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31 00:11

그렇게 함장과 부관간의 내전은 종료되었다. 데브리에 초토화 된 기함은 크리스탈 파장기가 파괴되었는지 단거리 강습에 무방비였기에 전단 단위로 투하 된 중무장 해병대에 저항없이 장악당했고 함장은 기함에 있는 모든 반란군을 부관만 제외하고 전원 학살하였다. 사실 학살이랄 것도 없었는대 이미 기함의 대부분이 데브리에 파괴 되어 반란군중 대다수가 중무장 해병대가 죽이기 전에 이미 짓눌려 죽거나 우주로 날아가 기압차로 터져죽었기 때문이였다. 선원과 건설봇으로 기함을 꾸준히 수리한다면 반란군의 피해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 짐작하고 있던 함장은 어째서 그리 피해가 큰지를 전후처리중 알 수 있었다. 부관은 선원과 건설봇으로 기함을 수리하는 대신 태양광 발전소와 수경농장을 보호하고 수리했던 것이였다. 부관이 그 둘을 이용해 협박하리라 판단했던 함장은 부관이 어째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함장은 감옥에 철저한 경비하에 갇혀있던 부관을 브릿지로 호출했다. 부관은 두 눈이 뽑혀 있었고, 사지가 잘려있었으며 척추는 부러져있었다. 함장이 그만큼 부관을 경계하고, 함장 그 자신조차 놀랄정도로 증오하고 있었다는 증거였다. 중무장 해병 둘이 들고있는 네모난 판에 마치 박제처럼 부착 되 있는 부관은 잠기고 찢겨져 추악하기까지 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젠 또 날 어디로 대려가는 것인지. 아직도 나의 몸에서 잘라내거나 부수거나 둘중 하나를 하겠다고 협박할 부위가 남아있던가?"


함장은 부관을 보자 이유를 알 수 없는 분노가 다시 치솟아오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남들 앞에서 분노를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중무장 해병에게 부관을 자신의 의자 앞에 놓은 후 오퍼레이터와 함께 밖으로 나가 대기하라고 명령하였다. 부관은 함장의 목소리를 듣자 추악한 목소리로 물었다.


"함장? 함장 맞습니까? 감옥안에 갇혀있다보니 현실이 꿈같고 꿈이 현실같아 누가 누군지를 모르겠어서 아무리 노력해도 목소리조차 기억이 안나네요. 함장 맞습니까?"


함장은 자제한 목소리로 답하려 했다. 하지만 입이 열리자 간단한 대답 대신 증오의 언사와 독설이 튀어나오려 했기 때문에 입을 재빨리 다물었고, 최대한 마음을 진정시켜 답했다. 얼굴은 어찌하지 못해 추악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맞다."


부관은 현재 대화중인 사람이 함장이 맞다는 사실을 깨닫자, 무엇이 그리 웃긴지 갑자기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하하하하하! 아, 정말 우습네요. 감옥에 갇혀서 고문을 당할 동안에는 당신에게 할 말들을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혹시 세월이 내가 모르는사이 수십년이 흘러 당신은 이미 죽은 것이 아닌가 걱정하고 있었는대, 여전히 정정한 목소리를 들으니 아직 죽을 날은 멀었나보네요!"


함장은 부관의 말을 무시했다. 둘이 서로간에 속내를 터놓으며 싸구려 브랜디 한잔과 함께 밤을 지새우던 때는 이미 오래 전에 지나갔다.


"물어볼 것이 있다. 나는 자네가 기함의 시설들을 가지고 나를 협박하리라 판단했는대, 자네는 오히려 기함의 전투력을 없애면서까지 그것을 수리했더군. 나로서는 도저히 이유를 알 수 없었어. 어째서 그런 행동을 했었는가?"


부관은 웃음을 멈추고 정색하며 답했다.


"왜냐면 저는 당신과 달리 권력에 사로잡힌 더러운 돼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함장은 순간 열불이 솟아오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권력에 사로잡히지 않았다 믿고 있었다. 오히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바치면서 함대를 최대한 살리려 노력하고 있었다. 오히려 그는 부관이 권력에 사로잡힌 멍청한 젊은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반란을 일으키지 않았으리라. 함장은 순간 주먹에 불끈 힘을 줬지만, 겨우 자제하고 최대한 자제했지만 부르르 떨리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던 목소리로 말했다.


"누가 누구를 권력에 사로잡힌 더러운 돼지라 말하는지 모르겠군. 자네가 자네 자신에게 하는 말인건가?"


부관은 여전히 정색하며 말했다.


"여전히 자기 자신을 속이고 계시군요. 제가 하나하나 과거의 사실들을 짚어주며 당신조차 잊고있던 사실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함장은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하려 했지만, 심각한 고문으로 지쳐있을 사람치고는 놀라울정도로 정력적이게 부관이 말을 내뱉었기에 그 기세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부관은 마치 이 말을 함장에게 하기 위해 살아온 자처럼 보였다.


"당신은 함대를 데브리 필드로 돌진시킨 이유가 선원들을 속일 시간을 벌어서 식량과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속이지 못할 멍청한 거짓말일 뿐입니다. 생각해보십시요. 이 선원들은 제국 일류이며, 당신을 따라 수년간 수많은 전쟁터를 누벼왔습니다. 이들에게 당신은 신이고, 아버지며, 죽음까지 따라야할 완벽한 군주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또한 사람이고 생존본능이 무엇보다 우선이기 마련입니다. 현실은 최대한 서스펜스를 쥐어짜내는 B급 스릴러 영화가 아니니까요. 설마 이런 이들이 우주미아가 됬다고 무정부상태에 빠지고 자신들의 미래를 위한 건축물을 파괴할까요?"


함장은 답했다.


"실례가 있지 않은가. 실제로 그런 일들이 일어났던 실례."


부관은 헛웃음 한번 짓더니 말을 계속했다.


"있죠. 실례, 확실히 있긴 있죠. 하지만 그것들은 현 상황과 달라도 매우 다릅니다. 우선 함장님이 실례로 드셨던 우주력 172년 200톤급 항성간 화물선인 메리니아 호의 우주미아 사건을 봐보죠. 이 사건에서 분명 선원들은 서로간에 분쟁하고 다퉜으며, 화물을 까먹다 그것이 바닥나자 결국 인육에까지 손대었고 그렇게 자멸하였습니다. 하지만 저희 함대는 겨우 200톤급 화물선이 아니지 않습니까? 저희 함대는 자부심에 가득찬 선원들이 운용하고 식량과 자원또한 풍부한대다가 식량과 에너지를 자급자족할 수 있는 시설을 건설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200톤급 화물선과는 다르다 이 말입니다."


"그럼 내가 어째서 그런 거짓말을 했다는 것인가?"


"식량과 에너지를 독점하시기 위해서였습니다. 애초에 기함을 오퍼레이터와 참모진을 제외하고는 로봇만 존재하는 무인지대로 만든 이유가 그것이 아니였습니까? 우주미아 사실이 밝혀지면 식량과 에너지는 금값이 될 것이고 생필품의 공급자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권력자로 남을테니까요."


"감옥이란 곳에 있으면 확실히 생각이 많아지긴 하나보군. 그런 헛소리나 하는 것을 보니."


"그럼 중장갑옷이 원격조종 가능하도록 초소형 송수신기가 부착 되 있던 것은 어떻게 설명하실 것입니까. 아시다시피 우주해병의 중장갑옷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적에게 통솔권이 넘어가지 않게 하기 위해 오로지 통신 채널만이 연결되고 그것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것으로도 외부와 연결되지 않도록 되있습니다. 상식적으로, 보안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면 너도 나도 로봇을 쓰지 누가 해병을 쓰겠습니까? 그런대 저희 함선의 중장갑옷들에 어째서 함장급 이상만이 사용할 수 있는 송수신기가 부착 되 있었던 것인가요. 당신 스스로가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해병대는 자유자재로 통솔하기 위해서 그러신 것이 아닌가요?"


함장의 얼굴에 당혹감과 혼란감이 떠올랐다."


"그, 그건..."


함장은 무엇이라 변명하려 했지만, 광기찬 에너지에 젖은 부관의 목소리에 막혔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당신은 저에게 장악 된 기함에 있던 모든 선원을 학살하셨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권력에 대항한 자들의 말로를 보이기 위해 그러셨던 것이 아닙니까?"


"그렇지 않으면 그들 사상이 모두에게 퍼져나갔을 것이야!"


함장은 이글거리는 눈으로 자신의 의자에서 용수철처럼 튀어나와 부관의 얼굴 바로 앞에서 외쳤다. 함장의 얼굴은 지옥의 나찰처럼 분노와 혼란에 일그러져있었다. 그는 아무것도 알 수도, 아무것도 확신할 수도 없었다. 그저 당장 부관의 목을 찢어 성대를 끄집어내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하고 싶었다. 부관은 함장의 외침에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으며 말을 계속했다.


"이미 그 사상은 선원 모두에게 퍼져나갔습니다. 당신도 알지 않습니까? 반란군과 함장군의 차이는 그저 조기진압됬냐 조기진압되지 않았냐의 차이일 뿐이라는 것을. 그들을 놓아준다 해도 바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함장은 마치 심장을 토해내듯 절규했다. 함장은 자신이 믿던 모든 것이 부정당하자 마치 기함이 무너져내려 공허속으로 빨려나가는듯한 공포감에 젖어갔다. 그는 마치 온몸으로 그 사실을 부정하면 그 사실이 거짓이 될 것 처럼 온몸으로 부정했다.


"아니야!! 아니야!! 아니라고!!!"



"맞습니다!! 맞고 말고요!! 당신은 그저 권력에 사로잡힌 한마리의 더러운 돼지일 뿐입니다! 그 보잘 것 없는 아성을 지키기 위해 440만의 부상자의 머리를 헤집으며 자식같은 선원들을 거리낌 없이 죽이고 함선을 무너트리며 함대를 부수어나가고 결국 자신만의 왕국을 이루려 하는 함대에 있어선 절대 안될 악의 종자가 바로 당신입니다! 당신이라고요!"



함장은 느리게 자신의 의자에 쓰러지듯 파묻혔다. 그의 얼굴은 허탈함과 혼란감 공포감이 뒤섞여 만개의 표정을 반복하고 있었다.


"아니야.... 아니야...."


부관은 그 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웃었다. 그 웃음과 함께 고문에 혹사당한대다가 방금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붇기도 한 부관의 심장은 조용히 정지하였고, 그렇게 부관은 미소를 짓으며 고통없이 죽었다. 함장은 부관이 죽은 것도 모르고, 계속 그의 말을 부정했다.


"아니라고....."


스크린에 펼쳐진 거대한 우주는 그런 함장을 무심히 내려보았다. 아, 끝없는 우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을 과연 어디의 누가 알고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