간 부관은 자신의 침대에 게리모드 중장이 편하게 누워있다, 자신이 온 것을 보고는 한손을 들어 인사를 하는 것을 발견했다. 부관은 순간 저자가 지금 정신이 나간 것인지 궁금증이 들었고, 너무도 당황하고 기가 막혔기에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부관이 아무 말도 못하는 사이 게리모드 중장은 말을 시작했다.


"저기 저 천장과 벽들에 설치된 크리스탈 강판들 말이야. 자네는 그들의 목적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부관은 대체 저 인간이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중장은 그런 부관을 힐끗 바라보더니 손가락으로 천장과 벽의 곳곳에 박혀있는 튀어나온 검은색 격자들을 가리켰다.


"아마 넌 사람들이 가르쳐준 대로 저것의 목적이 비상시 장교의 생존을 위해 설치된 것이라 알고 있겠지? 하지만 내가 중장으로 살면서 이런저런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 있었는대, 그중 함장으로 제법 오래 일했던 놈하고 술자리를 가진 적 있었지. 근대 그놈이 제법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해줬던 것 아니겠어? 함장이 아니면 알 수 없는 함장만의 비밀이라던가, 항해하는 동안은 외부로부터 완전히 고립된 함대 내부에서 권력을 유지하는 수단이라던가, 뭐 그런 것들 말이야. 그래서인지 나에게는 저것이 너의 생각과는 좀 다른 무언가로 보이는 것 같다."


부관의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의 연속으로 멍해진 머리에, 함장이 이 불온한 만남을 감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천둥처럼 번뜩였다. 그는 게리모드 중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떠듬떠듬 입을 열었다.


"함, 함장님께서 지금 이 대화를 감시하고 있을 것입니다."


게리모드 중장은 여전히 느긋하게 한손으로는 팔베개를, 다른 한손으로는 머리를 꾸불꾸불 감았다 폈다를 반복하며 답했다.


"아니, 그는 그러지 못해. 너도 봐서 알 것 아니야? 지금 죄없는 불쌍한 승무원에게 자신의 화를 풀고 있는 중이란 사실을.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권력 유지를 위한 공포 조성 중이라는 것이 더 정확하겠지. 


여하튼, 말하던 것 계속하도록 하고. 저 강판은 사실 함장이 원할시 언제든지 함선과의 연결이 해제될 수 있어. 저 격자들이 안으로 쑥 들어가버리면 그대로 너는 함대로부터 버려진 우주의 외로운 방랑자가 되버리지. 어디로 갈 수도, 어디로 가지 않을 수도 없이 그저 허공을 둥둥 표류하는 표류자. 자신이 언제 자다가 함대로부터 버려질지 모른다는 사실은, 의외로 권력 유지를 위한 공포 조성에 쓸모가 있다 하더라고."


부관은 그 말을 한 쪽 귀로는 듣고, 다른 쪽 귀로는 흘리며 아무 말 없이 냉각기로 이동한 다음, 그것에서 가장 찬 물을 꺼내 머리에 끼얹었다. 닿기만 해도 살이 오그라들며 얼어붙는듯한 지독한 냉기가 머리서부터 시작해 천천히 아래로 흘러내려갔다. 그것은 부관의 머리를 우주를 표류하는 얼음덩이처럼 차갑게 식혀주었고, 부관은 그렇게 식은 머리로 찬찬히 상황을 받아들인 다음 다시 찬 물 하나를 꺼낸 후 침대를 마주보는 곳에 의자를 놓아 그 위에 앉았다. 그리고 찬물을 홀짝이며 자신이 마시는 물처럼 무심하게 말을 시작했다.


"그래서, 저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하시는 것입니까? 이런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계셨다고 하기에 중장님은 너무 성격이 급하신 분이니, 아마 우연을 틈타 그 병사 앞에 그것을 흘려 함장이 심문하느라 감시를 못하게 유도하셨겠지요. 그렇게까지 하면서까지 저에게 하고 싶으실 말이 그리 평범한 것은 아닐 것 같은대, 무엇입니까?"


게리모드 중장은 한방 당했다는듯 유쾌하게 웃더니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구부려 부관에게 천천히 가까워지며 말했다. 얼굴은 딱딱하게 굳힌 상태였다.


"지금 이 함대는 잘못되도 뭔가 심각하게 잘못 되 있어. 너도 방금 봐서 알 것 아니야? 저 함장이 걱정하는 것은 이 함대의 미래가 아닌 자신의 알량한 권력에 위협이 가해지지 않을 방법이야. 이 함대는 그런 권력에 미친 싸이코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지. 이대로 가다간 저 함장은 우리 모두에게 두려움을 느껴 모두를 우주로 적출시킨 후 혼자서 기함에서 죽어가고자 할지도 몰라. 우리는 그런 싸이코 만났다는 죄 하나만으로 우주 공간에서 천천히 얼어가며 한달이 다 될 때까지 얼마나 남았나 걱정해야 하는 신세에 놓이게 될 것이겠고. 그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우리는 서로 힘을 합쳐서 함장을 몰아내야만 해. 모두 그에게 두려움을 느껴서 그가 절대적인 권력을 잡기 전에 사람들을 불러 일으켜 그를 죽여야만 한다고. 함대를 위해서, 우리의 제국을 위해서!"


부관은 찬물을 홀짝이며 마시다 그것을 느리게 바닥에 떨어트렸다. 잔은 깨질 시 자기를 가진 액체로 변하는 금속으로 되 있었기에 그것은 알아서 구석에 위치한 구멍으로 꿈틀거리며 사라졌다. 부관은 그것을 무심하게 바라보다 갑작스레 입을 열었다.


"그것이 얼마나 미친 소리인지는 알고서 하는 것인가요?"


중장은 씨익 미소를 짓었다.


"남자라면, 가끔 미칠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지."




그로부터 하루가 지났다. 젠과 그의 동료 승무원들은 유언비어 유포및 명령 불복종과 기함 내부 혼란 야기죄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젠은 혼자서 변호사, 검사, 판사를 모두 다 하며 젠에게 죽음의 선언을 내린 함장에게 미친듯이 웃어재꼈기에 함장모독죄를 찬란한 죄의 목록에 추가시키기도 하였다.


사형식은 오후 7시에 모든 승무원들의 일과가 끝났을 때 기함 의무실에서 거행되기로 되었다. 사형의 방법은 약물 사형. 선의는 사람을 죽이는대 자신의 지식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버텼지만, 그는 명령불복종 근신형을 선고받게만 되었고, 그 후 온 함대의 선의들에게 최소한 한명을 이곳으로 보내라고 지시했기에, 결국 사형을 수행할 사람또한 구해지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사형식이 시작되는 시간이 되었다. 의무실 안에는 온 함대로 사형식을 방영하기 위해 설치된 카메라 1개와 사형수들과 동일한 숫자의 해병들, 그리고 함장과 약물 조합을 할 선의 한명만이 있었다. 함장은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이 과연 옳을지에 대해 확신할 수 없었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묵묵히 자리에 서있기만 하였다. 함장은 과연 지금 자신이 함대를 위해서 옳은 일을 하는 것인지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함장이 자신이 할 수 있었을 다른 방도를 생각해냈냐면 그것은 아니였다.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할 수 있던 행동은 이것만이 유일하다고 생각했다. 이자들을 죽여서 벌써부터 함대 곳곳에 독처럼 퍼져버린 우주미아의 의혹을 씻어내야만 함대가 살 수 있었기 때문이였다. 우주미아가 된 함대는 곧 무질서를 의미했고, 가장 자유로운 공간에 영원히 갇힌 죄수임을 의미했다.


함장은 문득 속으로 이 말이 참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그들은 한없이 자유롭기에, 오히려 자유를 상실당한 상태였기 때문이였다. 생각해봐라. 어디로 가야할 곳이 없는 끝없는 우주공간만큼 자유로운 곳이 어딨겠나. 그 안에서 원하는대로 항해할 수 있는 것 만큼 자유로운 행위가 어딨겠나. 하지만 그들은 어째서인지 그 자유를 자유가 아닌 인류가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억압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함장 자신도 포함해서 말이였다. 함장은 어째서 그런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때 함장의 생각은 드르륵 거리는 소리와 함께 묶인 젠과 승무원들이 들어오며 끝났다. 함장은 그들이 탈출을 시도할 때에 대비해 특수제작한 끈으로 그들을 묶으라 지시했지만, 그들은 절망에 온 근육이 녹아버려 도망칠 생각을 할 수 없는듯 조금의 반항조차 하고 있지 않았다. 하긴, 이 기함이 우주미아가 됬다면 이곳은 그 누구도 탈출할 수 없는 인류 최고의 감옥이 된 셈이였고, 도망친다 해도 결국 기함의 안일 수밖에 없었으니 도망의 의미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볼 수 있었다. 간수조차 갇힌 감옥에서 죄수가 어찌 탈출하겠나? 


젠은 주변을 무심히 둘러보다 문득 자신을 역시 무심히 내려다보는 함장과 눈이 마주쳤다. 젠은 사실 이 항해에 참여할 수가 없는 몸이였다. 군대로부터 정퇴가 되었기에 아무리 항해에 참여하고 싶어도 참여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젠은 이 위대한 함장의 함대가 적의 행성을 향해 출항한다는 소문을 듣고 자신이 말년에 대비해 모아놓은 모든 크레딧을 뒷돈으로 찔러서 겨우겨우 이곳에 들어올 수 있었다. 지금의 젠은 그때 자신이 어째서 그랬는지 너무도 후회스러울 뿐이었다. 그가 보기에 이 함장은 그저 분노를 참을 줄도 모르는 어린 아이였다. 그리고 그 어린아이에게 위대함은 존재하지 않았다.


"......"


"......"


그렇게 두 무심한 눈은 서로를 바라보다 흩어졌고, 바퀴달린 의자에 묶여진 사형수들은 일렬로 정렬 되 죽음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해병들은 미리 조합된 약물이 담긴 주사기를 들고 묵묵히 함장의 사인을 기다렸고, 함장은 그들 모두를 느리게 바라보더니 오른 손을 들었다 내렸다. 약물을 주사하라는 뜻이였다. 해병들은 주사기의 약물을 다시 한번 확인한 후 그것을 꽂기 위해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