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9/30 15:43


 1200여 명의 사령관들, 그 무수한 사람들이 제 각각의 개성을 발하고 있다.

 끝이 없는 어둠과 무한한 허무, 상상을 초월하는 추위, 이러한 것들은 인간을 거부하지 않는다. 다만 무시할 뿐이다. 우주는 광대하지만 인간에게는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의식하고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의 범위 안에서만 의미를 지닐 뿐이기 때문이다.


 처음에 그것들에겐 이름이 없었다. 그러던 것이 미소하기 짝이 없는 인간들이, 인식이 가능한 범위의 것을 구별짓기 위해, 자기들이 창안하고 매긴 기호로써 이름을 붙여 부르게 된 것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행성은 발할라라 이름했다. 슈퍼노바 우주의 가장 험난한 곳을 관통하는 가늘고 길다란 안전지대의 터널이라면 이해가 쉽게 갈 것이다.

 그 한가운데를 수십 척의 초계함이 항행하고 있었다. 지금 B.R.S 제국 땅콩맛동산 대령은 발할라에서 상대 행성 근처로 정찰하고 있다. 승무원에 대한 훈련도 겸한 것이지만, 변광성, 적색 거성, 이상중력장(異常重力場) 등으로 가득 찬 주역(宙域) 그 앞쪽엔 보다 거대하고 인위적인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에 대비한 방어 임무도 수행해야 한다.


B.R.S 제국의 영역은 북부 가운데서도 일부에 그치고 있었으며, 인근에는 해적, 젤나가, 천마신교 등 쟁쟁한 제국들의 사령관들이 포진하고 있었다. 과거 여러 차례에 걸쳐 대규모 전투를 치른 곳이어서인지 그 일대에서는 이따금 수세기 전에 파괴된 우주선의 파편이 발굴되기도 한다.

 땅콩맛동산 대령이 지휘석에서 거구를 일으켜 세웠다. 오퍼레이터로부터 정체 불명의 미확인함선 발견 보고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B.R.S 제국이 만든 초계함의 적을 색출해 내는 시스템은 다른 함정과 똑같이 레이더, 질량계, 에너지 계량 장치, 선행 정찰 위성군(先行 偵察 衛星群) 등으로 되어 있는데 방금 그 모든 시스템으로부터 반응이 나타났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은의 강습함대다.

  "강습함대? 아군 함정은 아닌 것이 확실하겠지?"

  "예, 그렇습니다. 괴벨스 제독에게서 비작전중이라는 메세지가 도착했습니다. "

  "그렇다면 적이 틀림없군. 명령이다! 전원 제 1급 임전태세 돌입! 반복한다......"

 경보가 울려 퍼지고 승무원들은 아드레날린의 분비량을 증가시켰다. 각 부서끼리 연락을 취하는 소리가 함내에 소용돌이쳤다. 적선과의 거리 33광초(光秒), 자력포(磁力砲) 이상 없음, 열선포(熱線砲) 준비 양호, 스크린 입광량 조정 만전, 함장은 힘찬 목소리로 공통 신호의 발신을 명령했다.

  "정지하라, 불응하면 발포한다!"

  긴장으로 땀에 흠뻑 젖은 승무원들이 기다렸으나 답전이 도달하지 않았다.

  "무슨 생각인게지?"

  땅콩맛동산 대령은 자기 자신에게라도 묻는 것처럼 혼잣소리로 중얼거렸다. 함장은 팔짱을 낀 채 말없이 땅콩맛동산의 표정을 살피고 있었다.

  "굳이 교전을 하고 싶지는 않은데.."

  "괴벨스 제독으로부터 메세지가 수신되었습니다. 지역의 안전을 위해 선공이 필요하다."

  스크린을 열자 거기에 하나의 함정이 모습을 드러냈다. 땅콩맛동산 대령과 함께 사관학교를 졸업한 괴벨스 대령이다. 친우의 함선을 바라보며 땅콩대령은 생각했다. 저 녀석은 전쟁을 정말 쉽게 생각하는구만.

  은의 행성은 우주 동부와 서부의 경계에 위치하는 행성으로서 B.R.S 제국의 핵심이 될 구역이었다. 이른바 코어의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는데 이곳을 통과하지 않는 한 서로의 영역에 군대를 보내 침공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했다.

  행성 점수 1100점에 이르는 은의 행성 강습함대와 B.R.S 7함대 사령관이자 발할라 행성사령관인 땅콩맛동산의 싸움이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투 비 컨 티 뉴


1화 3줄 요약
1) 오늘도 신병 훈련중인 땅콩맛동산 대령
2) 땅콩맛동산 "적과 조우했지만 싸우고 싶지 않아! 난 평화주의자라고!"
3) 괴벨스 "땅콩성님 진격 앞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