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22 01:03

 퀘스트의 진실



 검은 바탕에 자잘한 빛이 반짝이는 가운데, 그 한편이 물결처럼 출렁였다. 만노록스 총독은 파이프를 문턱에 힘을 주었다. 물결은 순식간에 넓게 퍼지더니 이윽고 강렬한 빛이 창을 열듯 공간을 찢고 튀어나왔다. 누가 탄성을 질렀다. 새하얗고 거대한 구멍이 뻥 뚫려서는 검은 물체를 뱉어냈다.


 “코드는?”

 “잠시만요. 예, 맞습니다.”


 만노록스는 파이프를 깊게 들이쉬었다. 심장소리가 들렸다. 모니터에 비치는 저 검은 철골을 보고 있자니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철골은 거대한 십자가를 뉘어놓은 것과 같고, 초계함이 개미만할 정도라 절로 경외심이 들었다.


 “도킹합니다.”


 느릿하게 철골 밑으로 들러붙은 초계함에는 미지로부터의 선물을 움직일 수 있는 기술자와 보험으로 동승한 해병 다수가 탑승하고 있었다. 만노록스는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었다. 저 정도 함이면 초계함에 해병을 꽉 채워가도 계란에 바위치기지. 차라리 모니터 끝자락에 머리 내민 전함을 믿는 게 좋았다. 이전까지의 경험을 생각해보면 의심자체가 바보 같았다.

 다섯, 아니면 여섯 번째였다, 저 너머로부터 함선을 제공받은 것이. 최초는 전투기와 탐사정, 다음은 수송선, 초계함이었다. 수신자 불명의 통신은 우리에게 임무를 내리고 이를 수행할 경우 보상을 내렸다. 간간히 우리의 노력 이상의 보상을 내려 총력을 다해 이룩한 일도 많았다. 손해는 한 번도 없었지만, 가끔 동물원의 원숭이 꼴이 이러지 않나 싶을 때가 있다. 누가 우릴 지켜보는 것인지, 어디서 이러한 보상을 제공하는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우리가 알아낸 것이라고는 일정한 조건을 달성하면 일정한 임무가 주어지는 것이다. 이웃 행성 소이빈도 동일한 보상을 동일한 조건하에 받았다. 소이빈은 아직 구축함 양산에서 꾸물거려 행성 파괴함을 받기에는 한참이나 남았지만, 그들도 결국에는 받는다.


 “녹턴, 지휘실에 도착했습니다. 깨끗하답니다.”

 “그렇겠지.”


 만노록스는 우주 한 복판에 홀로 나타난 행성 파괴함을 지긋이 보았다. 놈을 뱉어낸 흰 구멍은 온대간대 없었다. 그는 냉정한 사람이었다. 저편의 감시자는 관심 없었다. 그들이 주는 임무는 언제나 득이었다. 손해 한 점 없으니, 받아먹을 건 받아 이용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조금 전과 같이 공간과 공간이 이어진 듯한 구멍은 간단하게 넘어갈 수 없었다. 그들은 언제나 일방적으로 통보한다. 이를 행하라, 그리하면 이를 주리라. 임무를 마치면 공간을 찢고 자원이건 함선이건 뱉어내고는 닫는다. 워프? 아니다. 워프에 비견할 일이 아니다. 총독인 그가 워프게이트 하나 본 적 없을 리 없었다. 그건 그저 고속도로에 불과하다. 감시자가 행하는 일은 화이트홀에 비유해야 적합했다. 그리 생각하면 심장이 차가워진다.

 화이트홀을 사용한다고? 행성 파괴함은 무상 제공하고? 모든 행성에?


 “각하?”

 “무슨 일이지?”

 “녹턴이 가동 허가를 요청했습니다.”


 만노록스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생각에 잠겼다. 본성과 2파섹 거리를 두고 있는 소이빈은 아직 구축에 머물고 있으나, 은하는 넓다. 역사의 한 편을 차지한 마라 제국도 은하의 한 구석을 점유하다 사라졌다. 그리고 자신은 이제야 전함 열 척을 가졌다. 마라와 골든 마블의 전쟁에서 사용된 전함은 별 스무 개 어치였다. 그 제국들 밑으로는 수많은 정복자와 총독들이 줄지어있었다. 그들도 만노록스와 같은 시절이 있었을 것이고, 마찬가지로 감시자에게 보상받았다. 그렇다면 감시자는 얼마나 많은 시간동안, 얼마나 많은 보상을 하며 감시자로 존재했단 말인가. 만노록스는 어깨를 떨었다. 가슴이 차다 못해 시려왔다. 그리 생각하니 마치 자신들은 애완용 개미가 된 기분이었다.


 “가동 성공, 관제 센터로 이동합니다.”


 육중한 몸을 천천히 풀기 시작한 철골을 보면서 만노록스는 괜한 생각을 했다고 머릴 흔들었다. 모르는 게 좋았다. 호기심은 때로는 독이 된다. 어디서, 어떻게 이 임무와 보상이 주어지는 지보다 이를 어찌 사용할지가 관건이었다.


 “젠장.”


 욕지거리가 나왔다. 공짜는 좋았지만, 도통 어디 써먹어야할지 모르겠다. 저 굼뜬 강철 돼지를 어디에 처박아야한단 말인가. 차가운 머리로도 냉정하게 판단할 수가 없었다. 감시자에 대한 의문보다 더 깊은 고민거리인 행성 파괴함의 사용처였다.


강철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