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13 01:46

“크흠, 마무리들 하지?”

키르건은 미간에 골을 세우며 말했다. 그의 눈빛을 알아챈 시아가 니베아를 던지듯이 놓고는 정자세로 앉는다. 키르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적의 도발이 어느정도 일 지는 여기 있는 그 누구도 정확히 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적이 최고단위의 도발 및 공격을 해온다고 상정하고, 그에 따른 방책을 내놓아야 한다……뭔가?”

그는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참모들의 시선을 느껴, 말을 맺었다. 그러자 시우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독……저희는 그저 제독께서 명령을 내리시는 데로 행할 뿐입니다. 오늘 온 것도 제독께서 행동 지침을 내려 주실거라 믿고 온 겁니다. 그러니 제독께서는 저희에게 묻지 마시고 명령내려 주십시오. 저희는 그저 제독의 명을 따를 뿐입니다.”

“쩝.”

시우의 말에 키르건은 씁쓸한 미소와 함께 입맛을 다셨다. 자신이 워낙에 무쌍한 존재다 보니 밑의 참모들이 스스로를 키울 생각을 안 하는 것이다. 그 증거로 모든 참모들은 눈을 빛내며—심지어 몬타나 까지도—키르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들 그러나?”

“뭐, 그땐 카니아 자라드 준장이 알아서 잘 해주겠죠.”

“왜 또 나야!”

“부제독, 여기서 부제독이 최고 선임자에요.”

“흐으…….”

시우는 냉기가 뚝뚝 흐르는 어조로 말했다. 카니아는 슬쩍 시우의 눈치를 보다가 꿍얼거리면서 자리에 앉았다. 나이를 먹어도 어린 카니아와 젊지만 나이든 시우는 가끔 이렇게 안 맞는 면이 있곤 했다. 키르건은 처음에는 그런 둘의 관계를 상당히 걱정했지만, 둘이 종종 같이 휴일을 보낸다는 것을 알고는 안도 할 수 있었다.

“그런 무한한 신뢰는 받는쪽으로선 고마우면서도 부담된다고.”

“저희는 그런 걱정은 안합니다만? 제독의 머릿속에 그런 부담이라는 요소가 자리할 곳은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총수님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 제독의 머릿속인데 말이죠.”

“……막말로 총수께서 나더러 걱정된다고 나 잘라버리면 어떻할건가?”

“제독을요? 총수님이? 그건 절대 불가능일걸요? 제독의 해임을 입 밖에 꺼내는 순간 군부에서 들고일어날 텐데 말이죠.”

“……나 정말 적절한 삶을 산 것 같군.”

키르건은 속으로 야노에 대한 투덜거림을 조금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그는 참모들에게 내일 정오까지 작전안을 작성해서 제출할것을 명하고는 회의를 끝내버렸다. 참모들이 경례를 하고 회의실을 나가자 키르건은 당번병을 시켜 뜨거운 커피 한 잔을 타 오도록 시키고는 담배를 빼 물었다. 불을 붙이고 뺨이 홀쭉해져라 빨아당긴다.

“제독, 커피 가져왔습니다!”

당번병이 씩씩한 목소리로 커피를 내려놓는다. 딱 봐도 자신과 나이차이가 크게 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어깨에 달린 계급장은 둘의 차이를 명확하게 구분했다. 키르건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커피를 들었다. 뜨겁게 해오랬더니 소금이라도 아주 조금 넣고 끓인 듯, 컵의 손잡이부터 뜨거움이 느껴진다. 설마 소금 왕창 넣은 것은 아니겠지, 라는 불안한 걱정과 함께 키르건은 커피를 조금 마셨다. 뜨거워서 짠맛이고 뭐고 느낄 겨를이 없다.

담배를 다 피운 키르건은 살짝 비척이는 걸음걸이로 회의실을 나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제독 전용 집무실에 들어와 의자에 앉아 푹신한 등받이에 등을 푹 하고 묻는다. 골치가 아파온다.

“야노…….”

키르건은 통신을 켠 다음 주위를 슬쩍 둘러보고는 야노에게 통신을 걸었다. 둥그런 행성의 홀로그램이 뜨며 연결 중을 뜻하는 직사각형 막대가 행성의 적도부분 궤도를 빙글빙글 회전한다. 연결이 안 되는걸 보니 각료회의 중인가, 이 시간대에는 분명 야노의 개인시간일 터였다.

“아, 미치겠네. 잠깐 연결 안되는 것 때문에 이만큼이나 보고싶냐.”

[누구를?]

키르건은 누가 들으랄 것도 없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 때 행성이 사라지고 금발 여자의 모습이 나타났다. 통신이 연결된 것이다. 그의 혼잣말을 들었는지, 야노가 짖궂은 표정으로 캐묻는다.

[누굴 그렇게나 보고 싶은 거야?]

“……몰라서 묻는 겁니까 확인하고 싶어서 묻는 겁니까?”

[음, 됬고 총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대답하세요.]

“젠장, 너요 너.”

키르건이 툴툴거리는 투로 대답했다. 그러자 야노는 활짝 미소지어 새햐얀 치아를 보여주며 말했다.

[암 그래야지. 어때? 이따 안 내려올래?]

“오늘?”

[응. 다음주가 되버리면 바빠서 볼 시간도 없잖아? 내려와. 케이크 구워놓을게.]

“총수님이 직접 구우신다면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만은, 밑의 요리사들이 굽는다면 생각해보지요.”

[뭐야! 왜 내가 굽는건 사양인건데! 내가 구워주면 맛이 없더라도 맛있게 먹어야지!]

“맛이 있고 없고는 문제가 아니야.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을 구워줘야 먹던 말던 할 것 아냐.”

[뭐, 뭐야? 너 지금 내가 굽는 케이크가 음식물 쓰레기 수준이라는거야?]

“……총수님 추리소설은 절대 쓰지 마십쇼. 박살날 것 같으니까. 음식물 쓰레기가 아니라 니가 구워주는거 아까워서 어떻게 먹냐? 아무리 배가 고파도 니가 구워준 것은 아까워서 못먹을 것 같아. 그러니까 총수님, 니 남자 아사시키지 않으시려면 밑의 요리사들 시키세요.”

[흐익……헤헷.]

미간에 주름을 잡고 한바탕 샤우팅을 쏟아내려던 야노는 키르건의 말에 녹아버릴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키르건은 손가락을 뻗어 야노의 뺨을 쿡쿡 찔렀다. 비록 홀로그램이지만.

[뭐하는거야!]

“가만히 있어봐, 내 작은 새.”

[뭐라고 한 거야?]

“나의 작고 귀여운 노란 새. 아까 참모들의 잡담 중에서 나온 건데 내가 너를 그렇게 부른다는 것 같다나? 그래서 한 번 불러봤는데 어때?”

[느끼하거등?]

“그런가? 그럼 앞으로 이렇게 부르지 말아야겠다.”

[뭐, 가끔은 괜찮을지도?]





































너무 늦어서 ㅈㅅ ㅠㅠ


근데 이제 다들 까먹었을듯? 힣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