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18 11:12

http://eyes.nasa.gov/

이걸 보셔서 수성과 지구의 공전을 비교하신다면 제가 아래에 쓰는 글이 훨씬 편하게 이해 되실 것입니다. 아주 멋지기도 하고요. 과거로 쭉 돌리면 파이오니어가 지구에서 발사되는 모습도 보입니다 ㅎㄷㄷ.




수성과 지구는 공전주기는 4.152:1의 비율을 가지고 있다. 간단히 말해 지구에서 1년은 수성에서 4.152년인 셈이다. 공전주기가 정확히 맞아 떨어지지는 않고 정확히 원으로 도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완전히 딱 떨어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지구시간으로 1년마다 지구와 수성이 최소 3번에서 최대 4번까지 매우 가까워지는 때가 생기는 것이였다. 바로 이 때 지구 ISS에서 나사 소속 정기항행 화물선이 출발해 수성 저궤도 광업및 연구용 우주정거장 로스에 도착한다. 이유는 간단했다. 태양 - 수성 - 지구가 딱 1렬로 늘어설 때 수성과 지구간의 거리가 가장 짧아지고, 거리가 짧다는 것은 물자를 오고보내는 가격이 가장 싸다는 것이니까.


물론 정확히 태양 - 수성 - 지구가 딱 1렬로 늘어설 때 정기항행 화물선이 출발하는 것은 아니였다. 만약 그런다면 정기항행 우주선이 1달간의 항해 후 수성에 도착할 쯤에는 이미 수성이 공전을 통해 저 멀리 사라져 있을테니까. 여기서 나사 공학자들의 멋들어진 예술이 펼쳐진다. 그들은 지구의 궤도와 수성의 궤도를 정확히 계산하고, 정기항행 화물선의 엔진 상태와 속도도 정확히 계산하고, 다음 태양 - 수성 - 지구가 1렬로 늘어설 때 정확히 지구와 수성간의 거리가 어떻게 될지도 정확히 계산하고(지구와 수성은 정확히 원 궤도를 도는 것이 아니니 서로간의 거리는 항상 다르다), 만약 금성의 중력을 이용해 정기항행 화물선의 속력을 추가가속할 수 있다면 정확히 언제 발사해야 얼마나 가속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정기항행 화물선이 수성 공전궤도에 도착 무렵 수성의 위치가 어디에 있을지도 정확히 계산하고, 그 모든 계산을 통해 지구에서는 수성과 지구가 일렬로 늘어설 때보다 며칠이나 빨리 정기항행 화물선을 발사해야 정기항행 화물선이 수성의 궤도에 도착할 무렵에 수성에 정확히 도착할 수 있을지를 계산해낸다. 그러면 나사 공학자들의 계산결과가 정기항행 화물선의 항법컴퓨터에 입력되고, 정기항행 화물선의 항법컴퓨터는 그 계산결과를 정확히 따르며 조금의 오차도 없이 출발하고 선체를 미세조정한다. 


이 모든 과정을 한마디로 줄이자면,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목적지로 우주선을 발사해서 우주선이 도착할 때가 되면 원래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 궤도를 공전하고 있는 수성이 하루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도착하도록 조절해서 발사하고 항해하는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거의 모든 것들이 실제로 이루어지기 전에 미리 관측하고 예측할 수 있는 우주에서만 볼 수 있는 하나의 예술이라 할 수 있었다. 당연하지만 그러한 항법상의 복잡함 때문에 모든 화물선에는 비상시를 대비하기 위한 용도로 오로지 1명의 승무원만이 탑승하며 모든 것은 미리 계산을 마친 값을 항법컴퓨터가 그대로 따라서 항해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만약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해 화물선의 궤도를 변경해야할 일이 생긴다면 화물선은 승무원에게 현 상황을 설명하고 현 상황에서 항법컴퓨터가 자동으로 대처를 취할 수 있도록 승무원에게 허락을 요구하고, 승무원이 허락한다면 항법컴퓨터는 이미 나사 공학자들이 계산했던 값을 화물선 궤도를 어느 방향으로 어느 속도로 얼마나 바꿔야 원래 계산을 그대로 수행하면서도 현재 맞이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지 파악하고 재계산한다. 그러니 영화나 게임처럼 승무원이 직접 조종대를 잡고 우주선을 조정하는 일은 극도로 드물었다. 우주를 항해한다는 것은 한낱 조종사가 개입하기에는 너무 복잡하다. 우주를 항해하는 것은 조종대를 잡고 패달을 밟아 가속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게 아니라, 세계최고수준의 공학자 여러명이 공학용 계산기와 양자컴퓨터를 옆에 끼고 며칠에 걸려 계산을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수많은 수치들중 단 하나를 겨우 0.1만 바꾼다해도 수성에 도착하는 대신 허공에 도착할 수도 있었다. 항해가 시작하기 전이라면 몰라도, 항해가 시작한 후에는 컴퓨터가 승무원을 보조하는게 아니라 승무원이 권한을 가지고 상황을 파악하고 판단하며 허락함으로서 실질적인 일을 처리하는 컴퓨터를 보조했다.


존 햄턴의 일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존 햄턴이 휴식을 취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밥을 먹거나, 여가를 즐기거나, 잠을 자고 있을 때도 메인프레임은 24시간 활동하며 영하 170도의 수성 그림자 부분 지표면의 광업지구를 운영하고, 광업지구와 정거장 로스를 오고가며 지표면에서 채굴한 광물을 정거장 로스에 저장하는 무인드론을 조종하고, 지구에서 전송한 연구 프로젝트 블루프린트를 그대로 따라 연구환경을 조성하고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정거장 운영자의 육체및 정신적 건강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정거장 운영자가 상황을 파악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모든 자료와 정보를 정리해 간편한 형태로 전송해준다. 물론 정거장을 운영하며 정거장의 전력 상태, 냉난방 상태, 내구도 상태, 창고 저장용량 상태, 보급품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조절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옛날이라면 사람 열명이서 해야할 일을 메인프레임 혼자서 처리하고 정거장 운영자는 그저 현 상황을 파악하고 판단하며 메인프레임을 보조하는 역활만을 맡은 셈이였다. 괜히 인권단체가 인공지능을 두려워하는게 아니였다. 현재로서는 인공지능 양자컴퓨터의 값이 억소리 나올정도로 거대했기에 우주산업이나 정부지원 랩에서만 활용됬지만 만약 인공지능 양자컴퓨터의 값이 급락하고 인공지능 양자컴퓨터와 완벽하게 자동화 된 공장들이 합쳐진다면 1차 산업과 2차 산업에서 인간의 노동력은 더 이상 요구되지 않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냥 한두명의 관리자만 있으면 단 한명의 노동자도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 무지막지한 생산성을 보여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1, 2차 산업에서 직업수요의 폭락이 자연스레 뒤따르겠고, 인구의 대다수는 실업자가 되고 그 실업자중 많은 이는 3차산업으로 빠져들겠지만 그래도 절대다수는 그저 실업자를 벗어나기 위해 정부 외우주 식민개척 프로그램에 참여해 외우주 식민지를 개척하는대 인생을 바치게 될 것이였다. 물론 현재로서는 외우주는 커녕 화성이나 수성까지 사람을 보내는 것도 무지막지하게 비싸기에 제한적인 자원 식민지나 겨우 개발해둔 상태이지만, 기술의 발전이 이루어진다면 수만명 단위로 지구를 탈출하는 것이 현실화 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지구의 인구와 직업수요와 경제규모가 안정화 된다면 1, 2차 산업은 거의 대다수가 인공지능에 의해 운영되는 상황에서 3차 산업과 기술개발및 예술에만 전적으로 직업수요가 남겠고 그 인구는 현재의 90억보다는 훨씬 적은 상태에 도달해 더 이상 줄어들거나 늘어나지도 않게 안정화되지 않을까 싶었다.


존 햄턴은 별다른 가구 없이 옅은 은빛 책상과 의자만 있고, 3면의 벽은 모두 무광 백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책상과 의자 뒷쪽에 벽은 하나의 거대한 유리로 이루어져 있어 아래의 빛나고 뒤틀린 수많은 도로와 하늘을 뚫고 올라가는 스카이라인이 훤하게 보이는 업무실에 앉아 있었다. 당연하지만 역시 증강현실 망막이 보여주는 풍경이였다. 기계화와 부가가치산업을 전적으로 도입해 새로운 성장동력 삼아 대도시로 부활한 디트로이트 다운타운의 모습이였다. 존 햄턴은 편안한 의자에 쭉 기댄채 눈을 감고 있었다. 하지만 존 햄턴이 쉬고 있냐면 그것은 절대 아니였다. 존 햄턴이 눈을 감았을지언정 증강현실 망막은 메인프레임으로부터 정보를 꾸준히 전송받아 존 햄턴이 파악하고 판단해야하는 정보와 자료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딱히 특별한 것은 없었다. 화물선이 현재 어디에 위치해있는지를 간략히 3d 지도에 표현한 모습과 메인프레임이 처리한 자료들을 정리해서 일괄적으로 모아놓은 정보만 있었다. 하지만 존 햄턴은 조금의 게으름도 부리지 않고 메인프레임이 처리한 자료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살펴보며 현재 어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파악하고 판단했다. 파악하고 판단하는게 사실상 존 햄턴의 유일한 일인대, 그것이라도 열심히 해야하지 않겠는가. 존 햄턴은 2096년 8월 11일의 나사 소속 수성 저궤도 광업및 연구용 우주정거장의 ED(Every Day) 보고서를 모두 읽은 후 눈을 떴다. 존 햄턴은 눈이 뻑뻑한지 눈두덩이를 검지와 중지로 어루만진 후 기지개를 폈다.


"미스 프레임, 정거장 운영자 평가란에는 '문제없음'이라고 알아서 기록해둬. 오늘도 딱히 별 문제는 없더라. 으하으!"


"2096년 8월 11일, 나사 소속 수성 저궤도 광업및 연구용 우주정거장 ED 보고서의 정거장 운영자 평가란에 '문제없음' 이라고 기록하겠습니다. 피곤하신 것 같은대 뭐 마실거라도 가져다 드릴까요?"


ED 스케쥴이나 ED 보고서 같은 공식적인 업무를 처리할 때는 메인프레임의 자유대화 기능이 잠시간은 억제됬다. 조금의 문제 없이 의사소통이 이루어져야하기 때문이였다. 존 햄턴은 괜찮다는듯 손을 내저었다.


"아냐, 지금 보니까 오렌지 파우더 재고량이 살짝 부족하더라고. 다음 보급 올 때까지 5일간 버티려면 좀 아껴 마셔야겠어. 난 그냥 풍경이나 좀 감상할게."


"필요하면 부르세요."


존 햄턴은 기지개를 한번 더 쭉 편 후, 의자에서 일어나 유리벽에 걸어가서 아래의 거대한 메트로폴리스를 감상했다. 수많은 고가 도로, 헬리콥터, 8차선 도로, 10차선 도로, 차량정체, 초고층 빌딩이 강렬한 태양 아래 번쩍거리며 빛나는 모습은 인간 문명의 강력한 힘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불 앞에서 돌덩이를 두들기며 덩쿨을 가지고 나무 막대에 묶은 후 우가거리며 서로의 두개골을 찧어 뭉개던 원시인이 어느새 이토록 강대해졌다. 해저부터 밀림까지 인간이 없는 곳은 지구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고 지구의 어느 생물도 인간을 위협할 수는 없었으며 인간은 이산화탄소를 통해 지구 전체의 기후를 바꿀 수 있었고 원하는 생물을 자유자재로 멸종시킬 수 있었으며 새로운 생물을 유전자 배양해서 야생에 풀어놓으며 생태계를 제어하며 초고층 빌딩을 통해 하늘까지 솟아오르고 인간이 살 수 없는 황무지에도 대도시를 건설하고 대도시와 대도시를 도로와 비행기와 함선으로 연결하며 합쳐진 힘으로 지구를 탈출해 우주까지 뻗어나가 그 누구보다 더 태양과 가까운 곳을 탐험해서 사람이 살 수 있는 자그마한 정거장을 건설하고 외계 행성을 탐사하고 채굴해 그 값진 자원을 지구로 수송할 수 있었다. 그리고 원래는 빛나지 않는 행성에 빛덩어리를 끝없이 깔아 매일 밤마다 반짝이며 빛나도록 만들었다. 세상 그 누가 그럴 수 있을까. 돌고래가 그럴 수 있을까? 아니면 침팬지나 오랑우탄이? 아니면 고릴라가? 그것도 아니라면 개미가 그럴 수 있나? 아니다, 오로지 인간만이 그럴 수 있다. 인간만이 문명을 만들어 문명을 발전시켜 과학을 개발해 미지를 탐사하고 미지를 개척하며 문명의 범위를 인지의 경계까지 확장시킬 수 있었다. 그것이 바로 인간의 힘, 인간 문명의 강대함, 인간이라는 위대한 종족이 펼쳐낼 대서사시의 완결이자 시작이였다. 존 햄턴은 짧게 말했다.


"노을."


그러자 태양이 저물고 노을이 떠오르더니 노을의 부드러운 빛에 디트로이트 다운타운은 은은히 불타올랐다. 고가도로와 8차선및 10차선 도로들은 자동차 라이트에 번쩍이며 빛났고 지평선 너머까지 뻗어진 건물들의 숲은 벌써부터 온갖 호황찬란한 빛으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에 질새라 하늘 끝까지 뻗어오른 초고층 빌딩은은 인간 문명의 장대한 기념비로서 위엄찬 빛을 온세상에 뿜어냈다. 그 모습은 세상 무엇보다도 아름다웠다.




futuristic city wallpap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