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07 17:25
서울의 추적거리는 밤거리. 음울하게 깔린 어둠 속에 숨어 눈동자를 빛내는 한마리 짐승처럼 네온사인은 어둠속을 수놓는다. 하지만 십년전과 달리 이제 밤거리의 지독한 암흑속을 수놓는 것은 네온사인 혼자가 아니다. 진보에 발빠른 자들이 만든 증강현실 광고업체를 통해 폭발적으로 증가한 증강현실 광고판은 이제 현실을 모방한 인간만의 증강현실 디지털세계 곳곳을 메우고 있다. 

현실세계 위에 덧씌워진 새로운 세계, 증강현실 세계, 반투명 디스플레이를 렌즈 형태로 가공해 만든 증강현실 렌즈는 이제 현대인의 새로운 필수품이다. 구글을 비롯한 전세계 유수의 IT 기업들이 협업해 무선인터넷을 핏줄로 삼아 구축한 증강현실 세계는 현실세계 위에 덧씌워졌으며 증강현실 렌즈를 가진 현대인만이 그 세계를 볼 수 있고 오로지 그 세계를 보는 자들만이 그 세계 속에서 살아갈 수 있다. 분명 같은 국가 같은 도시에서 같은 사람 둘이 같은 길을 걷지만, 둘중 한명만 증강현실 렌즈를 가지고 있다면 사실 그 둘은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증강현실 렌즈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사실 빼곡한 침엽수림을 보며 걷고 있을 수도 있고, 중세시대 고성에서 탐방을 하고 있을 수도 있으며,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에게 증강현실 전화를 걸어 서로간에 놓여진 수만킬로미터라는 거리를 초월해 바로 곁에 있는듯 서로와 대화를 나누고 있을 수도 있다. 증강현실 렌즈가 없는 사람이 하늘을 보면 하늘만 보이겠지만, 증강현실 렌즈가 있는 사람이 하늘을 보면 하늘과 함께 그 하늘 위에 덧씌워진 별자리가 보일 수도 있고, 현재 시간, 날씨, 습도, 등등이 구름의 형태로서 보일지도 모른다. 

증강현실 렌즈가 없는 사람에게 도시의 거리는 그저 콘크리트와 도보블락일 뿐이지만, 증강현실 렌즈가 있는 사람에게 도시의 거리는 도로 위에 겹쳐져 보이는 화살표 형태의 네비게이션 프로그램, 머리 위에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프로파일을 둥둥 띄우고 다니는 사람들이 가득찬 곳이다. 도로를 보면 버스노선이 도로 위에 겹쳐져 보이며 어떤 종류의 버스가 이 노선으로 다니고 몇분안에 가장 가까운 정류장에 도착할지가 보이고, 버스정류장을 바라보면 어떤 종류의 버스들이 몇분마다 도착하는지가 간략화 된 버스노선과 함께 보인다. 버스 너머를 보면 진짜 튜닝을 하는대신 증강현실 튜닝을 차량위에 달아서 증강현실 렌즈를 장착한 사람들의 눈에만 휘까번쩍하게 보이는 차량들이 도로를 가득 메운 모습이 보인다. 건물을 바라보면 그 건물에 사람이 몇명이나 들어가있는지가 각 인원의 페이스북 프로파일과 함께 보이고, 건물 자체는 어떤 목적으로 쓰이고 있는지, 만약 상가 건물이라면 정확히 어떤 종류의 상점이 입주해있는지와 해당 상점에 대한 네티즌들의 리뷰가 자동으로 주르륵 나온다. 증강현실화가 성공적으로 정착한 대도시란 바로 이런 곳이며 이것이 바로 현실세계와 현실세계 위에 덧씌워진 디지털세계의 차이, 바로 현실과 증강현실의 차이다.

이제 현대인은 한번에 두 세계를 동시에 살아가고 있다. 분명 그들의 몸은 현실세계를 걷고 현실세계를 숨쉬며 현실세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두뇌는 현대인의 교묘한 기계장치가 감각장치를 속여서 보여주는 가상세계 속에서 살고 있고, 모두가 마법적인 능력을 발휘해 시공과 시간을 초월해 보고 싶은 것을 언제 어디에선지 어떻게던지 볼 수 있는 증강현실 세계 속에서 살고 있다. 무선인터넷을 통해 현실세계 위에 덧씌워진 증강현실 세계, 만인이 만인과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있을 수 있는 곳, 단순히 청각적으로 연결되거나 한낱 글자를 통해서나 연결되어 있을 수 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시각적으로도 만인이 만인과 연결될 수 있는 곳, 현대인의 영혼은 그곳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살아 숨쉰다. 두 세계에서 동시에 태어나 동시에 숨쉬는 자들, 동시에 걷는 자들, 동시에 시퍼렇게 불타오르는 예리한 논리의 성화를 한손에 쥐어서 동시에 휘두르는 자들, 그들은 인간이 태어난 세계에 두발을 디딛고 우뚝 서 인간이 만들어낸 세계를 향해 손을 뻗어 마침내 그 달콤한 과실을 입안 가득 베어물었다. 아, 증강 된 인류여, 아바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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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사실 뭔가 좀 멋들어진 단어로 끝내고 싶었는데, 뭔가 떠오를락 말락 하면서 영 떠오르지 않습니다. 한번에 두 세계에서 동시에 태어나 두 세계에서 동시에 살아가는 현대인, 이 문장을 좀 멋들어지고 함축적으로 줄이고 싶은데 그럴만한 단어가 영 떠오르지 않네요. 혹시 떠오르시는 분 있으면 댓글로 좀... 고뇌하는 글쟁이를 도와주세요 ㅜㅜ

여담이지만 이건 오랜만에 쉐도우런 확장팩이 나왔길래 함 하다보니까 갑자기 삘 받아서 써봤습니다. 조르만 위즈맨 얘네는 왜 증강현실 안 건드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쉐도우런 룰북 7판까지 봤는데 여전히 딱히 증강현실이랄만한 것은 없는 것 같아서요. 매트릭스는 현실 위에 디지털 세계를 덧씌운다는 의미로서의 증강현실이 아니고, 쩝 매우 매력적인 소재인데 얘네가 영 안 써먹어서 아쉽습니다.

이왕 쓰기 시작한거 계속 써보자면, 제가 여기에 쓴 증강현실 기술은 모두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CES 2014를 보면 이미 증강현실 렌즈가 선보여졌습니다. 지금이야 기술한계상 원시적인 형태일 수 밖에 없지만, 핸드폰도 원래는 솥뚜껑만한 무전기에서 시작했고 스마트폰도 원래는 128비트였나 256비트였나 여하튼 조악한 해상도의 화면을 가진 휴대용 단말기에서 시작했습니다. 일단 발전의 가능성만 있다면 세월이 흐를시 열이면 아홉 대단한 형태로까지 발전하고, 그것은 제 생각에 증강현실 렌즈가 아닐까 싶습니다.

http://www.gizmag.com/ioptik-ar-contact-lens-ces/30310/

이노베가(Innovega)라는 회사의 iOptik이라는 제품이 바로 제가 말한 증강현실 렌즈인데, 이건 아직 제가 상상했던 증강현실 렌즈와는 제법 차이가 있습니다. 이건 마이크로 디스플레이가 달린 렌즈를 눈에 쓴 후, 안경을 통해 렌즈의 마이크로디스플레이에 이미지를 보내서 현실세계와 증강현실 영상을 합치는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뭐, 그래도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요. 구글도 하나 개발중이긴 한데, 당장은 증강현실보다는 당뇨병 환자를 위한 의료용기기에 더 가깝지만 뭐 미래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http://googleblog.blogspot.kr/2014/01/introducing-our-smart-contact-lens.html

그리고 증강현실을 얘기하면서 단순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다양한 정보를 보내주는 상호관계성을 위에서 적었는데, 이건 이미지 인식을 통해 가능해질지도 모릅니다. 

http://www.ted.com/talks/matt_mills_image_recognition_that_triggers_augmented_reality?embed=true&language=ko

오라스마(Aurasma) 개발자 매트 밀스의 TED 강연입니다. 여기서 이미지 인식을 통한 증강현실을 보여주는데, 정말 매력적이기 그지 없습니다. 여기 나온 앱은 오라스마라는 앱인데, 안드로이드와 애플 둘다 무료로 다운해 사용가능합니다. 앱스토어나 플레이스토어에 걍 Aurasma라고 치면 곧장 나옵니다. 저도 다운받아서 아주 간단한 증강현실 오라(Aura, 그 앱을 통해 만든 증강현실을 오라라고 부르더군요)를 만들어 가족들한테 보여줬는데 다들 어찌 신기해하던지. 여하튼, 이미지 인식 기술은 이미 어느정도 발달 됬고 미래에는 더 발달 될 것입니다, 훨씬 더요.

무선인터넷을 통해 증강현실 세계가 현실세계 위에 구축되어 있는 것은, 구글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감안하면 구글이 타국의 타기업과 협업해 진행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구글 스트릿뷰, 구글 어스, 구글 맵, 모두 정말 대단하기 그지 없습니다. 현실세계가 디지털 속에 담겨있으니까요. 물론 전세계 주요핵심도시들로 제한되겠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거기에 소셜네트워크가 밀접하게 상호연관되어 있는 것은 그렇게 디지털 세계가 현실세계와 하나로 합쳐진다면 거인으로 성장한 소셜네트워크가 끼어들지 않을리 없다 생각해서 적어봤습니다.

뭐, 대강 적을건 다 적었네요. 제 짧은 단편을 읽어주신 것에 감사드리고 혹시 ‘한번에 두 세계에서 동시에 태어나 두 세계에서 동시에 살아가는 현대인’ 이 문장을 멋지고 함축적으로 줄인 단어 떠오르는 거 있으면 좀 도와주세요 ㅜㅜ 증강인류는 뭔가 좀 그렇잖아요.

다른 사이트에서 한분이 아바타라는 괜찮은 단어를 말해주셨길래 그거로 한번 해봤습니다. 그래도 혹시 다른 더 좋은 아이디어 있으신 분들은 기부해주시면 ㄳ하겠습니다 굽신굽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