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06 02:58

 초대 퀘흐달튼 총통이 말하길

 “전투기는 전함보다 효율이 좋다. 면제 받은 나도 안다.”



 퀘흐달튼의 독립 찬반 투표가 99%의 득표율로 기각되자, 마라 제국의 괴뢰국 아사라조차 비웃었다. 제국의 분열은 막을 수 없었으나, 온건하게 상황을 흘릴 기회를 놓친 격이었다. 총알은 총구를 떠났다. 반년도 안 되어 퀘흐달튼의 무장 독립 투쟁이 시작되었다. 제국은 국경 방비군을 투입할 만큼 강경하게 대응하였고, 결과적으로 퀘흐달튼이 독립하기까지의 내전을 대홍수라 명명한다.


 퀘흐달튼 지방은 수세기 넘게 자원 산출량이 증가하고도 머뭇거리지 않는, 제국의 황금이었다. 제국이 안드로메다 은하 북부를 치마폭에 넣을 수 있던 것도 퀘흐달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렇기에 제국의 가혹한 통치 하에도 퀘흐달튼은 따스한 햇볕아래 존재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퀘흐달튼은 정복지였으며 민족, 문화에서 마라와의 차이가 격했다. 역대 황제들은 이점을 쉬이 알아차렸다. 빠르건 늦건 이들이 제국에 동화도지 않으리란 것도 알았다. 그래서 제국에 반기를 들었을 때, 그 위협을 줄이고자 오히려 차별을 심화시켰다.


 독립 전쟁에서 영향을 미친 차별은 기술이었다. 퀘흐달튼의 막대한 자본과 기술이 합한다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 분명했다. 마라 제국의 명성 높은 비효율 생산라인도 이러한 이유로 만들어졌다. 내전이 일어날 경우를 대비하여 공업지대는 마라 민족이 주를 이루는 행성으로 옮겨졌고, 기술자 또한 퀘흐달튼 출신은 배제되었다. 그렇다고 퀘흐달튼 출신들이 나사하나 못 조이는 건 아니었다. 퀘흐달튼의 자원은 수정과 가스 그리고 인력을 말했다. 값싸고 넘치는 인력시장은 끊임없는 제국의 무력 확장에 동원될 수밖에 없었다.


 소이빈 패러독스는 그런 상황에서 기회를 잡았다. 시작은 식량 위주의 군수품 제조업체였으나 퀘흐달튼의 몇 안 되는 군수업체로서 경쟁 없이 비대한 확장을 이룩했다. 여전히 황제들은 패러독스 사를 경계하였으나 황금으로 산을 만들어 건넨다면 녹지 않는 얼음이 없었다. 황제는 물품 수송에 필요한 소형 함선 생산을 허가하였다. 그리고 다음 황제는 퀘흐달튼 방면군의 무장 공급 독점을 내렸다. 퀘흐달튼 방면군은 소형 전투함선급만 보유가 허가되었으므로 덩달아 전투기 생산도 맡을 수 있었다.


 시간이 있었다면 그 이상의 결과를 내었을지도 모르나, 독립 전쟁이 발발하는 순간의 패러독스는 여전히 전투기를 조립하고 있었다.


 독립 선언은 좋았으나, 막상 독립 정부는 정규군을 막을 방도가 없었다. 상대는 행성 파괴함까지 동원한 제국 정부였다. 제국의 차별 정책으로 무장은 빈약했고, 끓어오른 분노에 물 타기로 독립을 표출한 것이라 준비도 없었다. 양과 질에서 불리한 상황이었다.


 그런 차에 실낱같은 희망이 보였다. 국경 방비군이 내란에 동원되었다는 소식에 골든 마블 제국이 공세를 가해왔다는 소식이었다. 제국군이 잠시 물러나므로 유예기간이 주어졌다. 독립 정부는 패러독스 사에 모든 자원을 징발하여 독립군을 무장시킬 것을 요청했다.


 “말도 안 됩니다! 전투기로 전함을 어떻게 상대합니까!”

 “가능해. 전투기 한 척에 몇 명이 필요한지 아나?”

 “네 명입니다. 전함은 이천 팔백이나 되고요.”

 “그럼 전투기 칠백 대가 전함 한 척이군. 그래도 전함이 이길까?”


 차별 정책에 의거하여 독립 정부 구성원은 모두 면제였으므로 이와 같이 획기적인 발안이 통과되었다.


 제국군이 일 년 만에 퀘흐달튼에 당도하였을 때,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전투기 밖에 없는 놈들이라 여겼거늘, 정말 전투기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전투기들은 벌집에 벌처럼 빼곡히 진을 이루며 달려들었다. 제국군은 조준이 필요 없었다. 쏘는 시늉만 해도 오히려 포를 피하려다 끼리끼리 충돌하여 자침하기 일쑤였다. 그런데 수가 줄지 않는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개미떼가 거인의 발끝부터 올라와 살을 파먹고 있었다. 철퇴 명령이 하달되었으나 늦었다. 전투기는 전함보다 빠르다. 애초에 붙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전함은 전투기를 이길 수 없었다.


 전투를 겪지 못한 후방에 제국군이 오직 전투기에 패하였음이 전해지자 대규모 봉기가 일어났다. 제국의 군대는 분산되었고 퀘흐달튼의 전투기는 대홍수가 되어 쏟아졌다. 이 틈을 타 또 다시 제국을 넘보던 골든 마블 또한 대홍수에 쓸려나가고, 그제야 우주의 패러다임이 뒤집혔다. 북부의 일인자, 그리고 우주의 영원한 지배자가 탄생한 시기였다.


 “크레딧, 수정, 가스만으로 전투기의 효율을 논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자원을 캐고 부품을 만들고 함선을 조립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 아닌가? 그렇다면 사람이 가장 값지고 기본이 되는 자원이니 전투기가 전함보다 효율 높은 것은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