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23 21:37
히말라야 한복판의 상공. 지평선에서 지평선까지 하늘이 낮다하고 고고하게 솟아오른 봉우리들은 두터운 만년설에 아름답게 뒤덮여 그 소박한 광휘를 뽐내고 있었다. 히말라야에는 깍아내린듯 매서운 봉우리와 끝없이 뒤덮인 만년설밖에 없었지만, 오히려 아무런 치장이 없는 간결한 소박함이 세상 그 어떤 황금이나 보석보다도 아름다운 모습을 웅장히 자아내고 있었다.

그런 히말라야 산맥의 한복판에 헬리콥터 한대가 윙윙거리며 날고 있었다. 헬리콥터에는 한명의 조종사와 한명의 사내가 있었는데, 헬리콥터에 탄 사내는 이 모든 것이 너무도 즐거워 미칠 것 같다는 함박미소를 얼굴 가득 짓고 있었다. 사내의 이름은 젠슨, 오늘 히말라야를 방문한 그 누구도 시도해보지 않은 미친짓을 감히 시도해볼자다.

헬리콥터 조종사는 마이크를 통해 젠슨에게 말했다. 헬리콥터의 소음때문에 그들은 모두 헤드폰과 마이크를 쓰고 있었다.

"젠슨씨, 목표하신 곳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다이빙 하고 싶으실 때 문을 열고 뛰어내리시면 됩니다."

"드디어 도착했군! 쇠뿔도 단김에 뽑으라는데 지금 당장 뛰어내려보니!"

젠슨은 아무래도 스카이다이빙을 하기 위해 히말라야로 온 것 같았다. 그런데 무엇인가 이상했다. 히말라야 한복판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했다가는 그저 조난당해 죽을 뿐이지만, 이 헬리콥터에는 낙하산 줄을 걸어둬서 낙하하다보면 자동으로 낙하산이 펼쳐지도록 하는 안전장치가 달려있지 않았다. 아니, 젠슨은 아예 낙하산조차 입고 있지 않았다. 그저 어디 나들이라도 나온듯 간단한 등산복만 입고 있을 뿐이였다. 젠슨이 성경에 나오는 천사라도 되지 않은 이상, 그런 복장으로 히말라야에 뛰어내렸다간 개죽음 당할 뿐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젠슨과 헬리콥터 조종사 모두 그 괴상한 상황을 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대신, 젠슨은 헬리콥터 문을 열고 아래의 까마득한 광경을 내려다본 후, 숨 한번 들이쉬더니 그대로 뛰어내렸다. 낙하산이나 안전장치 하나 없이. 헬리콥터 조종사는 그것을 막으려하기는 커녕, 오히려 젠슨이 눈에 쓴 증강현실 장치의 초소형 카메라를 통해 들어오는 추락 장면을 조용히 감상할 뿐이였다. 마치 이 모든 것을 즐기고 있는 것 처럼.

젠슨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추락했다. 까마득한 높이의 바닥은 마치 구글지도를 최대속도로 확대시키는 것처럼 무시무시한 속도로 커져만 갔고, 젠슨의 얼굴은 바람의 저항에 마치 초강력 선풍기를 정면에서 맞이하는 것 처럼 온 근육이 마구마구 떨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젠슨의 얼굴에서 함박웃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마약을 통해 쾌감중추를 직접 자극하는 것 처럼 함박웃음은 짙어지기만 했다.

젠슨은 살면서 단 한번도 느끼지 못한 극한의 스릴감을 느꼈다. 추락감, 바람의 저항, 그 모든 것들은 낙하산을 몸에 묶지 않자 인간의 뇌를 쥐어짜내는 것만 같은 극도의 쾌감과 스릴감으로 뒤바뀌었다. 세상 그 어느 마약도, 어느 경험도 절대 주지 못하는 극한의 스릴감은 마법처럼 젠슨의 두뇌를 무지막지하게 매혹시켰다. 어찌보면 당연하리라, 목숨을 건 정도가 아니라 100% 목숨이 사라질만한 경험을 단순히 즐기기 위해 하고 있었으니. 지금 젠슨이 하고 있는 행위는 자동권총으로 러시안 룰렛을 즐기는 것과 비교할만하지 않은가.

그리고 너무도 당연하게도, 젠슨은 추락했다. 무지막지한 운동 에너지는 젠슨의 몸이 마치 운석이라도 된 것 처럼 만년설이 사방에 흩뿌려지도록 만들었고, 그 후 만년설 바닥의 바위에 부딪혀 산산조각으로 짓뭉개지도록 만들었다. 젠슨이 추락한 곳에는 만년설과 피로 만들어진 핏빛 크레이터만이 아스라히 남았다. 젠슨의 증강현실장치에서 건내져오던 영상 역시 끊겼다. 헬리콥터 조종사는 그 모습을 보더니, 무덤덤한 얼굴로 헬리콥터를 조종해 출발했던 도시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헬리콥터 조종사가 홀로 헬리콥터를 조종한지 대략 30분정도 흘렀을까, 헬리콥터 조종사의 증강현실장치로 전화가 한통 걸려왔다. 헬리콥터 조종사가 '받아' 라고 짧게 생각하자 뇌파를 감지한 증강현실장치는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그러자 헬리콥터 조종사의 시각은 증강현실장치에 의해 조절되서 한 남자의 얼굴을 시야 왼쪽 구석에 표현해냈다. 젠슨이였다. 젠슨은 너무나도 강렬한 경험을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모르는 것 처럼, 그저 미친듯한 광소를 끊임없애 터트려내고 있었다.

"하하하하하하! 이거 정말 끝내주는구만! 코카인을 뇌에다 직접 주사해도 이것만큼 강렬하지는 못할꺼야! 아, 신이시여! 세상은 x발 x같이 멋진 곳입니다! 자네도 언젠가는 꼭 한번 이걸 해보라고!"

다시 말하지만, 젠슨은 죽었다. 젠슨의 시체는 히말라야 어딘가에 핏빛 크레이터를 만들어냈다. 아마 배회하는 짐승이 와서 잔해를 맛깔나게 먹어치우거나 하겠지. 하지만 어째선지 죽어있어야할 젠슨은 멀쩡히 살아있었고, 증강현실전화를 통해 미친듯한 광소를 터트리기까지 했다. 헬리콥터 조종사는 짧게 답했다.

"저는 젠슨씨처럼 부유하지가 않아서, 아무래도 그렇게는 못할 것 같습니다. 하데스 사에 제 뇌를 등록시킨 것도 젠슨씨의 도움이 없었다면 평생 꿈꾸지도 못했을텐데, 원격조종하는 배양육체 하나당 무려 50만달러나 하지 않습니까. 전 월급쟁이에요, 젠슨씨."

젠슨은 계속 미친듯이 웃으면서도 안타깝다는듯 말했다.

"이거 정말 안타까운 일이군! 하데스 사에 두뇌를 등록시켜서 두뇌 자체는 안전한 곳에 보관하고 얼마든지 죽여도 다시 뽑아낼 수 있는 배양육체를 원격조종한다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목숨을 얼마든지 날려버려도 된다는 것 아닌가? 근데 정작 배양육체값을 지불하지 못해 여전히 오리지날 육체에 오리자날 두뇌를 보관하던 시절처럼 스스로의 목숨을 원하는대로 날려버릴 수 없다니, 이건 마치 햄버거 패티 없는 햄버거와 같지 않은가!"

"목숨을 돈으로 사고파는 시대인데, 돈이 없으면 여벌의 목숨을 어떻게 삽니까."





--------------------------------------------------------------

이정도는 아니지만, 무선을 통해 원격조종해서 마치 제2의 몸 속에서 새롭게 살아가는 것 같은 기술은 이미 존재합니다. Telepresence Robot/Device, 혹은 Virtual Presence Robot/Device라 부르는데, 아직 시범적으로 성장중인 기술이라 용어가 제대로 정리가 안 됬습니다. 아래 링크 달아둘테니 그거 보시면 대강 감이 잡히실 것 같네요. 미래에 기술이 발달되면 오리지날 몸에서 오리지날 뇌를 뽑아 보관하고, 제2의 몸을 배양해내서 오리지날 뇌로 안전하게 원격조종하는, 그래서 얼마든지 죽어도 새로운 몸을 뽑아내기만하면 되는 식으로까지 발달되지 않을까 싶어서 한번 적어봤습니다.

http://www.doublerobotics.com/
https://www.youtube.com/watch?v=Oan9TMb47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