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30 00:24

“일단 2, 3, 5, 7함대가 기본적으로 행성 경계를 맡고 우리 1함대는 항시 기동하여 혹여나 있을 불상사에 대비한다는 것이 이번 작전의 골자라 할 수 있는데……자, 그럼 중요한 것은 이거지. 누가, 언제 쳐들어 올까 하는 것이다.

지금 가장 가능성이 높은건 레벤탈 측이지. 비밀리에 모이는게 아니라 아예 이 주변 성계에 초청장을 팡팡 뿌려댔으니 레벤탈 측에서도 이 정보를 취득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 다들 예측할테지만 레벤탈 측에서 아마도 무력시위라도 하러 올 거야.“

“그렇다면 그때 2함대부터 7함대까지는 7함대 기함 알로에를 중심으로 하여 방어진을 펼치는 셈입니까?”

니베아 루르시아 중령이 말했다. 키르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알로에가 워낙에 밸런스 붕괴급 함선이잖나. 문제는 가스 역시 밸런스 붕괴급으로 잡아먹는다는것이라……알로에의 엠피오라 제독께서 방어전선을 총 책임 하실 것이다.”

“우리가 망치인 겁니까?”

시아 웰거런이 말했다. 키르건은 역시 고개를 끄덕여 주며 대답했다.

“망치라기 보단 창이 맞겠지. 우리 함대의 특성상 망치처럼 확실히 뭉개버리는 것 보다는 창처럼 한 점을 꿰뚫어서 헤집는 것이 나을테니……그래서 지금부터 귀관들은 적의 예상 루트와 그에 따른 우리의 이동 루트를 한 번 점검해 보도록.”

함장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킬테일 행성 근처의 성계지도를 띄운 다음 논의를 시작했다. 키르건은 그녀들을 바라보며 담배나 한 대 더 태울까 하다가 시우 메테르니히 중령에게 잔소리 들을 것이 생각나 담배를 집어 넣었다.

“뭔가, 사령관.”

키르건은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믹 몬타나 준장에게 고개를 돌렸다. 몬타나 준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함대 관련인데……저는 어째서 온 겁니까?”

“……남자 혼자 있으면 심심하잖나.”

“……정말 그런 이유로 절 부르신 겁니까?”

“날 버릴건가?”

몬타나의 미간에 살짝 주름이 잡혔다. 반 평생을 강습해병으로서, 병으로 시작해서 어느새 준장까지 이른 말 그대로 전설과도 같은 존재다.

“담배 한 대 못 피우고 이러고 있으려니 힘들어서 그렇습니다. 핫핫핫!”

“피워도 되네.”

“정말입니까?”

“내가 언제 사령관 흡연하는것 가지고 뭐라 한 적 있던가? 같은 흡연자끼리 그럴 이유가 없잖은가.”

“핫핫핫, 감사합니다, 제독!”

몬타나 준장은 바로 품에서 커다란 시가를 꺼내어 불을 붙이려 했다. 그러나 이어진 키르건의 말은 그로서 하여금 담배를 다시 넣게 했다.

“다만 옆에 메테르니히 중령이 있다는 걸 명심해 주길 바라겠네.”

“……크윽.”

시우 메테르니히 중령이 자신의 이름을 듣고 눈을 들어 두 남자를 슬쩍 흘겨보고는 다시 지도로 눈을 돌린다. 상아빛이 감도는 은발에 왠지 차가워 보이는 인상의 그녀는 1함대 내에서 유명한 혐연가다. 그녀의 전함 브리아레오스의 경우 함선 내 전 구역이 금연구역 화 되어있기도 하다.

게다가 시아 웰거런 중령 역시 메테르니히 중령 못지않은 혐연가다. 아무리 강습해병으로 뼈가 굵고 담이 커진 몬타나 준장이라 해도 그 이 두 여자 앞에서 담배를 피울 용기가 나질 않았다.

키르건은 몬타나에게 따뜻한 핫 초코 한 잔을 가져다 주도록 한 뒤 함장들에게도 커피를 한 잔씩 가져다 주었다. 그리고는 자신은 노란 새가 그려져 있는 커다란 머그컵에다가 핫 초코를 한 잔 가져오게 해서 껴안듯이 쥐고 마시기 시작했다.

“……노란 새……그거 총수님이 주신거죠?”

니베아 루르시아 중령이 피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키르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우, 진짜 닭살이라니까요. 그 노란 새……총수님한테만 쓰는 애칭?”

“어? 그러고보니 총수님 닮은 것 같기도 한데? 제독, 설마 평소에는 그런 근엄한 얼굴로 있으면서 총수님한테는 ‘나의 작고 이쁘고 귀여운 노란 새…….’ 하시는 건가요?”

“……자라드 부제독. 좋은 의견이군. 한 번 써먹어 보고 결과를 이야기 해 주겠네.”

이번에는 키르건이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대충 넘어가고 일들 합시다 하는 무언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카니아 자라드 준장과 니베아 루르시아 중령을 필두로 한 함장들의 터져나오는 수다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진짜 총수님이랑 제독의 닭살은 은하계급일거에요. 부제독, 저번에 봤어요? 총수님이 볼텍스에 오셨을때 말이에요.”

“당연하지, 니베아. 그때 총수님이 함교에 오르시다가 발을 살짝 삐끗하셨거든? 그러자 제독이 지금껏 단 한번도 보여준 적 없는 엄청난 몸놀림으로 달려가 총수님을 품으로 받아 내셨어. 내가 진짜 군생활 하면서 제독이 그렇게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본 적이 없다니까.”

“정말요? 완전 대박……그런데 왜 평소엔 저렇게 늘 멍하게 지내시는 걸까요?”

“몰랐어? 제독의 뇌 속은 딱 두가지로 구분되어있어. 총수님이랑 1함대. 그래서 그 외의 일은 제독님에게 흥미를 일으키지 못……아, 담배랑 커피도 약간 차지하겠네.”

“왠지 총수님이 부럽네요……난 언제쯤 그런 남자 만나볼까요?”

니베아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묵묵히 듣던 시아가 니베아의 머리를 살짝 껴안고는 토닥이며 위로해 주었다.

“크흠, 마무리들 하지?”





















닭살은 은하급으로 떨어줘야 제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