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22 13:43

레비지드 충동구매했는대 언제나처럼 충동구매는 후회로 이어졌네요. 레비지드 사지마세요. 사람 많아야 재밌는 게임인대 사람이 없음.





테이저건을 든 남자는 유누스 셉템을 간단히 어깨에 들쳐맨 후 저를 유심히 지켜보며 이동했습니다. 그는 유누스 셉템을 짊어진 후에도 전혀 힘든 기색을 보이지 않았는대, 저에게 유누스 셉템을 들라고 시켰던 것은 아무래도 저에게 무거운 것을 들려 저의 발걸음을 늦추기 위해서였던 것 같습니다. 그가 유누스 셉템을 들쳐매게 되고 제가 원거리 공격수단인 테이저건을 가지게 되자 저를 일부러 앞세워서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게 했고요. 저의 생각을 꿰뚫어보고 이득인 거래라고 착각하게 만들며 순식간에 주도권을 빼앗아간 말솜씨도 당할 때야 머리만 멍해왔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제 허를 찌르는 것이였습니다. 유누스 셉템이 가졌던 두가지 성질, 얻어내야 하는 귀중한 것임과 동시에 발걸음을 늦추는 무거운 것, 그것을 매우 잘 파악한 행동이였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저의 기를 죽이지는 못했습니다. 제가 우주에서 얼마나 오랜 시간을 보냈는대, 겨우 그정도에 포기하겠습니까. 하지만 당장은 별다른 수가 없었기에 테이저건을 든 남자가 시키는대로 따라야만 했습니다.


"정지. 오른쪽에 문이 열려있으니 그곳으로 들어가."


저는 순간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오른쪽에는 벽밖에 없는대 왠 문? 그제서야 이곳의 특징인 홀로그램 벽들이 제 머리를 스쳤습니다. 침투를 막기 위해 홀로그램을 사방에 도배했지만, 역으로 그것을 이용해 기지 안에 세이프하우스를 마련하다니! 저로서는 생각도 못한 역발상이였습니다. 하지만 그 깨달음은 곧 대가를 요구해왔습니다. 제가 가만히 서있자 테이저건을 든 남자가 뒤에서 제 등을 발로 거칠게 걷어찼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대로 앞으로 쓰러지며 세이프하우스로 진입했습니다. 저를 마치 물건다루듯하는 테이저건을 든 남자의 행위에 열불이 솟아올랐지만, 어쩌겠습니까. 그저 기회를 기다리며 인내할 수 밖에.


'망할!'


저는 속으로 욕설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한채 벌레처럼 바닥을 기어 문가로부터 비켰습니다. 저는 문 앞에 쓰러져 있었는대 테이저건을 든 남자가 문을 막고있는 저를 어떻게 다룰지는 불보듯 뻔했기 때문이였습니다. 저는 그제서야 쫄쫄이 입은 침투자들의 세이프하우스를 둘러볼 여유가 생겼습니다.


세이프하우스는 매우 간단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선 입구에는 홀로그램 생성기가 있었고, 그 뒤에는 구식 함선에서나 사용할 돌려서 잠그는 합금문이 달려있었습니다. 물론 그 문은 열려있었습니다. 닫혀있었다면 저는 두개골이 아무리 단단해도 금속보다는 약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겠죠.


입구 안쪽은 복도없이 곧장 내부구조물이 나오는 형식이였는대, 방은 10평방미터 정도의 넓이로 보이는 정사각형의 형태를 띄고 있었습니다. 4개의 벽중 문이 달린 벽을 제외한 나머지 3개에는 파란색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넓쩍한 막이 달려있었고, 방의 중앙에는 3개의 크기다른 원통들이 겹쳐진듯한 연회색의 구조물이 성인남성 3명만한 크기를 자랑하며 우뚝 서 있었습니다. 전송기인가 뭐시긴가로 추측되는 연회색의 구조물 옆에는 역시 타이즈를 차려입은 남성 한명이 분주하게 이것저것을 만지작거리고 있었습니다. 나머지 공간에는 MRE, 배터리, 버너, 반합, 침낭등등이 잔뜩 쌓여있었습니다.


제가 얼마나 세이프하우스를 둘러봤을까, 어느새 안으로 들어온 테이저건을 든 남자는 들고 온 유누스 셉템을 짐짝다루듯 바닥에 던지며 말했습니다.


"생포한 11번 유누스다. 전송장치를 통해 본부로 전송해. 8번 섹스는 우리와 함께 본부까지 도보로 이동할 것이니 여벌의 수트도 하나 요청하고."


어찌보면 저를 테이저건을 든 남자로부터 살려준 구세주나 다름없는 남자는 정신없다는듯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기계를 다루고 있는 남자 역시 힘이 장사인지 그는 유누스 셉템을 한손으로 간단히 들은 후 전송장치의 맨 윗쪽 원통에다가 대충 밀어넣었습니다. 그 후 그는 원통의 뚜껑을 닫은 후 장치를 이리저리 조작했고, 잠시 후 뚜껑을 열며 말했습니다.


"11번 유누스 전송 끝났고, 니 말대로 여벌의 슈트도 하나 요청했다. 거기 그게 8번 섹스야? 거 애비애미가 뉘신지 참 엿같이도 생겼네. 안 그래도 바빠 뒤지게 생겼는대 뺑뺑이나 돌리고 말이야."


테이저건을 든 남자는 기계를 다루고 있는 남자의 투덜거림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구석에 쪼그려 앉아있는 저에게 말했습니다.


"거기 너. 본부가 요청을 승낙하고 슈트를 전송해줄 때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으니, 할 질문 있으면 지금 해. 잠시 후면 질문 같은 것은 할 정신도 없을테니까."


저는 잠시 가장 궁금한 것들을 머릿속에 떠올렸고, 그중 가장 궁금한 것을 질문했습니다.


"정확히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입니까?"


테이저건을 든 남자는 그 질문을 예상했다는듯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약속은 약속이니 얘기해줘야겠지. 일단 현재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이 동네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아야만 한다. 긴 이야기니까 귀 씻고 잘 들어. 두번 말해주는 것은 내 취향이 아니니까.'


기계를 다루는 남자는 테이저건을 든 남자가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몰라 순간 당황한듯 싶었습니다.


"뭐? 지금 무슨 얘기를 하는거야? 서브젝트한테 옛날 이야기 해주면 상황이 귀찮게 돌아간다고!"


테이저건을 든 남자는 귀찮다는듯 돌아보지도 않으며 말했습니다.


"이미 얘기가 그렇게 되버렸어. 여기서 안 얘기해주면 귀찮게 머리굴리면서 요리조리 방해할걸. 너, 전자기 폭풍을 사람 짊어진채 걷고 싶어? 싫으면 얘기나 빨리 끝내게 방해하지말고 전송장치나 가지고 놀아."


기계를 다루는 남자는 할 말 없다는듯 끄응 소리를 낸 후 하던 일을 계속하기 시작했습니다. 테이저건을 든 남자는 만족스럽다는듯 이야기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500년 전에, 이 행성은 제국의 수도였어. 역사에는 관심이 없어서 잘은 모르지만 100파섹 너머에도 이 제국의 깃발이 휘날렸다더군. 파섹이 뭔진 도저히 모르겠지만. 하지만 제국은 침공이든 내분이든 뭐든간에 별로 관심없는 이유로 자멸하게 됬고 수도인 이곳은 전자기폭풍이 폐허를 휘몰아치는 황무지가 되었다. 일부 지배계층은 지하로 숨어들었지. 하지만 문제가 있었어. 그 제국은 극도로 남성우월주의적인 곳이였기에 지배계층중 여성이 단 한명밖에 없었던 것이야. 황후. 결국 황후를 둘러싸고 피난민들끼리 싸움이 일어났고 그 싸움을 통해 황후가 죽게 되었다. 남은 사람은 5명의 남성이 전부였지. 남은 모두는 그렇게 이 저주받은 행성은 끝났다고 생각했어. 그런대 그들은 우연찮게 그들은 외부의 폐허 속에서 중앙복제장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망가져서 성전환 기능과 유전자조작 기능을 사용할 수 없게 됬고 외부로부터의 정보변환 루트가 끊겼기에 내부정보를 변환하지는 못하고 그냥 사용만 할 수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복제장치는 복제장치. 5명의 남성들은 자신들을 복제해 대규모의 집단을 만들려 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어. 중앙복제장치는 한사람의 유전자가 급증하는 것을 막기 위해 1개의 유전자당 49개의 복제인간만이 만들어질 수 있게 되 있었거든. 복제인간들은 모두 제작되는 와중에 나노크기의 발신장치를 혈액속에 주입당하기 때문에 어떻게 조작할 수도 없었어. 그것을 해킹하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루트자체가 막혀서 모두 실패했지. 결국 그들은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살아가기로 마음먹었고, 나머지 유전자들을 자신의 노예로 만들기 위해 지금까지 500년간 끊이지 않아온 전쟁을 시작하게 됬다.


그런 상황에서 너가 나타난거야. 여섯번째 유전자, 섹스. 장악한다면 50명의 노예를 얻게 되는 그야말로 우주로부터의 보물이였지. 첫발견은 듀오, 제2 유전자집단에 의해서 이루어졌지만 가장 빨리 대응한 것은 유누스, 제1 유전자집단이였다. 너의 유전자는 순식간에 유누스의 손으로 넘어가게 됬고, 나머지 집단들은 유누스의 독재를 막기 위해 그것을 견제하고자 했다. 그렇게 우리가 보내진 것이고. 대충 이해가 되나?"


전혀 예상치 못했던 어두운 현실은 제 머리를 망치처럼 강타했습니다. 저는 잠시동안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한가지 의문이 새롭게 떠올랐습니다.


"잠깐, 필요한 것이 유전자라면 왜 저를 살려둔 것입니까? 그냥 유전자만 채취하면 될 것을 왜 치료까지 해준 것입니까?"


테이저건을 든 남자는 무심하게 답했습니다.


"안했어."


저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네?"


테이저건을 든 남자는 잔인할만치 무심한 어조로 말해주었습니다.


"우주로부터 전자기폭풍을 뚫고 추락한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나?"


저는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습니다.


"거짓말이야."


테이저건을 든 남자는 역시 무심하게 말했습니다.


"시체도 안남아서 유전자 채취도 제법 힘들었다고 하더군."


저의 머리는 열심히 기억 속을 뒤지며 그의 말을 반박하기 위한 정보들을 끄집어냈습니다. 애초에 그의 말이 거짓이라는 전제를 깔아두었기에 그의 말이 진실일 가능성은 생각조차 안했습니다.


"하지만, 그래! 저는 지금 제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복제인간은 본체의 기억을 가지지 못하지요. 이것은 어떻게 설명하실 것인가요? 하! 날 속이려 들어?"


테이저건을 든 남자는 무심하게 답해주었습니다.


"애초에 그것때문에 유누스 유전자집단도 고생 깨나 했다고 하더군. 애초에 섹스는 노예 유전자라 폐허에 보내서 물건 하나 가져오고 빠르게 폐기해서 새로운 놈을 뽑아내는 식으로 사용 될 예정이였기에 기억을 주입할 생각은 유누스 측도 전혀 없었다고 하더군. 하지만 섹스 유전자를 받아들인 중앙복제장치는 어째선지 기억을 창작해서 그 유전자의 모든 생산물에게 부여했기에 어쩔 수가 없었지. 그, 너는 아마 너가 그수인가 느수인가로 주변을 탐사하다가 이 행성에 추락했다고 기억하겠지? 추락한 것 이전은 다 만들어진 기억이야. 중앙복제장치가 심심해서 창작을 해보고 싶었나보지."


저는 테이저건을 든 남자로부터 떨어지기 위해 뒤로 물러설 공간이 없을 때까지 물러섰습니다.


"거짓말이야."


테이저건을 든 남자는 계속 말을 이었습니다.


"이제 너는 트레스, 제3번 유전자집단의 기지로 이송 되서 아무도 모를 곳에 갇히게 될 것이야. 그곳에서 너는 생명유지장치를 부착받고 매일매일 명줄을 겨우 이어줄 만큼의 음식들만 먹겠지. 아마 그곳에서 300년동안 살게 될 것이니 미리 그곳에서 할 것들을 생각해두라고. 왜 이런 짓을 하냐고? 유누스가 섹스 유전자를 최대한 조금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지 아니면 왜이겠어? 그곳에 너가 갇혀 있으면 유누스 집단은 너 한명만큼의 노예를 사용하지 못할 것 아니야."


그 모든 말들은 저를 궁지로 몰았습니다. 저는 그의 모든 말들을 부정하고 싶었습니다.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라고! 나의 이름은 벤슨이지 섹스인가 뭔가가 아니야! 나는 우주에서 그수로 이 행성을 탐사했고 이 행성으로부터 보물을 얻기 위해 착지했어. 그 와중에 사고가 일어나서 불시착하게 됬지만 다행히 일부 제정신 가진 사람들 덕분에 살아날 수 있었지! 그 전에는, 그 전에는, 그 전에는."


테이저건을 든 남자는 피식하고 웃었습니다.


"기억할 수 없지? 부모는 누군지, 고향은 어딘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저는 더듬거리며 말했습니다.


"그, 그것은 추락와중에 머리를 살짝 다쳐서일거야. 시간이 지나면 기억나겠지."


테이저건을 든 남자는 비웃는 어투로 말했습니다.


"그만 부정해. 너는 벤슨도 뭣도 아니고 그저 섹스 8번일 뿐이라고. 그래도 너는 우리한테 감사해야만 해. 왜냐면 그곳에 남아있었더라면 방호복도 없이 전자기폭풍속으로 들어가 값지는 것을 집어서 입구 앞에다가 놓은 후 그대로 폐기 되었을테니까. 그래도 이 방식으로는 300년이나 살 수 있게 되잖아?"


저는 현실이 무너지는듯한 느낌이 무엇인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환각제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지만 저는 중심을 잡을 수 없었고, 마치 수채화 그림에 물을 뿌린듯 세계는 이리저리 흘러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비틀대다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그러자 세계는 저를 중심으로 팽이처럼 휙휙 돌기 시작했습니다. 테이저건을 든 남자는 그것을 보더니 저에게로 다가와 테이저건을 빼앗았습니다. 정신을 차릴 수 없던 저는 그가 테이저건을 가져가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커녕 그가 가까이 다가왔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다시 가져갈게."


기계를 만지는 남자는 질렸다는듯 말했습니다.


"그거 하나 도로 가져가려고 말할 필요 없는 것들까지 말해서 저렇게 만드냐? 너도 참 독하다 독해."


테이저건을 든 남자는 테이저건에 이상이 없는지 간단히 점검하며 말했습니다.


"저렇게 의지를 꺽어두면 도망갈 생각도 못할테니 너로서도 편한 일이야."


저는 진실이 너무도 고통스러워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테이저건을 든 남자에게 물었습니다.


"대체 왜. 대체 어째서 이런 것을 저에게 알려주신 것입니까."


테이저건을 든 남자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너가 물어봤고, 난 대답해줬을 뿐이다. 진실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어. 그저 그 대가를 인내할 자가 많지 않을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