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04 13:16

33번 베이스 회전에서의 패배가 온 은하로 알려지자, 모든 이들은 문명과 야만의 경계의 함락 소식이 다음날 이어 들려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정도로 그곳에서의 패배는 뼈아팠고, 심각한 손실을 제1기동야전군단에게 가했다. 물론 워프게이트의 기동성을 이용한 빠른 제국단위의 증원이 있다면 제1기동야전군단은 문명과 야만의 경계를 아주 간단히 수비해낼 수 있었다. 문제는, 후계자들중 그 누구도 자신의 소중한 군대를 외곽 수비에 소모시키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였다. 제1기동야전군단은 박살난 군대만으로 강력한 외곽의 군대를 막아내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됬다.


악재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문명과 야만의 경계에는 제이크의 자리를 이어받을만한 장교가 한명도 남아있지 않았다. 전함대장이자 제1기동야전군단의 총지휘관인 제이크가 사망시, 제1기동야전군단은 순양함대장의 지휘를 받게 되 있었다. 순양함대장또한 사망할 경우에는 구축함대장, 구축함대장또한 사망할 경우에는 미사일구축함대장이 지휘권을 이양받게 되 있었다. 미사일구축함대장까지 사망하는 경우는 극도로 드물었지만, 만약 그런 경우가 발생한다면 문명과 야만의 경계 수비대장이 지휘권을 이양받게 되 있었다. 문명과 야만의 경계는 수비대장보다 위에 있던 지휘관들이 전원 사망한 상태였다. 긍정적으로 보면 그나마 수비대장이라도 살아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 또한 어느 날 침실에서 독살당한채로 발견됬다. 제1기동야전군단은 박살난 것에서 멈추지 않고 지휘관까지 없어진 군대가 되었다.


장교들은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알기위해 제국 본성으로 초광속 전보를 보냈다. 그쪽에서 따로 지휘관을 보내줄 것이라 생각하고 보낸 전보였다. 하지만 본성은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총참모장을 제1기동야전군단의 새로운 지휘관으로 임명한다는 답장을 보냈다. 참모진은 전원 기함에서 전사했다는 내용을 행정병은 분명 보고에 적었었으니, 본성은 보고서마저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다는 뜻이였다. 물론, 본성에서 그런 전보를 보낼리가 만무했다. 제국에는 장성급 장교가 넘쳐흘렀으니 아마 적당한 사람 몇명 찍어서 함대장들까지 덤으로 보내줬을 것이였다. 제1기동야전군단이 받은 전보는 해롤드가 제1기동야전군단이 본성으로 보낸 전보를 낚아채고 대신 본성에서 보낸 답장인척 보낸 것이였다. 해롤드의 수하인 잭슨이 참모진중 유일한 생존자였기 때문이였다. 잭슨이 지휘관이 된다면 제1기동야전군단은 해롤드의 것이 될 것이였다.


물론 그것은 심각한 착각이였다. 참모 밀비또한 살아있었다. 단순히 살아있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정황을 분석해서 해롤드의 꿍꿍이속까지 내다보고 있었다. 그는 순양함용 전략조명탄의 재고가 있었다면 주변을 밝혀서 해롤드가 행성의 그림자에 숨겨두었던 순양함을 전투 전에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였다고 생각했다. 제이크도 해롤드가 순양함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았다면 그렇게 무모하게 돌격해들어가지는 않았을 것이였다. 그것은 역으로 보자면, 해롤드는 순양함용 전략조명탄을 전략 계산으로부터 빼내고 싶었을 것이였다고도 볼 수 있었다. 즉, 참모 잭슨이 해롤드의 첩자일 수도 있다는 것이였다. 잭슨이 그 혈전으로부터 살아돌아왔지만 아무도 모르게 숨어지낸다는 첩보를 얻은 후, 밀비의 추측은 확신이 되었다. 그래서 그는 제이크로부터의 처벌이 무효화됬음에도 불구하고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잭슨처럼 숨어지냈다. 잭슨과 헤롤드는 그 결과 총참모장의 지휘권 이양이라는 치명적인 헛점을 드러내주었다. 그리고 잭슨은 다음 날, 자신의 은신처에서 독살당한채 발견됬다.


밀비가 그렇게 지휘권을 이양받은 것은 단순히 해롤드에게 지휘권이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였다. 그가 지휘권을 이양 받은 이유는 말 그대로 지휘권을 이양받아 제1기동야전군단을 통솔하기 위해서였다. 밀비는 본디 사람의 통솔을 즐겼는대, 그것은 사관학교에서의 교육과 합쳐져 병사를 통솔하고 병사를 살려서 더 많이 통솔하는 취미로 바뀌었다. 특이하게도, 밀비는 통솔만으로 만족할 수 있었고 계급 자체에는 별로 연연하지 않았는대, 33번 베이스 전투에서의 경험이 높은 계급으로 올라가야 통솔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밀비에게 심어주었다. 그리고 간단하게, 밀비는 제1기동야전군단에서 가장 높은 계급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