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30 10:14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172



제이크은 분노했다.


"지금 제군들도 저것이 보이는가? 우리 자랑스러운 제국의 기반이자 남아들인 군인들의 시체가 버려져 우주를 떠도는 모습이?"


무려 1만명이나 되는 인원의 시체가 워프게이트 근방에서 떠돌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그중 반은 구축함 승무원이였고, 나머지는 베이스의 유지및 보수를 위해 존재하는 사무직이였다. 그들의 죽음은 33번 베이스가 이미 무너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밀비는 문득 무엇인가가 머릿속에서 퍼즐맞춰지듯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곳으로부터 33번 베이스까지의 거리는 1광분. 시체들을 구축함에 운반해서 이곳에 가져다 놓은 것이라면 못해도 3시간은 걸릴 거리입니다. 게다가 기함에 탐지 된 레이다로 살펴볼 수 있는 최대 범위인 2광분안에서 감지할 수 있는 적의 신호는 모두 한곳에서만 몰려오고 있으니 저들은 시체를 이곳에 놓고 다시 본대로 돌아가기까지 했다는 것이겠죠. 즉 적들은 아무리 못해도 6시간은 전에 33번 베이스를 함락시켰다는 것이고, 아무리 길게 잡아도 4시간만에 33번 베이스를 함락시켰다는 뜻입니다. 아시겠지만 33번 베이스는 구축함과 미사일 구축함만으로 4시간만에 함락시킬 수 있을만한 곳은 아닙니다. 아무리 물량에서 부족하다 해도 말이지요. 즉 적들은 무엇인가를 숨기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저희가 워프 게이트에 진입해 통신으로부터 단절됬을 때를 노렸으니 저희 조직 상부에 첩자를 배치해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대도 이 지역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저희와 한판 붙어보겠다는 것이겠고, 정보를 가졌는대도 한판 승부를 바란다는 것은 승리에 자신이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일단 적과의 접전은 최대한 피하고 초계활동으로 적의 비밀무기가 무엇인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제이크는 밀비의 그 말을 듣자 분노를 참을 수 없다는듯 함장석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밀비의 앞까지 걸어갔다. 그리고 월등한 체구로 그를 내려찍듯 바라보며 악귀같은 표정으로 분노찬 언성을 내뱉었다.


"그만, 그만! 그놈의 겁쟁이 기집애같은 개소리는 그만하라고! 정말 듣다 듣다 도저히 못봐주겠군! 저기 황제폐하의 군인 1만명이 죽어 우주를 떠돌고 있다. 야만인들은 그들을 죽이며 낄낄거리며 비웃었겠지! 이것은 제국 차원으로도, 나 제이크, 자랑스러운 황제폐하의 제1기동야전군단의 군단장으로서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겁쟁이 같은 놈! 너는 제국의 수치다! 헌병대! 당장 이 낙하산 놈을 기함의 가장 깊숙한 곳에 처박아 놓도록. 아니, 저런 놈과 같은 기함에 타 있다는 것 만으로도 정말 수치스럽기 그지없으니, 어디 가장 비루먹은 초계함 하나 찾아 그곳에서 가장 불결한 곳에다가 처박는 것이 낫겠어! 헌병대, 당장 그렇게 하도록!"


헌병대는 헌병대 특유의 화려한 제복을 입고 군홧소리를 내며 밀비에게 다가갔다. 그들은 정중하게 말했다.


"밀비 참모님, 저희와 동행해주셔야겠습니다."


밀비는 자신이 헌병대에게 끌려간다 해도 일단 군단이 위험에 놓이는 것은 막아야만 한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왜 적이 6시간이나 되는 시간을 낭비해서 이곳까지 시체를 놓았겠습니까? 저희를 도발하기 위해 그런 것이 분명합니다! 일단 침착함을 되찾으시고,,,"


하지만 상대가 안좋았다. 다혈질인 제이크는 지금 오래전에 사망한 그의 부모가 와서 말린다 해도 못막을 정도로 흥분해 있었는대, 그런 그에게 이성적인 말이 통할리가 만무했다. 오히려 그것들은 제이크를 더 흥분하게 만들었다.


"헌병대! 저놈은 참모라 불릴 자격도 없다! 당장 내 눈앞에서 저 쓰레기를 치워버리도록!"


밀비는 현병대에 의해서 끌려가면서도 입을 멈추지 않았다. 장교로서 병사를 한명이라도 더 안전하게 만드는 것은 그의 사명이며 존재이유였으며 그가 그간 교육받은 내용의 핵심이자 모든 것이였다.


"군단장님, 제발 침착함을 되찾아주십시요!"


하지만 밀비가 브릿지 밖으로 끌려나가고 문이 꽁꽁 닫히자, 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제이크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모두를 압도하듯 바라본 후 한마디 한마디 또박또박 내뱉었다.


"난 지금 전함을 이끌고 저 가증스러운 야만인들을 사각돌격으로 초토화시킬 것이다. 나머지 함대는 전함이 적의 전열을 관통하면 빗자루로 쓰레기를 치우듯 그들을 매섭게 강습한다. 알겠나?"


브릿지의 인원 모두는 경례를 하며 광기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은 제이크가 뿜어내는 광기와 영광에 전염 되 있었다. 


"영광으로 따르겠습니다! 제국에 승리만이 있을지니!"


물론 잭슨은 이미 오래전에 몸을 뺀 후였다.





"....그렇게 제이크는 우리의 도발에 넘어가 일초라도 빨리 우리를 짓밟지 못해 안달이 될 것이다. 다른 지휘관이라면 침착성을 유지할지도 모르지만, 제이크는 아니야. 그는 자신의 권위와 동일시하고있는 제국의 권위가 손상받았다는 생각에 한시라도 빨리 그것을 만회하고 싶어할 것 분명하다."


바로 그 무렵, 제이크의 머리 위에서 그의 생각 모두를 읽듯, 헤롤드는 정확히 제1야전군단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말하며 작전을 짜고 있었다. 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에 해롤드는 3차원 홀로그램은 쓸 수 없었지만, 대신 여러개의 층으로 나누어진 지도와 그곳에 놓여진 모형을 이용해 그의 군세와 제1기동야전군단의 군세를 비교적 정확히 묘사하고 있었다. 모두 33번 베이스에 귀속 되 있다가 이제는 그의 것이 된 감시위성 덕분이였다.


"선봉은 분명 전함의 사각돌격일 것이다. 어려서부터 고대 지구의 기병을 선망해오던 제이크는 전함을 기병으로 생각하며 언제나 전투의 시작을 사각돌격으로 열었지. 이번에도 별다른 차이점은 없을 것이다."


해롤드는 제1기동야전군단의 선두에 6천기의 전함을 놓았다. 그 위대한 전쟁무기들로 짜여진 두터운 진형은 진정 무적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제이크에게는 안타까운 사실이 하나 있으니, 바로 전장의 상황이 그에게 그리 좋게 돌아가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전함의 숫자는 제국 후계자들의 파워배틀에 휘말려 4천기가 차출 되 2천기만이 남아있는 상태다."


해롤드는 그렇게 말하며 4천기의 전함에 해당하는 모형들을 손으로 쓸어 바닥으로 치웠다. 2천기만 남은 전함의 사각진형은 크기, 위압감, 위력, 모든 면에서 1/3로 줄어있었다. 해롤드는 기함을 뜻하는 모형을 전함의 전열 속에 놓으며 말을 이었다.


"또한, 제이크는 분명 전함의 전열을 그나마 보완하기 위해 돌격이 실패할 때에 대비한 예비대를 남겨두지는 않을 것이고, 화력을 그나마 높이기 위해 기함또한 사각진형에 포함시킬 것이다. 우리를 너무 얕본 처사겠지."


헤롤드는 잔인한 웃음을 짓었다.


"그리고 그들은 방심의 대가를 처절하게 치를 것이다."




제이크는 기함의 함장석에 앉아 전장의 광기에 휩싸인 표정으로 출격명령을 내렸다. 전함으로부터 약 반 광초정도 거리에 구축함을 전면에 배치 한 야만인의 전열이 보였는대, 우습기 그지없을 뿐이였다. 미사일 구축함을 전면에 배치해도 전함의 사각돌격에 쥐약일텐데, 오히려 후면에 배치하다니. 정말 멍청하기 그지없는 용병술이였다.


전함이 야만인의 전열로부터 약 10분 거리에 도달하자 제이크는 다음 명령을 내렸다.


"모든 전함장에게 말한다. 전함의 서브 엔진 효율을 100%로 증가시키고 충돌에 대비를 하도록."


해롤드는 브릿지에 배치 된 거대한 스크린을 가득채우며 빠른 속도로 접근해오는 전함들을 바라봤다. 그것은 분명 그들을 막기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소름끼치는 모습이기 그지없었다. 그 진형으로 수많은 전사들을 잃어왔기 때문이리라. 아들들은 긴장한듯 보였다. 제퍼슨은 말했다.


"아버지, 이제 발동시키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해롤드는 스스로도 제법 긴장한듯,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 때가 아니야."


제이크는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를 내질렀다.


"끼야호! 달려라 달려! 저 망할 야만인 놈들을 지옥으로 보내줄 급행열차가 오셨다! 으하하하!"


전함의 사각진형은 어느덧 5분 거리에 진입했다. 제퍼슨은 다급하게 말했다.


"아버지!"


해롤드는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EMP(Electro Magnetic Pulse)를 발동시키도록."


그리고 그 말과 함께 우주는 난대없이 나타난 신성한 빛에 잠겨들었다. 진정 아름답기 그지없는 빛이였지만, 그 아름다움은 겉으로만 신성해보일 뿐, 실제로 내면을 들어다보자면 진정 파괴적이기 그지없는 빛이였다.


EMP는 어마어마한 에너지의 전기장이 일정 범위 내의 전자기기의 회로를 말 그대로 태워버리는 현상을 말했다. 과거에는 핵폭탄이 가하는 2차피해중 하나로 알려져 있었지만, 사용하는 에너지의 단위가 항성급으로 증가하며 핵폭탄급의 에너지를 모으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됬기에 EMP만을 발생시키는 무기도 만들어질 정도로 한 때 유행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한 종류의 무기의 발달은 해당 종류에 대한 방어력의 강화로 이어지기 마련. 매우 간단한 처리로 EMP의 피해를 거의 없다시피할 정도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이 발견된 후 EMP는 효율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사장되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전함 1천척을 운용할 수 있을만한 에너지를 소모한다면 방대한 영역에 전자기기와 엔진을 파괴는 못하지만 일시적으로 마비시킬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일시적인 마비고, 영구적인 피해는 거의 주지 못했기에 그런 용도가 있음에도 EMP는 거의 사장됬었지만, 대형급의 함선은 모든 시스템을 재부팅하는대만도 거의 반나절이 걸린다는 점을 해롤드는 이용했다. 한참 돌격해오던 전함들을 순식간에 날아다니는 관으로 만든 것이였다.


제이크는 갑자기 기함의 모든 불빛이 꺼지고, 전자기기도 모두 마비되자 이해할 수 없다는듯 외쳤다.


"상황병! 상황병!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상황병은 답했다.


"지휘관님, 아무래도 저희가 EMP에 강타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제이크는 황당한듯 답했다.


"뭐? 그런 멍청한 짓을 할 지휘관이 어딨다고! 당장 시스템을 재가동시키도록!"


상황병은 어둠속에서 일단 무언가를 볼 수라도 있도록 휴대용 외부전력을 연결하고 비상등들을 켰다. 붉은 비상등아래 보이는 기함의 브릿지는 정말 엉망진창이였다. 상황병은 곤란하다는듯 답했다.


"죄송하지만, 대형급 이상의 함선들은 모두 가동하는 것만 해도 8시간의 시간이 소모됩니다. 지휘관님이 흔히 가동이라고 생각하셨던 것은 가동이 아니라 모드변경이였는대, 가동은 아예 작동이 정지 된 함선을 새로 작동시키는 것이지만, 비상시에 8시간이나 소모할 수는 없기에 평상시 문명과 야만의 경계에서는 아예 작동을 정지시키는 대신 메인컴퓨터만 부팅을 유지시키는 형식으로 해놓았었습니다. 그것을 다시 가동시키는 것이 바로 모드변경이였죠."


제이크는 그 말을 듣자 무엇인가 떠오른듯 얼굴이 새하얘졌다.


"그렇다면, 우리는 엔진이 꺼진 상태로 야만인들과 충돌할 것이라는 말인가?"


다행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중형급의 특징은 재가동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이였는대, 구축함들이 그 특징을 이용해 전함들을 위한 길을 터주었기 때문이였다. 속도와 방향을 유지하며 전함은 그대로 구축함의 전열에 아무런 피해도 남기지 못한채 반대편으로 흘러갔고, 후면에 배치 된 미사일 구축함의 막강한 미사일에 의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후면장갑을 관통당해 어마어마한 속도로 침몰해가기 시작했다. 모든 시스템이 정지했기 때문에 보완장갑은 커녕 장갑에 구멍이 뚫린 구역을 봉쇄하는 구역통제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장갑에 생긴 구멍 하나로 모든 승무원들이 빨려나가는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기함또한 다를 것은 없었다.


제이크는 33번 베이스의 지휘관이 그랬던 것처럼, 돌출물을 붙잡고 밖으로 빨려나가는 것을 막아보고자 했다. 하지만 점점 기함 내부의 공기가 희박해지고 뼛속까지 얼어붙는듯한 어마어마한 냉기가 역풍에도 불구하고 기함 내부까지 흘러들어오자, 제이크는 정신이 순간 아득해옴을 느낄 수 뿐이 없었다. 아득함 속에 잠겨, 제이크는 힘없이 돌출물을 놓았고, 그대로 절대영도의 우주 밖으로 빨려나가 생애를 마감했다. 그의 마지막 유언은 그 누구에게도 들려지지 않았다.


해롤드는 겹겹히 놓은 상황지도의 행성 뒤에 숨겨놓았던 순양함 4천기를 꺼내며 명령했다.


"이대로 제1기동야전군단의 나머지 군세를 노린다."


4천기의 순양함. 그것은 해롤드의 비밀 카드였고, EMP와 함께 이번 전투에 결정타를 날릴 물건이였다. 제1기동야전군단은 대형급 함선들이 모조리 무력화 된 상황이였지만, 여전히 2만 5천기의 중형급 함선들이 남아있었고, 그들이 대형급 함선들을 방패삼아 수비에 전념한다면 해롤드는 순양함들이 재가동되기까지 제1기동야전군단을, 아무리 애쓴다 해도 밀어낼 수 없었다. 하지만 해롤드에게도 대형급 함선이 있다면 얘기는 달라졌다. 문제는 어떻게 그들을 EMP로부터 수비하냐는 것인대, 해롤드의 부족민들은 이 전투에서 순양함들을 EMP로부터 보호할 보호막을 만드는 것에만 무려 5년을 투자했었다. 그리고 5년간의 투자는 멋지게 활약해서 막강한 EMP로부터도 순양함의 엔진을 무사히 보호해줄 수 있었다. 물론 순양함이 해롤드의 밑천 모두인 것은 전혀 아니였다. 그는 숨김의 미학을 아는 지휘관이였다.


순양함 4천기의 묵묵한 적빛 선체는 적에게 절망을, 아군에게는 희망을 주었다. 전사들은 승리의 단맛에 젖어 괴성을 내질렀고, 제1기동야전군단은 절망에 젖어들었다. 그들은 당장 무엇인가를 해야만 했지만, 지휘관이 사망했기에 아무런 명령도 듣지 못한채, 혼란에 빠져 있었다. 무력함의 공포, 무엇인가를 해야한다는 강박감, 명령 없이는 무엇도 해서는 안된다는 교육, 죽음에 대한 저항감, 그리고 모든 것. 모든 것이 하나의 소용돌이같은 감정으로 모여들어 제1기동야전군단의 병사들을 신의 망치처럼 후려쳤다. 순양함은 혼란에 빠진 적이라고 자비를 베풀지는 않았다.


무음의 죽음 광선이 공허를 갈랐고 미사일들이 그 뒤를 따랐다. 현대전의 미사일은 고대 전투와는 달리 폭발력을 통해 장거리에 타격을 주는 대신 폭발력을 한곳에 모아 관통력으로 만드는 경향이 컸는대, 그것은 미사일이 함선의 장갑을 관통하는 것 만으로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폭발력을 중시 한 미사일이 사라진 것은 아니였는대, 주로 현 상황처럼 대형급 함선이 중소형급 함선을 공격할 때 쓰곤 했다. 막강한 장갑과 폭발형 미사일. 이 둘의 조합은 중소형 함선 100대가 있어야 대형 함선 1대를 겨우 상대할 수 있게 만든 파워 인플레의 주요인이였다.


순식간에 구축함들과 미사일 구축함들이 폭발력속에 깡통처럼 찌그러지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일제사격 한번이 남긴 피해는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살아남은 함선들은 본능적으로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것은 명령 없이는 행동해서는 안된다는 교육보다 더 우위에 놓여진 생존 본능의 외침이였다.


순양함 뒤로 숨어라!


구축함들이 필사적으로 가동준비중인 순양함 뒤로 숨자 해롤드는 명령했다.


"폭발형 미사일은 부무기로 등급을 하락시키고 빔 웨폰을 주무기로 사용하도록. 타입은 범위형 펄스."


빔 웨폰은 본디 저가용 아머 피어싱의 용도로 제작 된 무기였다. 하지만 빔 웨폰이 놀라울정도로 장갑에 효율적인 것을 본 지도자들은 빔 웨폰을 발전시키기 시작했고, 그 발전은 빔 웨폰에게 극도로 효율적인 배리어가 나타나기까지 미친듯이 계속 됬었다. 빔 웨폰을 효율적으로 흡수해 역으로 피격당한 함선의 에너지로 사용하게 만드는 방어구인 배리어는 빔 웨폰의 몰락을 불러왔고, 빔 웨폰은 대부분의 대형급 함선에서 부무기 급으로 하락하게 되었다. 하지만 만약 대형급 함선들의 배리어가 사라진다면 빔 웨폰을 장착한 동급 함선 1기는 동급 함선 10기와 동등하게 싸울 수 있었다. 그중 범위형 펄스는 극고온의 매우 얇은 맥동형 빔을 일정 범위의 지역 내에 흩뿌리는 형식의 무기였다. 위력과 범위에 비하자면 사용하는 에너지가 극도로 적었기에 경제적인 무기기도 했다.


"끄아아아아악!"


범위형 펄스의 맥동형 빔은 두께가 겨우 10nm뿐이 되지 않을 정도로 얇았다. 그랬기에 다른 무기들과는 달리 섬세하고 무자비하게 인간을 농락할 수 있기도 했다. 맥동형 펄사가 사방으로 흩어지며 순양함과 구축함을 가리지 않고 가르자 그것에 신체가 절단 된 자들이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손이 잘려나간 정도면 양반이라 볼 수 있었다. 허리 아래가 모조리 잘려져 피와 내장이 줄줄 흐르는 것을 봐가며 죽은 자들도 수두룩했다. 물론 그들이 그런 부상을 입었다는 것은 그들이 소속 된 함선이 여러조각으로 잘려나갔다는 것을 의미했으니, 별 의미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어차피 그들은 부상을 입지 않았다 해도 곧 죽을 것이였다.


하지만 인간의 생존의지란 끈질긴 법. 그런 무자비한 학살 속에서도 제1기동야전군단의 일부는 기어코 순양함들이 재가동 될 때 까지 무사히 버티는 것에 성공했다. 순양함들이 재가동되고 그들의 배리어가 넓게 펼쳐지자, 제1기동야전군단은 뒤 한번 돌아보지 않으며 그대로 전장을 이탈했다. 해롤드의 아들들은 승리의 기쁨에 젖어 말했다.


"아버지, 지금 당장 적들을 쫓아 3B9 식민요새 항성계로 간다면 술 한잔 마실 시간도 지나기 전에 그곳을 점령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노련한 해롤드는 여전히 차갑게 굳은 얼굴로 말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적을 얕잡아보면 안된다. 지휘관이 성급할 시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지 오늘 충분히 보지 않았느냐? 승리는 군대를 강하게 만들지만, 패배는 지휘관을 강하게 만든다. 또한 궁지에 몰린 쥐는 쫓아봐야 물릴 뿐이라는 격언을 너희는 기억해야만 한다."


이 전투에서 제1기동야전군단이 입은 피해는 다음과 같았다. 2천기의 전함 전원 완파, 6천기의 순양함중 5천기 완파, 5천기의 구축함중 4천기 완파, 2만기의 미사일 순양함중 1만 8천기 완파. 해롤드의 야만인들이 입은 피해는 제1기동야전군단의 사각돌격이 그들의 전열을 지나가던 도중 일사분란하게 기동하지 못해 파괴 된 구축함 30기가 전부였다. 제1기동야전군단의 피해중 반파가 없는 이유는 조금의 피해라도 입은 함선은 모조리 완파 되었기 때문이였다. 해롤드의 완승이였다.


그 후 해롤드는 함대를 이끌고 33번 베이스가 기반 되 있던 행성에 상륙해 그곳에서 전후파티를 벌였다. 전사들은 여인네들이 침으로 발효시킨 벌꿀주를 마시며 흥겹게 춤과 노래를 즐겼고, 몇시간 전에 있었던 강력한 죽음이 그들에게 인생은 짧다는 사실을 인상시켜 준 것인지 살아 즐기는 모든 순간을 최대한 만끽하려 했다. 해롤드는 전사들을 복둗아줄 말 몇마디를 한 후 벌꿀주 한병을 든채 빠져나와 달 하나 없이 어두컴컴한 밤하늘을 벗삼아 홀로 술병을 기울였다. 어두운 밤하늘이 과연 그에게 무엇으로 보였었을까.







다혈질이고, 전쟁을 사랑하듯 좋아하며, 현대무기중 하나를 기병에 비교해 본다는 점에서 2차세계대전의 누구누구 미국인 지휘관이 떠오르실 분들도 계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