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26 21:38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487



1팀이 되며 함선 내부에 정비를 위해 배치되보니 젠은 자신이 2팀으로 나가있던 잠시간에 많은 것들이 변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우선 복도마다 초소형이지만, 정비팀 베테랑의 눈을 속일 수는 없는 감시카메라들이 서로간의 사각을 보완해서 모든 방면을 볼 수 있도록 설치 되 있었고, 사람이 많이 모일만한 곳이라면 어김없이 중무장 해병 1개 분대가 가우스 라이플로 무장한채 배치 되어 있었다. 사마귀의 얼굴처럼 생긴 중무장 해병의 헬멧의 눈이 있을 곳에는 대신 붉은 광학장치가 설치 되어 있었는대, 그 차갑게 식은 붉은 빛은 마치 살인마의 눈빛처럼 단순히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소름이 돋게 만들었다. 공포정치로 선원의 봉기를 시작부터 막겠다는 것인가? 하지만 어째서 선상반란이 일어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지? 젠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첫번째로 해야할 행동이 무엇인지는 알 수 있었다.


바로 시스템에 틈만들기. 젠은 공동휴게실은 사람이 워낙 많기에 특별히 수상한 행동을 하지 않는 이상 개개인에게 신경을 쓸 수 없으리란 사실을 짧은 조사 끝에 알아낼 수 있었고 정비도중 몰래몰래 만든 손바닥만한 소형 U패드를 이용하여 공동휴게실에서 함선의 경비시스템에 해킹을 시도할 조사를 하였다. 1주일간의 조사 후 젠은 이 함선의 경비시스템에 대해 심지어 경비 시스템을 만든 사람보다 더 빠삭하게 알 수 있었고, 젠은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종료버튼을 길게 눌러서 종료하면 미리 짜둔 해킹 알고리즘이 발동하도록 개조하였다. 그것이 완성된 다음날 젠은 자신의 방에서 게임을 종료한 후 잠에 빠졌고, 1분을 속으로 센 다음 일어났다. 해킹 알고리즘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CCTV는 그가 숙면중인 모습만을 계속 보여줄 것이였고, 만약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면 그는 어디론가 사라질 것이였다. 젠은 긴장감에 미칠듯이 두근거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며 U패드를 이용해 기함의 시스템에 접속할 방법을 조사하다 내일을 위해 잠에 빠졌다. 잠에 빠지며 젠은 이 잠에서 그대로 깨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젠은 무사히 깨어나 24시간 프로그램의 신선한 아침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의 알고리즘이 제대로 작동한 것이였다! 젠은 그 후 낮에는 일을 설렁설렁 하며 모자란 잠을 채우고 밤에는 기함의 시스템을 조사하는 생활을 반복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젠의 U패드에 누군가 화상채팅을 신청하였다. 젠은 순간 습관적인 손놀림으로 그 신청을 승낙할 뻔 했지만, 자신은 영상에 의하면 숙면을 취하는 중이라는 사실을 자각한 후 그 신청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 곧 채팅신청은 알아서 사라졌고, 젠은 다시 조사를 시작하려 했다. 하지만 갑자기 U패드가 진동을 하더니 자신이 채팅신청을 승낙했다는 메시지가 뜬 것이 아닌가? 젠은 자신의 U패드가 해킹됬음을 직감했다.


젠에게 영상채팅을 신청한 사람은 기묘한 가면을 쓰고있는 성별모를 누군가였다. 그 사람의 가면은 마치 피에로의 것처럼 희극적이였는대, 입꼬리는 무엇이 그리 행복한지 광대뼈까지 찢어져있었고 눈꼬리는 무엇이 그리 서글픈지 역시 광대뼈까지 찢어져 입꼬리와 만났다. 흰 배경에 검은 색의 덧칠이 희극적으로 서글퍼보이는 진정 기묘한 가면이였다. 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그 가면 쓴 누군가를 잡아먹듯 노려보았다. 그러는 한편 전에 만들었던 손바닥 U패드를 이용해서 자신에게 채팅을 건 사람의 신분을 역추적하기 위해 바삐 손을 놀리고 있었다. 가면 쓴 누군가는 톤 높은 중성적 목소리로 말했다.


"솜씨가 안좋더군요. 눈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당신의 시도를 알아챘을 정도로 조악한 방법만 사용하셨습니다."


젠은 그 가면 쓴 누군가와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으려 했었지만, 자신의 실력을 조롱하는 소리를 듣자 입을 열지 않을 수 없었다.


"말만 잘하긴."


가면 쓴 누군가는 피식 웃더니 젠이 백도어를 통해 루트 권한을 얻으려던 시도가 보안시스템을 감안하면 얼마나 미욱했는지, 서버에 접속하는 클라이언트를 역추적해 서버 접속 권한을 얻으려던 시도가 역시 얼마나 역탐지가 쉬운 어리석은 방법이였는지, 그리고 채팅상대의 암호화 된 맥 아이디를 탈취해와 해석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바보같았는지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마치 아이에게 덧셈을 가르치는듯한 말투로 자신의 잘못을 지적당하니 젠의 얼굴이 분노와 부끄러움에 붉게 달아올랐다.


"그래서 그 잘난 지식으로 나를 이렇게 잡았는대, 설마 그걸 자랑하려고 이렇게 채팅까지 신청하진 않았겠지. 원하는게 뭐야!"


"제가 어찌어찌 당신의 흔적을 먼저 찾을 수는 있었지만, 만약 그 실력으로 기함 시스템을 계속 건드리신다면 제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결국 덜미를 붙잡이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당신과 저 둘다 원하는 일이 아니지요. 당신이 하는 것을 제가 직접 하기에는 저에 대한 경비가 너무 삼엄하니까요. 그러니 제가 직접 업무도중 틈틈이 시스템에 잠입할 수 있는 틈을 찢어놓을 테니 당신은 그 미욱한 실력으로 이상한 곳 찌르지 말고 그 찢긴 틈이나 쫓아다니십시요. 만약 저의 제안이 맘에 들지 않으신다면 당장 해병대에 연락해드릴 수 있습니다.


젠은 자신이 외통수에 빠졌음을 직감하고 신음소리를 냈다. 자신의 실력이 기함 시스템을 해킹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경비 시스템을 상대로한 작은 승리에 눈멀어 보지 못했던 것이 이런 상황에 그를 놓았다. 그는 경험상 어떠한 달콤한 말로 포장됬다 해도 남의 뜻대로 움직이면 결국 단물만 빨려먹힐 뿐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었는대, 현 상황이 그를 강제했다. 더 조심스러워야 했다는 후회감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젠은 하는 수 없이 그 제안을 승락하였다.




그 밤이 있기 몇시간 전. 함장은 숙면을 취하기 전 마지막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오퍼레이터 룬! 해킹 흔적을 발견했다는 보고와 그것을 저녁까지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보고를 오늘 아침 자네에게서 받았었네. 그 해킹 흔적은 어떻게 처리하였는가?"


룬은 무엇이 긴장되는 것인지 눈을 약간 떨며 함장에게 대답했다. 그의 뒷통수만 보고 있는 함장은 그의 눈이 떨리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함장님의 업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오후 2시 직접 해병대를 동원하여 범인을 체포하였습니다. 현재 독실에 가둬놓은 상태입니다."


함장은 다음 업무로 넘어갔다.


"부관! 오전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 있었던 자네의 현지시찰에 대한 보고서를 받지 못했네. 그 보고서는 언제 받을 수 있겠나?"


부관은 속을 알 수 없는 무심한 얼굴로 보고서 한묶음을 제출하였다.


"여깄습니다, 함장님."


함장은 받은 보고서를 속독한 후 무거운 발걸음을 끌며 수면캡슐로 항하였다. 그렇게 함장이 브릿지에서 사라지자 부관은 룬의 어깨에 한 손을 올려놓았다. 그것이 업무수행을 격려하는 것인지, 아니면 압박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