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01 19:15

이천년간 은하계를 지배해온 제국은 끝을 맞이하고 있었다. 한 때 1천파섹이 넘는 지역을 지배하며 제국의 경계 밖까지 아름다운 문화와 놀라운 건축물들을 건설하고 퍼트리며 인류가 은하계에 융성하게 한 장본인인 녑홍 제국. 하지만 그런 녑홍 제국도 언젠가 무너지기 마련. 수많은 위대한 황제들이 그것을 막으려 했지만 역사의 흐름을 주먹으로 막는 것은 어리석은 짓일 뿐이였다. 아, 얼마나 많은 영웅들이 녑홍 제국에서 나고 죽었는가. 그런 모든 영광을 뒤로한채, 녑홍 제국의 천년 수도이자 난공불락으로 알려졌던 행성인 은하의 중심이 함락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은하의 중심이 난공불락이라 불리였던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1천년전 수도가 은하의 중심으로 옮겨질 때 제작한 30개의 전투위성들. 각각은 크기가 행성파괴함 3개를 합친 것만한 크기를 가지고 있었으며, 전함의 주포로도 흠집 나지 않을 장갑, 행성파괴함을 단번에 파괴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위력의 주포로 제국을 넘본 모든 이들에게 무한한 공포를 선사했다. 하지만 은하의 동쪽에서 새롭게 일어난 신진 세력인 이슬람 제국은 전투위성의 명성에 굴복하지 않았다. 18살에 황제가 된 야심찬 청년 술탄 메호메드 2세는 오히려 그 명성을 꺽고 자신과 자신의 제국의 강대함을 온 은하에 알리고 싶어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 마호메드 2세는 한 발명가로부터 전투의 패러다임을 바꿔버릴 위대한 무기를 거금을 주고 구입해왔다. 그것이 바로 지금 은하의 중심을 폭격하고있는 공간파장기였다.


"발사!"


공간파장기는 그야말로 혁신적인 무기였다. 이 무기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선 초신성이라는 별에 대해서 설명해야한다. 초신성은 거대한 항성이 죽기 직전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불태우는 경우를 뜻한다. 이 초신성이 폭발할 때 배출하는 에너지는 어마어마하기에 말 그대로 공간과 시간을 비틀 수 있는대, 이것이 현실에 적용된다면 아무리 두터운 장갑을 가진 전함이라 해도 소규모 비틀림 한번에 그대로 두동강이 나버릴 수 있다. 공간파장기는 바로 그것을 인공적으로 만드는 무기였다. 에너지를 어마어마하게 소모하기에 그리 효율적이지는 않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어마어마한 거리를 두고도 작동시킬 수 있었기에 전투위성을 파괴하는 것에는 누구보다 적함했다.


"발사!"


공간파장기에 악명높던 전투위성들은 느리지만 확실하게 파괴되기 시작했다. 하나하나 별똥별로 변해갈 때마다 이슬람 제국의 10억 예니체리들은 환호성을 내질렀고, 녑홍 제국의 8천만 징집병들은 절망의 비명을 내질렀다. 동력을 상실하고 중력에 사로잡혀 추락하기 시작한 전투위성의 잔해들은 은하의 중심을 어마어마한 위력으로 강타하며 수천만의 인명을 학살했고, 만약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빨리 설치한 완충재가 아니였다면 아마 은하의 중심은 단순한 인명피해로 끝나지 않고 들끓는 금속 가스에 뒤덮여 번성한 과거의 흔적과 함께 불타 사라졌을 것이였다. 하지만 이미 피해는 괴멸적이였다. 마호메드 2세는 그것을 마치 어둠 속에 숨은 재규어처럼 차갑게 빛나는 눈으로 바라보았다.그는 젊은 정복자였다. 늙디 늙은 제국의 시체를 뼈 하나 남기지 않고 확실하게 파먹는 무심한 금수.


"전함과 행성파괴함으로 행성을  5차례 궤도 폭격한 후 예니체리들을 강습시키도록."


마호메드 2세의 충성스러운 장군들은 그 말에 복종했다.


그 무렵, 녑홍 제국의 마지막 황제 모라노니우스 11세는 지각 깊숙한 곳에 숨겨진 황제의 홀에서 조용히 과거 살았던 위대한 황제들의 홀로그램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곳에는 이름만 대도 모두가 기억할 위대한 과거의 황제들이 모두 있었다. 위대한 용맹을 자랑했던 위대한 헤라클리우스 1세. 죽은 아버지의 시체를 5살의 나이로 디딛고 일어나 제국을 수호한 위대한 바실리우스 2세. 몰락하는 서부를 버리고 동부로 제국의 심장을 이동시킨 위대한 황제 콘스탄티누스 대제. 좀 더 가보면 한 때 녑홍 제국이 서와 동으로 나누어지지 않았을 때의 황제들도 찾아볼 수 있었다. 마치 돌과 같은 무심한 정력으로 야만인을 정벌하고 제국의 기초를 닦은 초기 원수정의 티베리우스 제. 민중과 군대와 원로원 모두를 자신의 수족처럼 다루며 원수정을 열은 아우구스투스 제. 그렇게 계속 홀로그램들을 지나다 보면 결국 위대한 녑홍 제국을 일으키고 지배하며 융성의 기반을 닦은 최초의 왕이 나오게 됬다. 모라논.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란 위대한 왕의 홀로그램 앞에서 모라노니우스 11세는 결국 무릎을 꿇을 수뿐이 없었다.


그는 참회하듯 외쳤다.


"과거에 제국을 융성하게 만든 위대한 선조들이시여! 어리석은 후손이 선조의 유산을 동쪽의 야만인들로부터 지켜내지 못하였나이다. 수도는 점령됬고 적군이 들끓으며 이곳까지 그들이 내려오는 것도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결국 역사의 흐름이란 이런 것인가요? 한 때 저희 제국이 수많은 문명을 점령하며 융성했듯, 늙은 저희 녑홍 제국은 껍질뿐인 영광과 함께 역사의 뒷편으로 사라져야 하는 것입니까? 위대한 선조들이여!"


모라노니우스 11세는 허탈했다. 2천년이란 상상도 할 수 없을정도로 긴 시간동안 융성해온 제국이 그의 대에서 끝나게 됬다. 선조들의 홀로그램은 마치 그를 눈으로 잡아먹는 것만 같았다. 그는 죄악에 젖어있었다.


엎드려있는 그의 뇟속에 긴급한 메시지가 전해져왔다.


"적이 강습을 시작했습니다!"


모라노니우스 11세는 그 말에 힘없이 웃었다.


"으허허허! 이것이 우리의 운명인가 보구나! 이것이 바로 역사의 흐름인가 보구나!"


그는 자신의 기함에 탑승했다. 그 안에는 그가 처음 황제로 즉위할 떄부터 그만을 따라온 충성스러운 수하들이 가득 있었다. 모라노니우스 11세는 그들을 바라봤다. 그들은 모라노니우스 11세를 바라봤다. 그들은 서로간에 아무런 한마디도 하지 않으며 출격준비를 했고, 행성 궤도를 장악한 이슬람 제국의 함대에 홀로 진격했다. 모라노니우스 11세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언젠가 저들도 이렇게 몰락하게 되겠지."


기함은 모래사장에 모래 한 알갱이를 던진 것처럼 이슬람 함대속으로 사라졌다.




은하의 중심은 빠르게 10억 예니체니들에 의해서 장악되어 갔다. 몰락하는 이천년 제국을 수호하는 마지막 남자들인 징집병들은 단 한명도 항복하지 않으며 죽을 때까지 저항했지만 전황에 별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다. 그것은 제국이 마지막으로 남은 모든 것을 불태우는 것과 같았다. 결국 은하의 중심은 완벽하게 함락되었고, 마호메드 2세는 임시로 제작한 우주공항을 통해 은하의 중심에 입성하였다. 은하의 중심에 입성한 마호메드 2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녑홍 제국의 상징이나 다름없던 하기아 소피아로 향했다. 그곳에 도착한 그는 흥분한 그의 병사들이 동정 마리아와 예수의 성상을 눈에 보이는대로 때려부수며 하기아 소피아를 무너트리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가우스 라이플로 그중 하나의 머리를 쏘았다. 그렇게 그의 병사들이 물러가자 그는 거대한 돔 천장 아래에서 정복자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였다.


그렇게 2천년 제국은 역사의 뒷편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