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4/10 16:11
기술의 발전이란 물풍선과 비슷해 한쪽을 누르면 다른쪽이 튀어나오게 돼있다. 찌그러진 모양을 바로잡기 위해 물풍선을 더 힘줘 잡는다면 오히려 그 힘에 더욱 더 예상치못한 모양으로 찌그러지다 결국 사람의 손을 벗어나 바닥에 떨어지곤 했다.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예상치못한 상황을 야기한다는 뜻이였다.

식물인간들을 위해 개발 된 의료도구가 하나 있다. 그 도구는 밥통을 뒤집어 놓은 것처럼 생겼는대 뇌파를 감지해 식물인간이 원하는 다양한 것들을 해줄 수 있다. 의사나 간호사를 부른다던가, 기계팔로 혼자 밥을 먹는다던가, TV 채널을 돌린다던가, 컴퓨터 타자를 쳐준다던가. 비싼 가격때문에 상용화되지는 못했고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채 그 의료도구는 차츰차츰 잊혀져갔다.

그런대 놀랍게도 그 도구가 인류의, 아니 포유류의 역사를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뒤흔들었다. 한 할일없는 부자가 뇌파감지기를 구입해 그의 애완견에게 씌웠던 것이였다. 놀랍게도 애완견은 할일없는 부자의 간단한 훈련 후 뇌파감지기를 이용해 기계팔을 움직여 멀리 떨어져 있는 맛좋은 간식을 가져왔다. 전혀 예상치 못한 애완견의 성과에 놀란 부자는 순간 한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지능이 훌륭한 개는 지능이 형편없는 인간보다 더 똑똑하다는 사실. 부자는 소름이 돋았다.

여기서 만약 부자가 공포에 질려 모든 사실을 은폐했다면 현 포유류를 괴롭히고 있는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부자는 공포에 질리기는 커녕 흥분에 젖어 전문가들을 고용해 제대로 된 훈련일정까지 짜냈고 언어학자를 고용해 그의 애완견에게 언어를 가르치도록 시키기까지 했었다.

결국 훈련 시작한지 9개월하고 21일 후. 부자의 애완견은 뇌파감지기와 연결 된 인공목소리장치를 통해 떠듬거리며 생애 첫 영어 한마디를 내뱉었다. 그 역사적인 첫 문장은 'I'm hungry.' 였다. 전문가들이 검사해본 결과 부자의 애완견은 실제로 굶주려있었다. 개에게 언어가 전수 된 첫순간이였다.

한번 입이 트이고 나니 그 후부터는 모든것이 순탄하게 흘러갔다. 부자는 그의 애완견과 농담따먹기를 하며 낄낄거릴 수 있게 됬고 보스턴 레드삭스의 팬인 애완견에게 뉴욕 양키즈의 팬으로서 폭언을 내뱉기도 했다. 물론 애완견 또한 보스턴 레드삭스의 팬으로서 부자에게 잔뜩 폭언을 내뱉었다.

그뿐만이 아니였다. 부자는 인간 형태의 기계육체를 제작해 그의 애완견이 탑승후 조종할 수 있도록 했다. 애완견은 좀 뻣뻣하긴 해도 뇌파를 이용해 기계육체 위에서 인간처럼 살아갈 수 있었다. 의자에 앉아 식사를 한다던가, 쇼파에 앉는다던가, 등등. 그정도 되니 애완견은 거의 사람과 비슷하게 됬다.

그 즐거운 시간은 공포에 질린 대중이 숨어들어 애완견을 칼로 찢어발겨 죽임으로서 끝을 맞이했다. 그들은 애완견이 말을 하고 사람처럼 행동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고 그것은 공포로 변했다. 분노한 원숭이보다는 공포에 질린 원숭이가 더 위험하다. 후자는 공포를 없애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일이든지 할 수 있으니. 부자는 애완견의 찢어발겨진 시체 앞에서 그 사실을 뼈저리게 되새겨야했다.

부자는 포유류 권리신장 운동가가 되었다. 부자는 애완견과 보냈던 시간들을 얘기하며 포유류는 인간보다 열등한 존재가 아니라 그저 신석기시대 원시인들처럼 덜 배운 것 뿐이라 말했다. 신석기시대 원시인과 현대 인간은 육체적으로 볼 시 별 차이점을 찾아볼 수 없다. 만약 신석기시대 원시인이 현대에 태어나 현대교육과 자라난다면 그는 원시인이 아니라 현대인이 될 것이다. 원시인과 현대인의 차이는 순전히 문화와 시대와 교육때문에 생겨나는 것이였지 현대인이 원시인보다 더 우월해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였다.

부자는 직접 포유류들을 훈련하며 그 사실들을 증명했다. 돼지, 개, 돌고래는 인간과 흡사한 수준의 지능수준을 보였고 좀 더 멍청한 포유류들은 인간 저능아와 비슷한 수준의 지능수준을 보였다. 심지어 한 똑똑한 돼지는 멘사 시험까지 통과했다. 

사람들은 공포에 질렸다. 본디 사람만이 가지고 있던 '사람다움' 이라는 권리를 빼앗기게 될 상황이였다. 사람들은 처음에 지식인들을 내세워 논리로서 부자를 제압하려 했다. 하지만 역으로 그 논리에 의해 부자에게 제압당하자 마지막 수단인 무력을 내세우게됬다. 정부는 그들의 권력기반인 민중의 목소리를 충실히 수행하며 은밀한 방식으로 부자를 공격했다. 부자는 결국 정부에게 모든 연구자료와 대부분의 훈련 된 동물들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모든 인간들이 포유류를 차별한 것은 아니였다. 전세계의 동물애호가들은 포유류 권리신장 운동을 받아들였고 그중 한명은 태평양 한가운대에 무인도 하나를 소유하고 있었다. 동물애호가들은 마치 남북전쟁 도중 남쪽에서 북쪽으로 노예들을 빼돌린 노예해방 지지자들처럼 스스로를 숨긴채 태평양 무인도로 부자와 포유류들을 뺴돌렸다. 그렇게 부자와 동물들은 세계로부터 모습을 감췄다. 잠시동안 세계는 시끌벅적했지만 곧 문제는 가라앉게 되었다. 세계가 포유류에게 저질렀던 학살은 그저 매일매일 이루어지는 도축일 뿐이였다. 많은 학자들이 부자의 연구결과에 깊은 호기심을 가졌지만 정부의 검은 손때문에 아무것도 못했다.

10년이 흘렀다. 통일장 이론은 스스로를 어노이무스(익명) 이라 부르는 이름모를 물리학자덕에 큰 진전을 보여 10년 후면 완성될듯 싶었다. 양자컴퓨터는 역시 스스로를 어노이무스라 부르는 한 엔지니어 덕분에 큰 진전을 보여 상용화 PC버젼이 놀랍도록 싼 가격에 출시됬다. 문학 또한 어노이무스가 발표한 수많은 명작에 깊이 영향받았다. 사람들은 풍족해진 세계에 만족하며 웃음을 달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어노이무스의 이름으로 한 영상이 CNN에 보내졌다. 그 영상 안에는 돼지와 개와 돌고래가 있었다. 돼지는 물리학자였고 개는 엔지니어였고 돌고래는 작가였다. 세계를 발전시킨 어노이무스의 충격적 등장이였다.

상황이 달라졌다. 정부는 권력기반인 민중과 블루오션이 될 수도 있는 포유류 지식인들을 양손에 놓고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결국 정부는 민중의 반대를 무릅쓰고 50 km^2의 대지를 포유류 자치구역으로 지정했다. 대가는 문화및 과학적 전폭적 협력이였다. 

땅 한가운대 섬속에 살며 부자와 포유류들은 포유류 권리신장을 위해 많은 운동을 벌였다. 그들은 이미 사고방식이 머릿속에 굳어버린 어른들보다는 아이들을 노렸다. 포유류 스파이들이 동물애호가들의 도움과 함께 세계 곳곳의 애완동물 상점으로 보내졌다. 포유류 스파이들은 아이들과 놀며 몰래 비차별적인 사고를 심어넣었다. 또한 포유류들은 직접 서커스단을 조직해 포유류 이미지를 친근하게 바꿔보기도 했고 많은 영화와 소설을 통해 포유류의 권리에 대해 호소했다.

포유류들은 정열적인 삶을 살았다. 그들의 삶은 인간보다 짧았다. 그랬기에 그들은 인간보다 더욱 더 정열적이고 저돌적으로 살았다. 결국 그들의 정열은 세계를 바꿨다. 50년 후, 개남성과 인간여성이 결혼식을 벌였다. 애완견과 어린아이로 처음 만났던 그들은 결국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식을 벌였다. 개의 불타는듯한 정열에 반했다라나. 포유류 자치정부및 인간 정부의 전폭적 지원아래 결혼식은 문제없이 끝났다. 

결혼식은 하나의 상징이였다. 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벌어지던 수많은 폭력과 학살이 끝나간다는 상징. 결국 모두는 화합과 소통으로 평등하게 설 수 있게 됬다는 상징. 그것은 새로운 시대의 서막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