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28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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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장은 고민했다. 그는 과연 자신이 먼저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반란군이 가진 식량과 에너지는 제한 된 한편, 함장군은 함장이 건설한 수경농장과 태양광 발전소에서 현재도 충분한 보급을 받고 있었으니 가만히 기다리기만 하면 반란군이 철통같은 요새에 스스로 몸통박치기를 해야할 것이 불보듯 뻔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반란군의 사상이 함장의 선원들 사이로 끝없이 퍼져나가고 있다는 것이였다. 애초에 반란군과 함장군의 차이점은 그저 해병에 의해 조기진압 됬냐, 아니면 그러지 못했냐의 차이일 뿐이니 당연한 일이였다. 심지어 철저히 지휘관에게 복종하도록 교육받은 해병들 사이에서도 불신이 감돌고 있었는대, 선원들은 과연 어떠할지는 말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뻔했다.


함장은 자신이 취해야 할 행동을 결단내리지 못했기에, 역으로 적이 어떤 행동을 벌일까를 생각해보기로 했다. 비록 부관도 함장을 잘 알기는 했지만, 함장은 부관을 매우 잘 알았다. 부관의 과거, 부관의 경력, 부관의 자격증, 부관의 성격까지 거의 모든 것을. 그래서인지 부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은 그리 힘든 일이 아니였다. 함장은 조용히 생각속으로 침잠해들어갔다.


일단 첩보에 의하면 현재 반란군의 내부 조직은 매우 엉성하다고 하였다.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 반란군중에 고위장교는 한명도 포함되지 않았으며 하급장교는 극소수, 대다수가 단순한 선원이였던 것이였다. 엉성한 내부 조직을 가지고 전면전을 벌인다면 와해되기만 할 뿐이였다. 그러니 부관은 무장반란군을 이용한 함내전투는 시도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고, 반란군은 함선의 숫자에서 부족하며 양측 다 함대전을 통한 공멸은 원치 않았으니 함대전투도 시도하지 않을 것이였다. 거기다가 그런 불문율을 이용한 기습을 방지하기 위해 함장은 각 함선들에 엔진의 움직임만 보여도 주포를 발사하라 명령해뒀기 때문에 반란군이 함선을 이동해서 함장군으로부터 거리를 둘 수도 없었다. 함장은 부관이 할 수 있는 행동은 조직정비뿐이라는 사실을 곧 깨달을 수 있었다. 함장은 조직정비가 끝나기 전에 대규모 공세로 반란을 진압하기로 결정했다.


함선끼리의 접근전에서 중무장해병을 적 함선에 강습시킬 때 주로 사용하는 도구인 휴대용 워프 엔진 특유의 물같은 검은 빛이 함장의 함대 곳곳에서 번뜩였다. 함장은 이번 공습에 무려 100만명의 해병을 동원하였다. 함장은 1해병전단과 2해병전단 총 2개의 해병전단을 보유하고 있었고, 각 전단이 100만명의 인원으로 되 있으니 함장은 해병전단 한개를 통채로 공습에 투자한 셈이였다. 함장은 별다른 저항 없이 반란군이 점유했던 함선들을 하나하나 점령할 수 있었고, 어째서 이렇게 쉽게 점령되는지를 미심쩍어 하면서도 사상이 검증 된 선원들을 보내 함선의 제어권을 획득했다.


그 무렵, 부관은 함장이 자신의 예상대로 행동한 것에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함장이 자신을 매우 잘 안다는 사실까지 포함해서 함장을 매우 잘 알았고 그렇기에 함장이 약한 조직을 반란군의 단점으로 봐서 대규모 공습을 취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부관은 반란군 조직의 나약한 구조가 전혀 단점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 특이한 선상반란의 성격을 감안하면 나약한 조직은 오히려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바로 순식간에 퍼져서 적과 동화 될 수 있다는 장점. 부관은 이 대규모 공습의 혼란을 틈타 반란군의 선원들을 함장의 선원들 속에 흘려넣을 생각이였다. 평범한 전쟁이였다면 피아식별 시스템에 걸려 택도 먹히지 않았을 작전이였지만, 현재 함장은 단기간에 대규모 공습을 준비하느라 아마 피아식별 시스템을 업데이트할 겨를이 없었을 것이였다. 즉, 반란군도 피아식별 시스템에 의하면 아군으로 나온다는 것이였다.


부관은 점조직으로 흩어져있는 선원들을 자신의 측근들과 함께 놀라운 속도로 지휘해서 함장의 조직 내부로 서서히 퍼트려갔다. 마치 튼튼한 조직 내부에 치명적인 독소를 퍼트리듯이. 부관은 자신의 얼굴도 스스로 뼈를 깍아 조잡하게나마 성형수술을 함으로서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게 한 후 함께 내부로 진입했다.


그렇게, 함장은 반란군이 장악했던 함선들을 손쉽게 전원 탈환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함선을 조종하고 있어야 할 반란군은 부관도 포함해서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함장은 순간 그들이 우주밖으로 이동한 것인가라는 생각을 했지만, 수백만의 인원이 그의 위성들에게 걸리지 않고 비밀스럽게 기동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였다. 즉, 반란군 선원들이 흔적도 없이 허깨비처럼 사라진 것이였다. 물론, 그런 일은 과학적으로 불가능했다.


순간 함장의 머리에 한가지 생각이 스쳤다. 바로 함장군의 피아식별 시스템을 시간이 부족해 업데이트하지 못했다는 것. 함장은 부관의 노림수가 무엇이였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함장은 자신이 당했음을 직감했다. 도저히 식별할 수 없는 무장한 반란군들을 조직의 내부로 들여보낸 것이였다. 피아식별 시스템을 지금이나마 업데이트 하는 것도 적이 공공연하게 모습을 드러내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지, 지금처럼 적이 안으로 숨어 들어온 상태에서 업데이트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였다. 함장은 부관을 잡으면 해결 될 것이란 생각에 함대 모두를 이잡듯이 뒤졌지만, 부관의 흔적 역시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반란군과 함께 조직 내로 진입한 부관은 그 무렵 측근들과 함께 CCTV시스템을 해킹하고 한곳에 모여 반란군을 지휘하고 있었다. 그는 일단 이렇게 함장의 조직 내부에 독소를 퍼트리기는 했지만, 함장이 그것을 잡고자 한다면 금방 잡힐 것임을 알고 있었다. 전투력자체는 함장의 해병전단이 부관의 무장반란군보다 훨씬 높았으니 해병전단을 온 함대에 퍼트린다면 독소는 그대로 조용히 사라질 수 뿐이 없었다. 부관은 함장이 대응을 하기 전에 행동해야만 했다. 그 행동은 바로 시설화 된 기함을 장악하는 것이였다. 부관은 최대한 빨리 기함을 장악하고 그곳의 의료시설로 선원들중 일부의 뇟속에 박혀있을 마인드 컨트롤 칩을 제거해야만 했다. 그는 스스로가 독소로서 함장의 조직안에 파고들었기 때문에, 조직 내부의 독소가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부관은 재빨리 반란군과 그들에게 넘어온 함장군을 모두 규합한 후 이리저리 차출 되 경비가 매우 줄어들은 무기고를 대규모로 습격하였다. 부관은 그렇게 장비를 추가적으로 얻은 후 역시 경비가 약해져있던 기함을 워프 엔진을 이용하여 대규모 공습을 벌였다. 순식간에 기함은 부관의 손에 장악되었고, 그 안에는 있던 100만대의 건설봇, 어마어마한 규모의 크리스탈과 가스, 의료시설, 태양광 발전소, 수경농장이 반란군의 소유로 변경되었다. 눈깜짝할 사이에 함장과 부관의 위치가 역전 된 것이였다.


그렇게 온 함대가 혼란에 빠진 사이, 젠 또한 구출받을 수 있었다. 한 무리의 무장반란군이 우연찮게 그를 발견해 대리고 나온 것이였다. 반란군들에게 젠은 스스로 위협을 무릅쓰고 숨겨진 진실을 밝힌 위대한 사상가였다. 하지만 부관은 그가 구출 된 것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다. 한 조직 내에 두개의 태양이 있으면 조직이 쉽게 분열 될 수 있었다. 반란군의 조직은 안그래도 나약하기 그지없었는대, 여기서 둘로 나누어지기까지 한다면 아마 조직이라기보다는 걸레짝에 더 가까운 모습이 될 것이였다. 하지만 젠이 모습을 드러낸 이상 그가 사라진다면 반란군의 사기가 크게 줄을 것이였기에 부관은 어찌 손을 쓸 수는 없었다. 그저 현 상황을 젠에게 설명하고 따로 세력을 규합할 생각은 하지 말라고 나지막히 충고해줄 뿐. 하지만 그렇게 충고를 하면서도 부관은 젠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부 선원들에 의해서 새로운 지도자로 오를 것임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기함의 점령소식이 함장에게 전해졌을 때 함장은 수색작업을 전두지휘하느라 눈코 뜰 새도 없이 바삐 일하고 있었다. 함장은 그 소식이 들리자마자 마인드컨트롤 칩을 당장 사용해야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는 일종의 와일드카드로 마인드컨트롤 칩을 남겨두고 있었는대 기함이 점령되고 의료시설이 넘어갔으니 부관이 당장이라도 마인드컨트롤 칩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마인드컨트롤 칩을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마인드컨트롤 칩은 이미 대다수가 제거 된 후였고 오로지 만여명만이 여전히 마인드컨트롤칩을 보유하고 있었는대 함장이 그들을 조종해 일으킨 반란은 순식간에 진압되었다. 하지만 함장은 그들을 통해 기함 내부의 정보를 샅샅이 파악할 수 있었고 함대에 추가적으로 선원을 배치하지는 않은듯 싶었기에 200만의 중장해병대중 치안유지용 20만명만을 남기고 나머지 180만을 기함의 근처에 배치 된 함선들로 이동시켰다. 함장은 마인드컨트롤칩을 제대로 써먹지 못했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함장이 그냥 버리는 것보다는 사용이라도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벌였던 반란은 반란군들 사이에 어마어마한 반향을 일으켰다. 최근 일어났던 반란이 부관의 자리가 흔들리고 있다는 확연한 증거고 젠을 새로운 지도자로 선출해야만 한다는 주장이 반란군 사이에 만연하게 퍼져나갔다. 반란군은 부관이 그들 모두를 이끌고 식량과 에너지가 풍부하며 안전하기 농성할 수도 있는 기함을 점령했다는 사실을 몇시간만에 잊어버렸다. 대신 그들은 부관이 함장의 개였다는 잊어야 할 과거를 기억해냈다. 부관의 위치는 순식간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젠은 하나로 뭉쳐 함장을 죽여야하는 이런 때에 파벌싸움이나 해서야 쓰겠냐고 자신을 따르는 자들을 자제시켜 반란군 속에서 반란이 일어나는 것까지는 막았지만 반란군은 결국 두개의 파벌로 나누어져 버렸다. 서로간의 갈등은 시간이 흐를 수록 회복의 기미 없이 심화되가기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