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17 02:41
거대한 아파트 단지. 한 때 찬란히 빛났을 거대한 콘크리트 건물은 삭고 쇠해 곳곳이 무너져내렸다. 흰색 페인트는 흉하게 벗겨져 묵묵한 회색의 콘크리트 속살을 드러낸다. 철근은 드러나 괴기하게 구부러져 피칠갑이라도 한마냥 시뻘겋게 녹슬었다. 보도블록들은 깨지고 뒤엎어져 사방에 비산했다. 건물 곳곳에는 녹음이 푸르르게 우거져, 아파트 단지를 터벅거리며 지나다보니 마치 잊혀진 고대신의 성지를 침범하는 것만 같다. 그 적막한 성스러움이 공기마저도 물들이는 것만 같다. 과연, 신들을 위해 짓어진 집다운 위용이구나, 하고 도바킨은 생각했다. 세상 어느 사람도 이렇게 거대한 집에서 살지는 못할 것이 분명했다. 고대인들이 부렸다고하는 태권V나 건담 같은 거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도, 이 '아파트 단지' 라는 곳은 지혜롭던 고대인들이 전지전능하신 달러신과 자애로우신 유로여신께서 거주하시도록 짓었던 집이 아니겠는가? 오로지 전지전능하신 달러신과 자애로우신 유로여신께서나 이렇게 웅장하고 거대한 곳에서 살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도바킨은 강북족을 이끄는 위대하신 족장아버지 솔리드 스네이크의 아들로 태어났다. 위대하신 족장아버지 솔리드 스네이크께서는, 마치 족장아버지의 아버지셨던 마리오께서 족장아버지께 하신 것 처럼, 도바킨이 앞으로 자라나 고대인의 설화에 나오는 위대한 전사 도바킨처럼 강대해지라는 뜻으로 도바킨이란 이름을 지어주셨었다. 도바킨은 언제나 그런 족장아버지의 뜻을 가슴 속에 새겨 누구보다도 잽싸고 용맹하게 스스로를 단련했고 어느덧 부족에서 두번째로 강대한 장사가 되었다. 강북족의 원로들은 그런 도바킨의 힘을 인정해 도바킨을 강북족의 후계자로 점지하겠단 결정을 내렸다. 원로들은 도바킨을 성스러운 삼성아파트로 불렀다. 전지전능하신 달러신과 자애로우신 유로여신의 첫번째 수족인 삼성부족의 이건희라는 사람이 두 신의 성스러운 이름아래 공헌했다고 알려진 곳이다. 삼성부족의 이건희는 전지전능하신 달러신으로부터 아메리카의 축복을 받고 자애로우신 유로여신으로부터는 유우럽의 축복을 받아 돈과 소비의 수호성인으로서 존경받는 분이시다.

전지전능하신 달러신과 자애로우신 유로여신에게 점지받은 원로들만이 삼성아파트를 자유롭게 거닐을 수 있다. 만약 원로들의 초청을 받지 못했다면 심지어 강북족의 족장조차도 삼성아파트에 들어갈 수 없다. 만약 누군가 삼성아파트에 억지로 들어간다면 전지전능하신 달러신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처럼 될지어다'의 저주를 받아 끔찍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런 성스러운 곳에 초청받은 도바킨은 조심스레 발걸음을 내딛었다. 가슴 속에는 뿌듯한 자부심과 겸허한 경외감이 가득 차 있었다. 고대의 원초적인 힘이 여전히 살아 숨쉬는 삼성아파트의 도로를, 강북족의 후계자로서 원로들에게 점지받기 위해 걸어가는 그 순간을 도바킨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았다.

도바킨은 영광 된 201동 건물 앞에서 우뚝 멈춰섰다. 영광 된 201동의 계단 앞에 원로 둘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원로들이 살아가는 삼성아파트처럼 신비롭고 적막하게 그저 묵묵히 서 있는 모습이 범상치 않다. 마치 원로들이 살아가는 삼성아파트 그 자체와도 같다. 고대의 원초적인 힘이 곳곳에 은밀히 숨어 살아숨쉬는 가운데, 먹먹한 적막이 묵직하게 사람을 압박해온다. 낡아 빠진 노쓰페이스와 함께 실올이 풀린 스키니진을 입고 있는 모습이 성스럽다. 소비주의교의 성스러우신 두 신들로부터 선택받은 원로들만이 그 성스러운 성복을 입을 수 있었다. 두 원로는 마치 한 입으로 말하는 것 처럼 웅웅 울리도록 동시에 말했다.

"우리는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기다리고 있었다."

"이 고대의 성전에서."

"이 고대의 성전에서."

"선택받은 전사가 오기를."

"선택받은 전사가 오기를."

"이제 선택받은 전사가 왔으니."

"이제 선택받은 전사가 왔으니."

"신들께서 이곳을 내려보신다."

"신들께서 이곳을 내려보신다."

"선택받은 전사여."

"선택받은 전사여."

"운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가?"

"운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가?"

도바킨은 경외감에 젖은 표정으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원로들은 마치 꺼지는 거품처럼 획하니 뒤로 돌아 아무 말 없이 영광 된 201동의 캄캄한 어둠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도바킨은 말없이 그 뒤를 따랐다.

도바킨은 원로들을 따라 20층의 계단들을 타 올랐고 마침내 의식이 펼쳐질 옥상에 도착했다. 크고 작은 온갖 풀들이 녹색 카펫처럼 옥상의 콘크리트를 뒤덮고 있었다. 푸르르고 우거졌다. 힘이 살아 숨 쉰다. 옥상 난간을 따라 홰가 박혀있다. 횃불이 시뻘겋게 이글거린다. 게걸스럽게 혓바닥을 낼름이며 장난기 가득찬 아이처럼 널뛴다. 태양이 저물며 타오르는 노을속에서 횃불은 원로들을 비춘다. 일렁이는 거인의 그림자를 원로 모두가 드리운다. 마치 마법과도 같은 광경이다. 도바킨의 숨이 경외심에 콱 막혀온다. 

옥상에는 모두 다섯의 원로가 기다리고 있었다. 도바킨을 대려온 두명의 원로가 나머지의 무리와 합치니 총 일곱의 원로가 됬다. 여섯은 도바킨을 둘러싸고 있고 그 뒤에서 한명이 등을 돌린 채 노을을 바라보고 있다. 여섯의 원로들이 한 목소리로서 말했다.

"고대에 국과연이란 부족이 있었으니 전지전능하신 달러신과 자애로우신 유로여신의 충실한 두번째 수족이였다."

"국과연부족은 대우부족과 함께 신들을 위해 오로지 신들과 선택받은 전사만이 다룰만한 위대한 무기들을 만들어 바쳤다."

"국과연부족은 수천리 너머를 주시하는 만년뱀의 천리안을 뜯어내 천리창 케이-나인을 만들었다. 수천리 너머도 꿰뚫는 창, 케이나인은 전사 '포병'에게 진상되었다. 감히 소비주의 천국을 위협하는 사회주의 악마들은 포병의 위용에 벌벌 떨었다. 악마 '부의 재분배'는 천리 밖에서 던져진 케이나인에 심장이 꿰뚫려 죽었다."

"국과연 부족은 화산을 집어삼키는 용암뱀의 숨통을 뜯어내 불전차 케이-투를 만들었다. 1500마리의 말들, 머나먼 서방의 독일땅으로부터 온 야생마 무리가 이 위대한 불전차를 이끌었다. 온몸에 두른 철갑은 감히 어느 창으로도 뚫을 수 없었다. 입에서 뿜어내는 성화는 이글거리며 모든 악마들을 불태웠다. 불전차 케이-투는 전사 '기갑병'에게 진상되었다. 케이-투를 몰며 기갑병이 이 땅에 나올 때마다 사회주의 악마들은 겁에 질려 모래처럼 흩어졌다. 악마 '복지'는 성화에 온몸이 타 죽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전히 아무런 무기도 받지 못한 전사 '보병'을 위해 국과연 부족은 천둥을 부리는 천둥고래의 수염을 뜯어내 천둥창 케이투를 만들었다. 케이투가 천둥을 뿜어내 대지와 악마들을 사정없이 할퀼 때마다 세상은 우르릉거렸고 악마들은 혼비백산했다. 악마 '평등'은 천둥에 갈갈이 찢겨져 죽었다."

"천리창 케이-나인은 세월 속에 잊혀져 사라졌다."

"불전차 케이-투도 세월 속에 잊혀져 사라졌다."

"하지만 전지전능하신 달러신과 자애로우신 유로여신께서 황송스럽게도 축복을 내리셨으니 천둥창 케이투는 세월 속에 잊혀져 사라지지 않았다."

노을이 저물었다. 노을을 바라보고 있던 7번째 원로가 조용히 묵묵하게 몸을 돌려 도바킨을 마주보았다. 7번째 원로의 손에는 천둥에 그을린듯 시커먼 천둥창 케이투가 들려 있었다. 용서의 장전손잡이, 의지의 탄창, 결심의 조준기, 단죄의 총신까지, 옛날 이야기에서 얘기하던 그 성스러운 자태 바로 그대로였다. 7번째 원로 홀로 말했다.

"솔리드 스네이크의 아들 도바킨. 강북부족의 두번째 장사. 신들께서 신탁을 내리셨으니 도바킨 그대는 천둥창 케이투를 받아들 자격이 된다. 도바킨 그대는 신들의 의지를 따라 천둥창 케이투를 받아들고 강북부족을 이 험난한 시기로부터 지킬 것을 맹세하는가?"

도바킨은 굳게 다문 입을 열었다.

"예."

그리고 천둥창 케이투를 받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