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28 21:01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172

외곽의 어느 황량한 사막행성. 지표면으로부터 500m 지하에 건설 된 대규모 지하도시의 한 곳으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들의 팔은 못먹어 비쩍 말랐고, 볼은 웅덩이처럼 움푹 들어갔지만, 손에는 가우스 라이플을 들고 있었고, 무엇보다 독기 찬 형형한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걷는 그들의 발걸음은 신화적인듯 웅장했다. 그것은 평생동안 무언가를 준비한 자들만이 낼 수 있는 발걸음이였다.


지하 도시에 퍼져있는 1천만 주민들은 그들의 할아버지들이 강한 근육의 청년이였을 때부터 건축해온 모든 함선들이 자리잡은 선착장에 모였다. 선착장은 1천만명을 모두 수용하고도 남을 정도로 거대했는대, 곳곳에는 인간을 개미처럼 보이게 만드는 위엄넘치는 함선들이 어두운 빛에 일렁이듯 번뜩이며 우뚝 서있었다. 공기는 탁했지만 뜨거웠고, 뒤틀린 울분으로 들끓었다. 그들의 지도자 헤롤드는 중앙에 위치한 50m 높이의 탑의 정상에 위치해 있었다. 1천만명 모두에게 보이기 위해서는 그정도 높이가 필요했다. 그의 옆에는 헤롤드를 묵묵히 보좌해 온 그의 충성스러운 아들들이 있었다. 그중 첫째인 제퍼슨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아버지. 때가 왔습니다."


헤롤드의 아버지부터 준비되오기 시작해, 헤롤드가 어느덧 중년의 나이가 되서야 겨우 나타난 때. 그것은 한 가문의 숙명을 뛰어넘어 은하의 반이 넘는 거대한 지역, 그리고 그 안의 민중들이 열망해오던 희망이 된 폭발을 시작해줄 조그마한 불씨 하나였다.


"황제가 죽었으니 후계자들은 편가르기를 시작할 것입니다. 국경 수비대를 제외한 모든 군대는 수도 근방으로 소환되겠고, 국경 수비대조차 대부분의 병력을 차출당하겠죠. 아버지, 민중들이 아버지를 기다립니다."


헤롤드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그곳에는 자신이 평생동안 제국을 베어넘기는 검이 되겠다고 맹세하며 남긴 자상이 뒤틀린 흉터로 남아있었다. 헤롤드의 손에 자글거리는 주름은 헤롤드에게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는지를 연상시켜주었다.


"그래, 정말 오랜 기다림이였지."


헤롤드는 상당한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거대한 체구를 일으켰다. 그는 그의 발 아래까지 내려오는 거대한 곰가죽 망토만을 입고 있었는대, 전면으로는 그의 연륜을 말해주는 수많은 상처들과 우람한 남근이 조금의 여과없이 드러나있었다. 머리카락은 굵은 모발의 장발이였는대, 땋아서 뒤로 길게 늘어져 있었다. 헤롤드는 우뚝 서 주위를 내려다보았다. 어두운 불빛 너머의 너머까지 그만을 따르는 수많은 전사들이 우글거렸다. 그들이 조종할 막강한 함선들도 오랜 기간의 준비동안 충분히 쌓여 있었다. 이제 정말로 때가 온 것이였다. 헤롤드는 정열적으로 양팔을 치켜세우며 흉악한 표정을 짓었다.


"우라!!!"


전사들은 그들의 추장을 따랐다.


"우라!!!"


언제 제국의 감시위성에 걸릴지 몰라, 전등도 마음대로 키지 못하고 소리도 마음대로 내지 못하던 과거의 설움을 떨쳐내려는 것일까. 전사들의 야만스러운 외침은 온 선착장을 울리고, 심장을 울렸다. 헤롤드는 뜨거운 공기에 휘감긴 그의 전사들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정말 오랜 기다림이였다. 제국은 영원토록 무너지지 않을 막강한 성채처럼 보였고, 우리는 그들의 미움을 산 하룻살이처럼 보였었다. 아버지들의 아버지들의 아버지들의 아버지부터 우리는 우주로 향했지만 그들중 누구도 돌아오지 못했고, 우리는 이렇게 땅 속으로 숨을 수 뿐이 없었다."


헤롤슨은 정열적으로 난간을 내리찍으며 마치 피를 토하듯 내뱉었다. 마이크가 없음에도 그의 목소리는 온 선착장을 울렸다.


"이제 제국은 흔들린다! 가장 밑바닥의 벽돌들부터, 가장 깊숙한 심장까지, 모든 부분에서 그들은 마치 태풍 앞의 갈대나무처럼 사정없이 무너져내리고 있다! 우리를 이미 무릎꿇렸다 생각하고 방심하는 것이겠지. 하지만 보라! 우리의 전사들은 모래알처럼 많고, 함선은 바위처럼 튼튼하다. 그들의 오만은 우리에게 가장 치명적인 약점을 스스로 보여주게 만들었으니, 우리로서는 어쩌겠나? 그 약점을 달아오른 송곳으로 두부찍듯 파헤칠 수밖에! 조상들이 직접 보살펴주는 우리의 함선들은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전사들이여, 우리의 적이 강대하다고 두려워하지 말라! 그들은 살집만 불린 돼지일 뿐이다! 우리는 진정한 사나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계집같은 이들에게 보여줄 것이다. 수십년동안 훈련해온대로 함선에 올라타라. 수십년간 배워온대로 자신이 맡은 역활을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며 따르라! 조상들께서 언제나 우리를 살펴봐주실 것이다! 출격준비를 시작하도록!"


헤롤드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뒤돌아 자신의 아들들을 바라봤다.


"이제 제국은 무너질 것이다."




며칠 후, 문명과 야만의 경계에서는 긴급참모회의가 열렸다. 다들 자다가 호출받고 끌려와서인지 그리 정신이 말끔해보이지는 않았다. 밀비를 포함해 참모들이 모두 모이자 뜨겁게 달아오른 쇠처럼 흥분한 제이크는 말했다. 눈썰미 좋은 밀비는 제이크가 전쟁을 위해 태어난듯 전쟁에 흥분하는 사람이기는 해도, 왠만한 전투로는 저정도까지 흥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한참 숙면중일텐데 제군들을 깨워야 했다는 점에서는 우선 사과를 하겠네. 하지만 전시니 어쩔 수 없는 점은 그렇게 보고 넘어가도록 하고, 상황병! 3차원 홀로그램 매핑은 끝났나?"


3차원 홀로그램 매핑은 주로 전투가 가까워질 때 다양한 보고들과 감시위성들을 통해 얻은 자료들을 입력하여 전장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였다. 전략을 세우는 것에 그것만큼 쓸만한 기술은 없었지만, 사용에 돈과 인력이 워낙 소모되기에 간단한 국지전 수준의 전투에서는 그리 쓰이지 않는 기술이기도 했다. 그것은 현재 발생한 상황이 끽해야 초계함이 주력인 함대의 국경약탈 수준이 아니라는 뜻이였다. 터미널을 통해 문명과 야만의 경계의 메인 컴퓨터를 조작하던 상황병들중 한명은 답했다.


"지휘관님, 현재 수치 입력은 모두 끝났고 프로그램이 연산을 끝내기만을 기다리면 됩니다."


제이크는 혈기를 주체못하는듯 계속 상황실의 안을 왔다갔다하다, 상황병의 말을 듣자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빠르군! 준비해둔 자료가 큰 도움이 됬어. 그럼 연산이 끝날동안 간단히 상황을 알려주도록 하겠네. 자네들도 모두 앉으라고."


참모들은 제이크의 착석권유대로 자리에 앉았고, 모두 자리에 앉자 제이크는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우리의 고물 감시위성이 지하까지는 감시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해 인근 부족이 군대를 모은 모양이야! 지금으로부터, 음 정확히 12분 전에 33번 베이스로부터 초광속 보고가 들어왔네. 적 함대의 규모는 미사일 구축함 2만척, 구축함 2만척. 중형급이 전부이니 간단히 처리할 수 있겠지. 상황병, 3차원 홀로그램 매핑은 얼마나 되었나?"


제이크의 말이 무섭게, 탁자의 위에 거대한 우주를 보여주는 3차원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한쪽에는 달이 하나도 없는 바위형 행성이 있었고, 근처에 위치한 33번 베이스를 향해 4만척의 함대가 약 1광분의 거리를 두고 접근하고 있었다. 33번 베이스에는 기초적인 방어시설과 5백기의 구축함이 배치 되 있었지만 금방이라도 무너질듯 보였다. 4만척의 함대, 바위형 행성, 33번 베이스가 몰려있는 3차원 홀로그램으로부터 약 1 광분 떨어진 곳에는 워프 게이트가 하나 있었다. 밀비는 문득 4만척의 함대로 만들어진 거대한 전열 속에 구멍 여러개가 뚫려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아마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해 전열조차 똑바로 이루지 못한 것이였겠지만, 밀비의 직감이 그 구멍은 단순히 그런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밀비는 그것을 유심히 살펴보려 했지만, 제이크가 한마디 하자 더 이상 그것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상황병, 15, 71, 21 - 65, 71, 21 - 65, 201, 21 - 15, 201, 21, +-50 지역을 확대하도록."


33번 베이스 근방으로 홀로그램이 확대됬기 때문이였다. 밀비는 무언가 찝찝했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한편, 제이크는 확대 된 부분의 전열을 보며 말했다.


"일단 여기 볼 수 있듯이 미사일 구축함은 전원 후방에 배치되어있는 상태다. 전함의 사각돌격에 구축함은 쥐약이라는 것을 알고 그것에 대비한듯 하군. 아직 워프게이트의 위치를 발견하지 못했는지 워프 게이트를 파괴는 커녕 대비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니 감시위성을 거의 소유하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33번 베이스에 다수의 감시위성이 배치 되 있으니 그곳을 점령하면 감시위성이 부족하다는 약점을 적이 곧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33번 베이스에 감시위성 파괴 명령을 내려야만 하는대 그럼 우리도 맨눈으로 싸우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자네들의 의견은 어떠한가?"


*사각돌격. 전함의 막강한 전명장갑과 양면 공격력을 최대한 이용한 돌격진형.  *         *

                                                                                                     *         *         *

                                                                                                          *         *

전면장갑과 어마어마한 질량을 이용해 적의 전열을 깨부수며 관통하고, 양면에 배치 된 수많은 함포를 100% 가동시켜서 적을 학살하는 돌격 진형의 대명사이다. 돌격중 잠시라도 정지하면 전면장갑에 비해 비교적 나약한 후면장갑이 적의 포화에 관통 될 수 있기에 무조건 적의 진형을 완전관통해야만 하는 진형이기도 하다. 성공하면 적의 진형을 부술 수 있고, 막대한 피해또한 남길 수 있지만 실패하면 작전에 투입 된 전함이 모두 완파 된다.


참모들은 이런저런 의견을 내놓고,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참모들을 몰아세우며 요란하게 논쟁을 벌였다. 제이크는 그 모습이그리 맘에 들지는 않은지 눈썹을 꿈틀거렸다. 밀비는 한 의견을 내놓았다.


"일단 33번 베이스는 구출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됩니다. 33번 베이스에서 보내 준 정보의 신빙성도 의심되고, 애초에 이 습격이 함정일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그러니 워프 게이트 근방에 전함 다수를 보내 지역을 사수하고, 안티 드라이브 필드를 펼쳐 33번 베이스에 적을 고립시킨다음, 철저한 초계행위로 적의 모든 것을 확인한 후에야 진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이크는 밀비의 의견을 듣자 털털하게 웃어재끼더니, 밀비의 등을 두터운 손으로 두들기며 말했다.


"밀비, 이 친구야! 정말 누가 범생이 아니랄까봐 아주 FM대로 생각하는군! FM은 이곳에 한번이라도 와보긴 했을지 의심스러운 윗선의 꼴통들이 싸지른 똥을 두글자로 압축시킨 것에 불과한 물건이라네. 저 야만인들은 내가 자주 겪어봐서 아는대, 머릿속에 뇌 대신 스펀지가 들어있는 자들이지. 그들에게 함정같은 고차원적 전술을 구상해낼 지적 능력따위는 존재하지 않고, 정면싸움만 그나마 할 줄 알지. 우리의 참모진은 아무래도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하신듯 싶으니 조언없이 결정을 내리도록 하겠네. 우리는 제1기동야전군단을 이끌고 33 베이스로 향한다. 그리고 워프 게이트를 발견도 못했고 조그마한 승리에 집착해 정신없는 놈들의 뒷통수를 제대로 갈겨줄 것일세. 이의는 받지 않을 것이고, 전원 기함에 탑승하도록."


회의가 끝나자 참모들은 모두 간단히 짐을 정리하고 기함에 탑승할 준비를 하기 위해 뿔뿔이 흩어졌다. 하지만 제이크의 참모들중 한명인 잭슨은 그러는 대신 몰래 숨은 후, 긴급회의의 모든 내용을 해롤드와 그의 아들들에게 보고했다. 해롤드는 그와 함께 보고를 듣자 얼굴이 굳어진 그의 아들들에게 말했다.


"왜, 우리가 패할 것이라 생각하나?"


아들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해롤드는 아들들에게 다가가 얼굴을 한대씩 강하게 후려쳤다. 아들들이 어리둥절해하자 헤롤드는 굳은 얼굴로 말했다.


"절대, 절대로 승리에 대한 의심을 가지고 전장에 나서지 말아라. 지휘관의 감정은 그의 부하들에게로 전염된다. 그리고 승리를 의심하는 병사는 병사가 아니라 월경하는 여인네들이나 다름없다. 승리가 의심 된다면 승리가 의심되지 않을 때까지 준비하고, 또 준비하고, 또 준비하고, 또 준비해라. 전투는 그렇게 이기는 것이다. 알겠나?"


아들들은 얼굴을 어루만지며 고개를 끄덕였고, 헤롤드는 뒷짐을 진 채 기함의 스크린을 바라봤다. 그리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우리의 준비는 충분했다."


한편, 밀비는 궁금한 것들을 알아보기 위해 상황병중 한명을 호출했다. 상황병이 오자 그는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았다. 33번 베이스 근방이 매우 어두웠는대 모성으로부터의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순양함용 조명탄의 재고가 얼마나 남았는지, 그리고 그 외 이런저런 것들. 밀비는 33번 베이스 근방이 모성으로부터 무려 100광분이나 떨어져 있다는 사실과, 마침 순양함용 조명탄이 최근 참모 잭슨이 건의했던 기동훈련중 전원 소모되어 보급을 기다리던 중이였다는 사실이 무언가 연관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준비가 너무 부족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