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25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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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밀비는 숙면을 취하던 중 부관의 긴급보고에 깨어났다.


"지휘관님! 하이퍼 홀이 떨림을 시작했습니다! 떨림으로 추측하건대 약 20분 후 적 함대가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밀비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해롤드가 드디어 왔다. 도저히 이길 수 없을 전력으로 승리한 해롤드. 과연 해롤드는 문명과 야만의 경계로 오면서 어떤 비밀을 숨겨서 왔을까. 밀비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비밀이라면 밀비도 충실히 준비해둔 것이 있었다. 밀비는 웃었다.


"오늘만 지나면 드디어 발뻗고 지낼 수 있겠군! 모든 참모진을 상황실에 5분안에 집합시키도록. 실시!"


5분 후, 상황실에는 모든 참모진이 모였다. 그중에는 뚱뚱한 심장에서 겸사겸사 구출 된 메리우스와 속내를 모르겠는 링거도 있었다. 모두 자리를 잡자, 밀비는 링거에게 물었다.


"링거! 자네가 말한 준비는 다 끝났나?"


링거는 3d 홀로그램에 나타난 병력과 시설배치를 보여줬다.


"보다시피, 모든 준비는 완벽하게 끝났습니다."


밀비는 그것을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이제 그 함정 안으로 들어가주기만을 바래야겠군."


그 후 밀비와 장교들은 상황실에서 병력의 세세한 배치들을 교정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최종으로 완성 된 제1기동야전군단의 배치는 이러했다. HQ와 근방 라인에 플라즈마 캐넌 1천기와 순양함 1천기, 구축함 모두. 엔진을 미약하게 켜둔 채 항성계의 외곽에서 조용히 대기중인 순양함 4천기와 전함 4천기. 그들의 제1계획은 HQ 근방에 적들이 나타나면 배치한 어뢰를 폭파시킨 후, 플라즈마 캐넌으로 공격하며, 순양함과 구축함을 전진시키고, 숨겨둔 전함과 순양함으로 포위망을 구성 해 적을 섬멸시키는 것이였다. 만약 적들이 외곽에 나타날 경우에는 제2계획으로 진행하는대, 그것은 레일에 배치 된 플라즈마 캐넌을 빠르게 기동 해 얇게나마 포위망을 짠 후 적이 HQ 근방에 접근하면 어뢰를 터트리고 적을 포위 섬멸하는 것이였다. 또한, 적이 베이스를 구축한 후 장기간 공성을 생각한다면 제3계획으로 진행할 것이였는대, HQ에서 시선을 끄는 동안 외곽에 숨어있는 전함과 순양함으로 기습을 하는 것이였다. 해롤드는 이 함정에 빠진 이상 그 무엇도 할 수 없었다.


부관은 보고했다.


"하이퍼 홀 1분 전!"


링거는 무심히 3d 홀로그램을 바라봤다. 최상의 결과는 제1계획대로 해롤드가 행동해주는 것이였다. 그것은 가장 피해를 적게 보고 진행할 수 있는 작전이였고, 만약 해롤드가 그대로 따르지 않는다면 그것은 해롤드를 그가 잘못 판단했다는 뜻이 됬다. 또한, 링거의 발언은 어느정도 힘을 잃을 것이 분명했다. 링거는 그중 무엇도 바라지 않았다.


"30초 전!"


메리우스는 온몸에서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땀들을 계속 닦아냈다. 메리우스는 왠지 이번에도 자신들이 질 것 같다는 이유모를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해롤드는 이미 불가능해보이는 상황에서 그들을 한번 무찌르지 않았나? 메리우스는 답답하고 두렵고 모든 것이 자신을 짓누르는듯한 숨막히는 기분에 힘없이 쪼그라들었다.


"10초 전!"


밀비는 조용히 머리를 비웠다. 그의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여기서 진다면 밀비는 반역자가 될 것이요, 이긴다면 전쟁 영웅이 될 것이였다. 밀비는 조용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적이 도착했습니다!"


밀비는 눈을 번쩍 뜨고 상황병을 노려봤다.


"위치는?"


상황병은 감시 위성으로부터 보내져 온 정보들을 조합해 3d 홀로그램에 정보를 업데이트 시켰다. 해롤드가 나타난 위치는 HQ 근방이 아니였다. 그는 HQ로부터 약 1광분 떨어진 이름없는 바위행성의 근방에 나타났다. 링거는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링거는 해롤드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밀비는 재빠르게 상황을 판단한 후 명령했다.


"제2계획대로 진행한다! 플라즈마 캐넌들을 기동시키도록!"


플라즈마 캐넌들은 밀비의 명령대로 레일을 탄 채 고속으로 기동했다. 해롤드의 부관이 그에게 보고했다.


"적의 플라즈마 캐넌 1천기가 고속 기동을 시작했습니다!"


해롤드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작전지도를 내려다봤다. 그는 머릿속으로 조용히 수많은 결과들을 계산했다. 계산이 끝나자, 해롤드는 작전지도에 거대한 원들을 배치했다.


"준비한 행성파괴함들을 1열로 전진. 레일들을 공격한다."


그 무렵, 밀비는 3d 홀로그램을 바라보며 명령을 하고 있었다.


"이제 적들은 플라즈마 캐넌에 시간을 소모하거나, 고속으로 전진해서 그들로부터 피하거나, 둘중 하나를 택하겠지. 전자를 택한다면,"


하지만 밀비는 명령을 계속할 수 없었다. 밀비는 3d 홀로그램에 나타난 100기의 행성파괴함을 보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잠시 후, 정신을차린 밀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장교들에게 외쳤다.


"미친! 플라즈마 캐넌을 모두 HQ로 후퇴시키도록! 행성파괴함이다! 대체 어디서 저걸 구한거야!"


밀비의 판단은 빠르고 정확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충분히 빠르진 못했다. 100기의 행성파괴함들의 무자비한 백색 빛이 항성계를 뒤덮었고, 순식간에 해롤드 근방의 레일들은 플라즈마 캐넌과 함께 모조리 파괴됬다. 밀비는 망치에 얻어맞은듯한 얼얼함을 느꼈다. 밀비는 어질어질한 머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얼음물 한잔을 들이킨 후 명령했다.


"행성파괴함이 재충전 되기 전에 전군을 전진시킨다. 행성파괴함이 등장한 이상 이것은 더 이상 수성이 되지 못한다. 우리는 이제부터 야전으로 진입한다."


링거는 말했다.


"하지만 외곽에 배치 된 군대가 교전거리까지 등장하려면 못해도 하루는 걸릴 것입니다!"


밀비는 미소를 짓었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




그 무렵, 해롤드도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제1기동야전군단은 레일과 플라즈마 캐넌을 비밀카드로 가지고 있던 모양이였지만, 해롤드는 그것을 간단히 부술 수 있었다. 해롤드는 행성파괴함의 HQ를 향한 일제사격 후 전군을 전진시키기 위해 명령을 하려 했다. 그때, 그의 부관이 보고했다.


"다수의 하이퍼홀들이 근방에 나타났습니다! 총 숫자는 512개! 약 20분 후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해롤드는 순간 당황했다. 해롤드는 적이 그렇게 나올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조용히 적의 전력과 전략과 지휘관과 상황, 모든 것들을 감안하며 계산을 했고, 하이퍼 홀들은 단순히 시간벌이용 가짜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해롤드는 웃었다.


"하하! 누가 누구의 전략을 누구에게 써먹으려는 것인지! 어지간히 절박한가 보구만! 행성파괴함 일제사격 후 전군을 전진시킨다!"




밀비의 상황실은 끈적한 긴장감에 젖어있었다. 상황병은 보고했다.


"행성파괴함 일제사격, 30초 후 도착!"


밀비는 땀에 범벅이 된 손바닥을 꽉 쥐었다.


"이것만 버티면 된다! 이번 일제사격은 모든 어뢰들을 날려버리겠지만, 후방의 기습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들이 후방에 심각한 혼란과 타격을 야기시키고 1천기의 순양함과 구축함들로 적의 전면을 붙잡으면, 이번 전투는 우리가 이길 수 있다! 이번 한번만! 이번 한번만!"


"10초 후!"


밀비와 장교들은 모두 벽에 배치 된 홈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것은 충격의 와중에 사방을 굴러다니지 않을 수 있도록 사용자를 고정시켜줄 수 있었다. 일부는 자신이 믿는 신들에게 기도했고, 일부는 부모님에게 기도했다. 밀비는 기도하는 대신, 끊임없이 승리를 위한 전략에 대해 생각했다. 마침내, 상황병은 말했다.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세계가 뒤흔들렸다. 벽에 고정 된 다양한 기구들은 마구마구 떨려왔고, 전원은 나갔다 들어왔다를 반복했다. 그때, 상황실 천장의 크리스탈 강판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빨리 크림형 보완장갑으로 보완하지 않는다면 이곳은 무너지고 모든 인원은 사망하리라. 밀비는 크림형 보완장갑을 찾아 재빨리 주변을 둘러봤다. 투척용 크림형 보완장갑이 하나 보였다. 밀비는 그것을 잡아 천장에 던졌다. 투척용 보완장갑은 천장에 부딪히자 사방으로 터져나가며 금을 매꿨다. 위험한 순간이였다.


영원히 계속될 듯한 진동이였지만, 그것도 결국 끝났고, 사람들은 힘들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살아남았다는 것을 믿지 못하는듯 싶었다. 밀비는 피해를 확인하기 위해 재빨리 홀로그램을 바라봤다. 새로 갱신 된 홀로그램의 숫자는 순양함 800기, 구축함 1만 5천기였다. 상황실의 모두는 승리를 직감했다. 밀비는 명령했다.


"전군 전진!"




해롤드는 적들이 군대를 전진시키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제대로 자리잡은 대규모 군대에게 소규모 군대가 달려든다면, 그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해롤드는 명령했다.


"행성파괴함은 2열로 후진, 중앙의 순양함은 1열로 전진, 양익의 구축함과 미사일구축함은 사선으로 기동하며 적의 양익을 포위. 실시!"


해롤드는 그렇게 명령하며 작전지도의 말들을 움직였다. 그때, 상황병의 다급한 보고가 전해져왔다.


"하이퍼홀중 하나에서 대규모 적 함대 발견됬습니다! 규모, 순양함 4천기와 전함 4천기!"


해롤드는 이해할 수 없었다.


"뭐?"


상황병은 보고를 계속했다.


"후열의 행성파괴함, 집중포화중! 피해가 심각합니다!"


해롤드는 도저히 그런 함대가 어떻게 나타났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일단 급한 불은 꺼야했다. 해롤드는 명령했다.


"행성파괴함을 후방의 적에게 전원 전진시키도록! 나머지는 적의 순양함 8백기와 구축함 1만 5천기를 공격한다! 어서!"


순식간에 전투는 공성전에서 치킨 레이스의 형태로 모습을 전환했다. 만약 해롤드가 먼저 전면의 제1기동야전군단을 전멸시키고 행성파괴함을 방패 삼아 공격한다면 해롤드가 이길 가능성은 존재했다. 만약 밀비가 먼저 행성파괴함을 전멸시키고 후방을 공격한다면 밀비는 완승을 거둘 수 있었다. 둘다 최대한 빨라야했다. 밀비과 해롤드 둘다 그것을 잘 알았고, 미친듯이 함대를 운용하며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벌어보려 했다. 하지만 해롤드는 절대적인 전력에서 밀비에게 너무 심각하게 밀렸다. 치킨 레이스의 패배자는 결국 해롤드가 됬다.


"후방의 행성파괴함이 전원 파괴됬습니다!"


해롤드는 자신이 이번 전투를 패배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전쟁에서까지 패배한 것은 아니였다. 그는 일단 이번 전투에서는 후퇴한 후 타 부족과 연합 해 2차 공격을 계획할 것이였다. 그때, 누군가가 해롤드에게 얼음물을 한잔 건내줬다.


"찬물 한잔 마시고 일단 머리를 식히시지요."


해롤드는 얼음물을 반갑게 받아 숨도 쉬지않고 들이마신 후, 감사를 표하려 했다. 하지만 물을 마시자 마자 해롤드의 심장은 순식간에 오그라들듯 조여들어 온몸을 쥐어짜냈다. 해롤드는 가슴을 쥐어 뜯듯 부여잡으며 부릅 뜬 눈으로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그가 가장 신임하던 아들, 제퍼슨이 있었다. 제퍼슨은 해롤드를 무심히 내려다봤다. 마치 해롤드가 과거에 자신의 아버지를 내려다보았듯. 해롤드는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입을 필사적으로 달짝였다. 하지만 해롤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채 그대로 털썩 쓰러져,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제국을 잠시나마 공포에 불어넣은 인물이였지만, 그의 죽음은 유언조차 없이 비참했다. 제퍼슨은 해롤드의 시체로부터 그의 망토를 벗겨내 그의 몸에 걸쳤다. 그리고 잠시동안 눈을 감고 그 권력을 음미한다음, 명령을 내렸다.


"구축함들로 시간을 벌고, 순양함과 기함은 하이퍼 드라이브로 후퇴한다. 실시!"


밀비의 상황병은 보고했다.


"해롤드가 하이퍼 드라이브로 도주합니다!"


밀비는 지친듯 의자에 체중을 실으며 명령했다.


"내버려 둬. 어차피 못잡으니까. 겨우 이겼군. 함대 방송을 할 것이니 모든 함대로 통신을 연결시키도록."


밀비뿐만 아니라, 나머지 고위장교들도 승리를 기뻐하기에는 너무 심각하게 지쳐있는 상태였다. 그래서인지 거대한 승리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실은 조용하기 그지없었다. 밀비는 통신이 연결됬다는 표시가 뜨자,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을 시작했다.


"우리가 이겼다. 적들은 동료를 남긴 채 도주했고, 우리는 오늘 그들에게 33번 베이스에서 받은 만큼 돌려줬다. 이제 그들은 한동안은 이곳을 다시 넘볼 생각을 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제국을 지켰고, 이제 온 제국이 우리에게 감사를 표할 것만 남았다. 전투의 정리가 끝나면 일주일의 자유시간을 모두에게 줄테니 전투의 피로를 마음껏 풀길 바란다. 그럼 이만."


밀비는 통신이 끝나자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의자에 몸을 기댔다. 그는 해롤드를 무찌른다면 엄청난 기쁨이 느껴질줄 알았다. 하지만 기쁨 대신, 그는 허무와 피로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그것이 매우 혼란스러웠다. 그의 부관은 물었다.


"지휘관님. 저희는 오늘 승리했습니다. 그것이 기쁘지 않으십니까?"


밀비는 부관에게 대답을 하지 않으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는 혼란스러웠다. 매우 심각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