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27 19:57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3338



다음 날, 젠은 가면 쓴 누군가의 요청대로 기함 시스템을 공격하였다. 남의 뜻대로 움직이는 것이 그리 기분 좋은 일은 아니였지만, 그에게 다른 선택지는 남아있지 않았다. 젠은 자신이 함정에 빠진 것은 아닐까 조마조마해하면서 공격을 시작하였고, 곧 가면 쓴 누군가의 말대로 시스템 곳곳에 구멍이 나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구멍들은 사람이 잘 드나들 수 있도록 이미 잘 다듬어진 상태였기에 젠은 별수고없이 그 구멍으로 진입하였다. 젠은 순간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짓었다. 그가 그동안 그렇게 들어가려 노력하던 기함의 시스템을 너무도 간단하게 진입했기 때문이였다. 젠은 오퍼레이터중 한명의 맥아이디로 위장해 있었기 때문에 서버 로그를 들여다본다 해도 침입의 흔적은 찾을 수 없을 것이였다. 젠은 찬물을 한잔 마셔서 대충 머리를 식힌다음 그가 시스템에 접속한 근본적 이유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바로 정보수집. 젠은 함장의 항해일지를 발견하였고, 그곳에도 나있는 구멍을 통해 접속해 그것을 읽기 시작했다.


젠은 항해일지를 읽은 후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데브리 필드로 진입한 것이 사고가 아니였고, 브릿지에서 일부러 자행한 것이라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있었기 때문이였다. 젠은 그 이유를 찾아보려 했지만 항해일지에도 적지 않을 정도로 중요한 것이 이유였는지 항해일지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젠은 U패드를 바닥에 놓은 후 조용히 침대에 누웠다. 그의 눈은 차갑게 식어있었지만 마음은 용암같은 분노에 들끓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동료와, 수백만의 다른 선원들이 브릿지의 병신들 때문에 죽었다는 사실이 견딜 수 없게 열받았다. 체제를 때려부수고 싶었다. 목숨을 숫자로 알아 가지고 놀면서 나머지를 억압하는 망할 장교들을 한명도 남김없이 찢어서 우주에 날려버리고 싶었다. 젠의 동료가 죽은 방법대로. 젠은 속의 불을 끄기 위해 찬물을 한잔 마시고, 그러고도 속의 불이 꺼지지 않자 한잔 더 마셨다. 하지만 그러고도 속의 불이 꺼지지 않았기에 젠은 그의 방에 놓인 정수기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차가운 물을 1갤론짜리 병에 담아 머리에 끼얹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속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


결국 젠은 그 불에 사로잡혀 행동하기 시작했다. 그는 함대방송에도 구멍이 나있는 것을 보고 접속해 함대방송의 통제권을 빼앗았다. 그는 이 분노를 모든 선원에게 알리고 싶었다. 얼마나 현 체제가 부조리하며 함장은 개새끼고 모조리 찢어 죽여야 한다는 것을 모두에게 절절하게 외치고 싶었다. 함대방송이 그의 분노를 실어나르기 위해 준비가 끝나자, 젠은 차갑게 웃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그 무렵, 브릿지는 혼란에 빠져있었다. 누군가 기함의 엄중한 보호시스템을 통과해서 함대방송을 장악했기 때문이였다. 오퍼레이터중 단 한명도 이런 사태는 겪은 적이 없었고, 무엇을 해야할지 몰랐다. 그들을 통제하고 명령을 내려줄 함장이 자고 있다는 것도 한 몫 했을 것이였다. 이런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함장이 없을 때는 부관이 대신 있어서 24시간 언제나 브릿지에 지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곤 했는대, 부관은 어디간 것인지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브릿지가 혼란에 빠져 있을 와중, 함대방송이 시작됬다.


 "우리의 수천만 선원 여러분. 저는 지금 매우 화가 나 있습니다. 네, 반백의 삶을 살아오면서 많은 일들을 겪곤 했지만 이렇게 화가난 적은 단언코 단 한번도 없었지요. 제가 방금 알아낸 사실을 여러분도 알게 되신다면, 아마 여러분도 저와 비슷하게 될 것입니다.


그럼 무슨 일이 저를, 이 늙은 중년을 화나게 했을까요. 이 경악한 진실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최근 기함의 시스템에 잠입해 함장의 항해일지를 읽을 수 있었는대, 그것에는 놀라운 정보가 적혀있었습니다. 읽자마자 피는 핏줄을 거꾸로 도는듯 했고 눈알은 튀어나오는 것 같았지요. 그 내용에 너무 놀랐던 나머지 저는 그 내용을 글자 하나하나까지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구력 125년 10월 5일. 나는 결국 결단을 내렸다. 나는 함대를 데브리 필드로 이동시킬 것이다. 분명 많은 사람이 죽고 많은 함선이 부수어지겠지. 이 거대한 함대를 나에게 맡긴 황제폐하께 송구스럽다.


네, 그렇습니다. 여러분의 동료, 애인, 가족, 친우, 모두다, 모두다! 함장의 갑작스러운 변덕 하나에 목숨을 잃은 것입니다. 그 숫자가 무려 4백40만이나 되요! 4백40만! 저는 그 어마어마한 숫자에 기가 질릴 정도입니다. 저기 기함에서 강철로 온몸을 두르고 봉기를 두려워하는 가증스러운 노인네가 행성 하나를 한명의 생존자 남기지 않고 지워버린 것입니다! 저 망할 구체제가 말이죠! 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 않아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인지 저는 전혀 이해하고 싶지 않아요. 단순히 이해하는 것 만으로도 저까지 그런 인세에 존재하면 안될 가증스러운 싸이코가 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당장 저 방송 멈춰!"


뒤늦게 일어난 함장이 마치 서있는 시체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오퍼레이터들에게 소리쳤다. 함장의 얼굴은 분노에 부들거리고 있었다. 그가 함선을 살리기 위해 한 수많은 선택들이 한 멍청한 연설때문에 오히려 함대를 위협하고 있었다.


"그리고 제2해병전단을 함대에 골고루 배치시켜 봉기의 가능성도 제거시키고 제1해병전단은 둘로 나눠 반은 강습항모, 나머지 반은 기함에 배치시키도록! 또한 모든 해병의 가우스 라이플에 발사 락을 해제시키도록!"


메두사의 눈을 본 것처럼 굳어있던 오퍼레이터들은 함장의 한마디에 깨어나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함장은 대응이 너무 늦었다는 생각을 그만둘 수 없었다. 저 쓸모없는 오퍼레이터들중 단 한명이라도 그를 깨워야 한다는 생각을 떠올렸다면 사태가 이정도로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였다. 그가 만약에 대비해 1시간마다 깨어나 상황을 파악하고 다시 잘 수 있도록 타이머를 설치하지 않았다면 사태가 얼마나 악화됬을지 상상도 하기 힘들었다.


함장이 얼마나 바쁘게 일하는지 신경도 쓰지 않으며 젠은 방송을 계속했다.


"구체제를 몰아내야합니다! 구체제의 늙은 조직을 하나도 남김없이 쫓아 찢어서 440만의 원혼들에게 제물로 바쳐야합니다! 그럼 우리는 구체제의 잔해 위에서 새로운 체제를 건설해 새로운 역사를 시작할 수 있겠죠! 혁명입니다! 이 함대는 이제 우리가 장악하는 것입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방송은 지지직거리더니 마침내 종료되었다. 그렇게 방송이 종료 된 후, 한 전함의 공동휴게실은 방금 무엇을 들은 것인지 혼란에 빠졌다.


"방금 뭐야?"


"몰라, 함장님이 함대를 일부로 죽였다 뭐 그런 얘기던대."


"뭐? 설마. 함장님이 왜 그러시겠어."


중무장해병들은 소란이 시작되고, 가우스 라이플의 사용 락이 해제 되 발사가 가능해지자 진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닌지 극도로 긴장했었었다. 하지만 다행히 소란이 금방 잠재워졌기에 별 걱정은 안하고 있었다. 그런대, 그들의 중무장 갑옷이 주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우스 라이플의 방아쇠에 손가락을 놓더니 정면으로 정조준. 해병들은 매우 당황했다.


"뭐, 뭐야! 이거 왜 이래!"


그들은 온힘을 다해 중무장갑옷을 제어하려 했다. 하지만 근력보조의 용도로 설치 된 인공근육들이 너무 강력했기에 조금의 효과도 거두지 못했다. 중무장해병들이 자신들을 겨누기 시작한 것을 본 선원들은 순간 얼굴이 새하얘져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선원중 한명은 떠듬거리며 물었다.


"왜, 왜그래. 장난치는거지? 그런 장난 치지 마. 무섭잖아. 빨리 총 내려. 어서!"


중무장해병들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사실, 그들은 갑옷 안에서 선원들에게 어서 피하라고 고래고래 외치고 있었지만, 그들의 목소리를 외부로 전해줄 마이크와 스피커가 기능하지 않았기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결국, 중무장해병들은 자신들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어마어마한 위력의 30mm DU탄이 초당 1발의 연사력으로 발사됬다. 순식간에 공동휴게실은 살육장으로 변하였고, 안에 있던 500명의 선원중 단 한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그 사태를 일으킨 중무장해병들이 맨정신으로 본다면 순식간에 구토할 정도로 잔악한 광경이였지만, 엄청난 반동의 가우스 라이플을 점사가 아닌 연사한 대가로 중무장해병들은 모두 온몸이 갈기갈기 찢어졌기에 갑옷만 남아 피와 내장으로 점철 된 휴게소에 무심히 서있었다. CCTV를 조종하는 누군가는 그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친절하게 사족까지 덧붙인 후 선원 모두의 U패드에 전송했다. 그 사족은 바로 함장이 방송을 들은 선원 모두를 죽여 입을 막으려 하는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였다. 선원 모두를 죽일 수는 없으니 제정신으로 생각하면 전혀 말이 안되는 사족이였지만, 방금 들은 방송과 영상의 내용에 공황상태에 빠진 선원들은 논리적으로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들은 한가지 생각만을 할 수 있었다. 이대로 있으면 저들처럼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 


선원들은 영상을 보내준 누군가가 시키는대로 함선의 무기고를 습격하고 자신들을 무장하였다. 무기고는 어째선지 해병들이 경비를 서고 있지 않았기에 맨손으로도 무기고를 습격할 수 있었다. 중무장해병을 조종하고 CCTV 영상을 찍었던 누군가가 모든 해병을 조종해 우주밖으로 내보냈기 때문이였다.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째서 해병들이 없는지를 궁금해 했겠지만, 무기라는 것의 힘은 대단해서 순식간에 공포를 제어불가능한 광기로 바꾸어놓았기에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렇게 무장을 한 후 그들은 함선당 한명씩 지휘관과 부지휘관을 선출하였고 그들을 앞세워 소속 된 함선의 브릿지로 쳐들어갔다. 순식간에 온 함대의 10%가 그렇게 선원들의 손에 넘어갔다. 선원들의 손에 의하여 브릿지에서 끌려나온 함선장들은 선원 모두에게 발로 한번씩 밟힌 후 우주로 배출되는 형벌을 받았다. 선원들은 데브리필드에서 죽은 선원들과 비슷한 방법으로 구체제를 죽이고 싶었다.


안타깝게도, 젠이 소속 되 있던 전함은 해병대가 해킹되지 않았기에 봉기가 초기진압된 90%의 함선들중 하나였다. 해병대는 봉기에 불을 붙인 젠을 순식간에 포로로 사로잡아 어리석은 행동의 대가로 죽기 직전까지 구타당했다. 그렇게 구타당한 후에는 사용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함장의 판단 하에 기함의 감옥중 하나에 투옥당했다. 영상을 보낸 누군가가 어째서 젠이 소속 된 전함을 내버려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젠이 없다고 해서 반란군이 구심점 없는 조직이 된 것은 전혀 아니였다. 함장의 개로 선원들사이 유명했던 부관이 그들의 지도자가 됬기 때문이였다. 부관은 함장 못지않은 지도력과 카리스마로 순식간에 반란세력을 사로잡아 그들이 각개격파당하는 것을 방지했다. 함장은 그 소식을 듣고 배신감에 몸부림쳤다. 다른 사람도 아닌 부관이 그를 배신할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긴, 예상할 수 있는 배신은 배신이 아니지만. 그나마 다행인점은 막 대규모의 고효율 태양광 발전소와 대규모의 수경농장이 막 개발이 끝나서 굶어죽지는 않을 것 같다는 점이였다.


그렇게, 기나긴 선상반란의 서막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