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25 15:38
"아, 고통이여, 그대 끝없는 고통이여! 절대 끝나지 않고, 어느새 눈을 떠보니 너무도 가까이 다가와 있는 그대여, 고통이여! 알지 못하는 사이에 다가와 달라붙고나니 이제 죽을 때까지 모든 인간을 영원히 따라다닐 그대 고통이여, 어찌 인생이 고통의 바다가 아닐까. 결국 모든 인간은 고통의 바다 속에서 자신만의 고통으로서 허우적거리고 또 허우적거리고, 조금이라도 그 고통을 덜어내기위해 자신보다 더 나약하다 생각되는 이가 보인다면 주저없이 그 고통을 쏟아낼텐데. 그 고통의 거대한 사슬, 끝없이 돌아가는 고통의 사슬, 더 높은 곳에서 더 낮은 곳으로, 더 비참하고 더 처절한 곳으로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그 고통의 원천, 결국 가장 비참하고도 가장 처절한 곳에 도달해 그곳에 끊임없이 고통이 고이고 썩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허우적대는 사람은 멀쩡히 살아있지만 산채로 죽어가고, 끝없는 고통과 증오에 안에서부터 산채로 썩어가고, 결국 증오와 고통에 모든 것이 휩쓸려가 아무것도 남지 않은 공허한 구멍만을 가슴에 박은채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인생일 지언데 어찌 인생이 고통의 바다가 아닐까!

하지만 진정한 고통은 바로 두려움일 지어니, 공포 또한 나를 죽을 때까지 쫓아다니는구나!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심장이 멎을 것만 같고, 그 약간의 흔적만으로도 온몸이 엄동설한을 맨몸으로 걷는듯 떨려오며, 고통으로부터 태어나 다시 고통을 낳아 다시 고통으로부터 태어나는 그대 공포여, 고통과 공포의 그 끝없는 순환이여! 세상 만물 모두에서 공포의 얼굴이 보이고, 세상 만물 모든 것이 너무도 두려워 미칠 것만 같고, 너무도 하찮고 하잘것 없는 것 조차 너무도 두려워 견딜 수가 없으니, 그것 또한 고통이며 그 고통은 다시 공포가 된다! 

나는 그것이 너무도 증오스러워 견딜 수가 없다. 세상이 나에게 강요했지만 어느새 나의 심장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잡아 이제 나의 일부분이 되버린 이 감정들이 너무도 증오스럽다. 나에게 이러한 감정을 주입한 세상이 증오스러우며 그 세상의 분노와 증오가 증오스럽다. 너무도 나약하고 너무도 죄없는 것에게까지 너무도 잔악하며 너무도 무자비하며 너무도 냉혹한 그대 세상의 증오와 그 무자비한 의지가 증오스럽다. 끝없이 솟아올라 나의 정신을 갉아먹는 그대 비참하고 처절한 고통도 증오스러우며, 모든 것으로부터 보이는 그대 공포의 얼굴도 증오스러우며, 지옥 가장 깊숙한 곳에서 퍼온 타르처럼 끈끈하고 지독하고 강렬하지만 미래없이 타오르는 이 시커먼 증오의 불꽃도 증오스럽다. 하지만 가장 증오스러운 것은 이 거대한 사슬, 이 거대한 증오와 고통과 공포의 이 모든 사슬이 너무도 증오스럽다. 그 사슬을 만들어낸 세상이 증오스럽고 그 사슬 안에서 살아가는 세상만물이 증오스럽고 모든 것이 증오스러워 통채로 시커멓게 불태워버리고 싶고 그 잿더미를 보면서 지독한 광소를 터트려버리고 싶다. 하지만 정작 타버리는 것은 나 혼자, 처절하고도 지독하고도 끈끈하게 타버리는 것은 나 혼자 뿐, 그리고 잿더미가 되버리는 것 또한 나 혼자 뿐, 정작 광소를 터트리는 것은 무자비한 세상, 만물의 고통을 보며 웃음거리로 삼는 세상, 타인의 고통을 구경거리로 삼으며, 타인의 증오를 두려워하며 질시하며, 타인의 공포를 한번이라도 더 이용해먹지 못해 안달이 났으며, 스스로의 무자비함을 너무도 빠르게 잊어버리는 그 망각, 그 세상, 결국 광소는 그들이 터트리고 오로지 그들만이 터트린다.

그렇다면 나 또한 잊으리라. 나 또한 그 모든 고통을 잊고 공포를 잊고 증오를 잊으리라. 라고 생각하고 행동하지만 결국 그 망각이 다시 나 자신을 죽인다. 고통은 사무치고 또 사무쳐서 잊혀지지 않으니, 처절하게 온힘을 다해 잊고 있는 척 해봤자 끊임없이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솟아올라 다시 나 자신을 사로잡는다. 그 공포는 숨길수록 더 은밀하게 나타나서 더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나를 두렵게 만들고, 증오는 억누르면 억누를수록 더 처절하고 끈끈하게 타올라 언젠가 증오에 대한 억압을 이겨내고 그동안 억압 된 모든 증오가 터져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아 세상을 따라하며 잊으려 했지만, 너무도 잔악하고도 너무도 무자비하며 너무도 처절한 것 까지 너무도 간단하게 잊는 그 세상을 따라하려 했지만, 결국 그러한 망각이 다시 나를 꿰뚫어 이미 죽은 나를 다시 한번 더 죽이고 이미 아무것도 남지 않아 공허하고도 공허해진 나에게 새로운 구멍을 뚫어 더욱 더 공허하게 만든다. 결국 나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고통, 공포, 증오, 그리고 가장 처절하고도 처절한 공허감 밖에는. 

그대 세상이여, 잔악하고 무자비하지만 스스로의 추악함을 너무도 간단하게 잊어버리는 그대여, 결국 괴물같은 그대는 다시 그대 세상을 따라 세상의 일부가 될, 그 거대한 증오와 고통의 사슬을 이어갈 괴물같은 자식을 낳아버리고야 말았구나. 언젠가는 나 또한 괴물이 되버린 나 같은 괴물같은 자식을 낳아 이 거대한 사슬을 이어가도록 하겠지. 내가 그토록 증오했지만 결국 나 자신의 일부가 되버린 그대 거대한 증오와 고통의 사슬이여, 이제서야 만족스러운가? 결국 나를 집어삼켜서 나를 그대 사슬의 일부로 만들어버리고 나서야 만족감이 느껴지는가? 이제 나는 증오와 고통의 사슬의 일부분이 되어버렸으니, 결국 그대 증오와 고통의 사슬이 아무리 증오스러워도 그 증오가 사슬의 일부분인 나 자신에게 되돌아가게 되니 행복해 견딜 수 없던가? 

아, 욕심스럽구나, 욕심스러워. 언제서야 인류는 그대를 벗어던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