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03 11:25
옛날 옛적 어느 곳에 한 여행자가 길을 걷고 있었다. 그 여행자는 길을 걷던 도중 한 기묘한 남자를 만났다. 기묘한 남자는 오른팔로 큼지막한 칼을 치켜든채 왼팔을 연달아 내리치며 잘라내고 있었다. 기묘한 남자는 눈 위에 검은 붕대를 칭칭 감아서 한 치 앞도 못 볼듯 싶었다. 여행자는 이해할 수가 없어서 물었다.

"아니 지금 뭐하고 계신겁니까?"

퉁명스럽게, 오히려 자기가 더 황당하다는듯, 기묘한 사내는 답했다.

"아니, 지금 보면 모르십니까? 일루미나티에서 저를 암살하려 보낸 암살자를 죽이고 있습니다. 일루미나티의 유대인 놈들이 꾀 하나는 지독하게 부리지만, 저를 속일 수는 없지요!"

일루미나티? 암살자? 여행자는 황당해 순간 말을 잃었다. 잠시 후, 겨우 말을 되찾은 여행자는 황당해하며 물었다.

"지금 당신이 잘라내려하는 것은 당신의 왼팔인데요?"

"뭐?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거요? 내가 왜 내 왼팔을 자르고 있겠어? 당신 미쳤소?"

"아니, 저게 안 보이세요? 지금 오른팔로 칼을 들어 왼팔을 잘라내려 내리치고 있잖아요. 그냥 보세요!"

"황당한 말만 하는군! 내 눈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고 당연히 내 왼팔에는 아무런 문제 없이 멀쩡하다는 것도 보이오!"

여행자는 말을 잃어 기묘한 남자의 눈을 칭칭 감은 붕대를 바라봤다. 기묘한 사내가 아무것도 보고있지 못할 것은 분명했다.

"지금 눈에 붕대를 감고 계시잖아요. 그러니 아무것도 안 보이겠죠. 잠시만, 칼 좀 잠시 내려놓으세요. 제가 지금 가서 붕대를 풀어드릴테니 붕대를 풀고 직접 보세요."

여행자는 그 말을 하고 기묘한 남자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기묘한 남자는 얼굴이 흥분으로 시뻘겋게 달아오르며 서슬퍼런 칼을 무섭게 치켜들었다.

"다가오지마! 내 눈은 멀쩡한데 지금 뭔 소리를 하는거야? 아, 알겠어. 이제야 알겠어. 너도 일루미나티에서 보낸 공작원이지? 내가 네놈들의 음모를 알아채서 암살자를 죽이려하니 날 속여서 그걸 막으려고 하는 것이 분명해. 내가 칼을 내려놓으면 그대로 달려들어서 나를 세뇌해 노예로 만들어버리겠지! 흐흐흐, 하지만 나는 네놈들의 수작에 결코 속아넘어가지 않는다고, 절대 속지 않아 이 망할 유대인 놈들아! 눈이 멀었다느니, 왼팔을 자르고 있다느니, 그런 허황 된 소리에 내가 속을까보다! 난 너희들보다 강하다고! 난 너희들중 그 누구보다도 더 강해!"

여행자는 다시금 할 말을 잃었다. 기묘한 사내는 함께 대화하는 사람이 할 말을 잃게 하는 기묘한 재주가 있는듯 싶었다. 기묘한 사내는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마른침을 사방에 흩튀기며 서슬퍼런 칼을 사방에 휘둘렀다. 마치 스스로가 얼마나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지 뽐내려는 것 처럼.

"너희들은 나를 계속 속이고 세뇌시켜서 네놈들의 수족으로 만들려고 했지. 지구온난화가 진짜로 존재한다는 허황 된 얘기를 하면서 세금낭비를 함으로서 몰래몰래 잇권을 챙기려 했고, 글루텐은 내 몸에 아무런 악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는 살인적인 거짓부렁을 늘어놓으며 계속 빵을 팔려고 했고, 물고기의 숫자가 계속 급락하고 있으니 어업의 규모를 일시적으로 제한해서 개체수를 다시 불려야 된다는 말도 안 되는 판타지를 쓰고! 멍청한 놈들은 그딴 것을 믿지만 나는 네놈들이 돈과 권력으로 조종하고 있는 주류 학계의 판타지에 넘어갈만큼 나약한 인물이 아니야! 난 강해! 너희들보다 훨씬 더 강하다고!"

결국 '강한' 사내는 왼팔을 성공적으로 잘라냈다. '강한' 사내는 스스로가 스스로의 왼팔보다 '강하다는' 것을 성공적으로 증명해냈다. '강한' 사내는 결국 스스로의 왼팔을 잘라내려는 사내이자 스스로의 왼팔을 잘라낸 사내이고, 스스로의 왼팔보다 '강한' 사내였다. 그리고 그 '강한' 사내는 과다출혈로 죽었다.

이 '강한' 사내는 과연 진정으로 '강한' 사내일까? 아니면 그저 보고 한바탕 웃은 다음 잊고 넘어갈 광대일 뿐인가? 그도 아니라면 우리 모두의 안에 크던 작던 어떤식으로던 살아있고 끊임없이 얼굴을 들이미려는 한 어리석은 사내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