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30 08:50

토버는 문득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의 건강이 갑작스럽게 악화 됬다거나, 심각한 위협이 그를 노리고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였다. 그의 몸은 언제나처럼 튼튼했고, 세계는 언제나처럼 안전했다. 그래서 다른 이들이 토버에게 삶이 곧 끝날 것 같다 느끼는 이유를 물어봐도, 토버는 허허 웃기만 할 뿐 이유를 답해주지 못했다. 그저 다가오는 죽음이 보인다고 말할 뿐이였다.


토버는 그만의 조그만 공간에서 조용히 삶을 되돌아봤다. 토버는 스스로 충만한 삶을 살아왔다 생각했지만, 죽기 직전이 되자 곁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니 그것은 토버만의 착각이였나보다. 사실 그것은 토버가 젊고 팔팔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곁에서 함께 인생을 살아갈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고, 친하다 생각했던 자들은 다시 보니 도저히 가까워질 수 없을만큼 멀리 떨어져있었다. 가족이라고 다를 것은 없었다. 자식들이 스스로의 삶을 살기 위해 멀리 떠나니 한번 벌어진 거리는 다시 좁혀질 생각을 않았다.


모두 토버가 자초한 일이였다. 오로지 앞만 바라보며 다른 쪽으로 멀어진 자들은 인생의 패배자라 생각했으니 결국 자신만의 길에 갇힌 셈이였다. 하지만 토버는 다시 처음부터 인생을 시작한다 해도 자신이 살아간 그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잘 알았다. 토버의 인생에는 그가 걸은 길 하나뿐이 없었다.


토버는 문득 자신이 어릴 때 만났던 친구 한명을 떠올렸다. 모두가 더 나은 인생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며 걸어갈 때, 토버의 친구는 홀로 고뇌했다. 그의 고뇌는 그가 다른 길을 선택하고자 해서 생겨난 것이 아니였다. 모두가 걷는 길의 존재에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였다. 그의 고뇌는 깊은 혼란이였다. 그는 결국 모두로부터 사라졌고, 한동안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다.


토버가 그의 소식이 다시 들었을 때는 제법 세월이 흐른 후였다. 토버는 어느덧 청년이 되어 모두처럼 적당한 직장을 다니며 적당한 여자와 사귀고 적당히 살아가고 있었다. 모두로부터 사라졌던 그의 친구는 바닥에 널부라진채 가끔씩 꿈틀거리며 살아가고 있었다. 토버는 그를 만났지만, 어느덧 서로간에 생긴 거리에 막혀 그와 옛날처럼 흉금을 터놓고 얘기하지 못했다. 토버는 결국 의문만 얻은채 다시 뒤돌아 걷던 길을 다시 걷기 시작했었다. 길에서부터 떨어져 제자리에 멈춘 그의 친구가 이상하게 행복해보였다는 의문은 한동안 토버를 괴롭혔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토버의 친구가 행복했던 이유는 더 이상 길을 걷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였던 것 같다.


그런대 갑자기 세계가 뒤틀렸다. 오랫동안 토버가 살아왔던 세계의 한쪽에 갑작스럽게 구멍이 생기고 그로부터 사람 몇명이 걸어나왔다. 그들은 놀랍게도 길을 걷지 않고 있음에도 움직이고 있었고, 동시에 마음껏 제자리에 멈출 수 있었다. 그들은 앞으로만 이동하지 않았고, 왼쪽 오른쪽 심지어 뒤로까지 움직일 수 있었다. 토버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메린과 디버는 6C1항성계로의 출장을 위해 이동하던 중, 미세 광물조각에 의해 엔진이 망가져 잠시동안 함선을 정박시킬 수 있을만한 곳을 급하게 찾고 있었다. 운좋게도 그들은 근처에 있던 버려진 우주 공장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곳에 정박해 쓸만한 물건을 찾아보기로 했었다. 그런대 놀랍게도 그들이 발견한 버려진 우주 공장은 여전히 AI에 의해 작동하고 있었다! 메린과 디버는 호기심에 여전히 작동중인 컨베이어 벨트가 위치한 중앙조립실에 진입했었다.


중앙조립실에는 기다란 컨베이어 벨트와 그 위에 배치 되있는 수많은 안드로이드들이 있었다. 컨베이어 벨트가 시작하는 부분에는 안드로이드 조립기가 있었고, 끝에는 분해기가 있었다. 일부 안드로이드는 컨베이어 벨트로부터 떨어진 것인지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기술자인 디버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간단한 추측을 내놓았다.


"이 우주 공장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안에 있던 사람들이 AI를 끌 생각도 하지 못할만큼 급하게 떠나갔던 것 같아. 홀로 남은 AI는 관리자 부재시의 기본 명제인 '공장의 작동을 유지시켜라'를 충실히 따라야만 했겠지. 하지만 원자재는 바닥나게 되 있어. AI는  한정 된 원자재를 가지고 공장의 작동을 최대한 오랫동안 유지시키기 위해 컨베이어 벨트의 끝에 분해기를 장착한 것으로 보이는군"


디버는 근처의 기기를 조작해 공장에 남은 원자재의 양을 조사해봤다. 공장에는 가스 반톤뿐이 남아있지 않았다. 디버는 그 가스들을 함선으로 옮겨 회사에서 준 가스값을 삥땅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디버는 외쳤다.


"메린! 여기에 가스가 반톤이나 남았어! 이걸로 연료삼고 회사에서 준 돈으로는 거하게 술이나 한잔하는거 어때?"


메린은 답했다.


"그거 좋지! 오랜만에 입에 찰싹 달라붙는 천연주를 마셔볼 수 있겠구만!"


디버는 갑자기 생긴 공돈에 기분이 좋아져 낄낄 웃었다. 그때, 디버는 컨베이어 벨트 위의 안드로이드들이 붉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을 발견했다. 순간 섬뜩하고 놀란 디버는 놀란 가슴이 진정되자 문득 안드로이드들이 갑작스럽게 그들만의 세계가 정지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의문이 들었다. 정말 황당한 의문이였다.


'안드로이드는 사람이 아닌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그떄, 메린이 멀리서 외쳤다.


"디버! 엔진도 고쳤고 연료도 모두 옮겨싣었으니 얼른 올라타!"


디버는 서두르지 말라며 장난스럽게 외친 후, 통로를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잠시 후 전력이 끊긴 공장은 어둠에 잠겨들었고, 컨베이어 벨트는 작동을 정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