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28 20:57

미사가 끝난 직후.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는 제전 뒤로 아도니스를 대려가 물었다. 그의 머릿속은 온갖 질문들로 터질 것만 같았다.


"대체 어느 정교회 영주가 이리도 대단한 원군을 보낸 것입니까?"


아도니스는 어리둥절했다.


"원군이라니요?"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또한 그 대답에 당황했다.


"당신들은 콘스탄티노플로 온 정교회 원군이 아니였나요?"


아도니스는 당황에 머리를 벅벅 긁으며 답했다.


"어, 일단 원군은 아니라고 말해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는 극도로 당황한 표정으로 아도니스에게 무언가를 물어보려 했지만 아도니스는 재빨리 말을 내뱉어 알렉세이 미카일로프의 말을 가로막았다. 아도니스는 대화중 불필요한 부분을 재빨리 잘라내고 싶었다.


"일단 한가지 사실부터 알려드려야할 것 같습니다. 그레고리오력 아시죠?"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계 어느 사제가 그레고리오력을 모를 수가 있겠나.


"지금이 몇년도라 생각하십니까?"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는 무슨 이상한 질문을 묻냐는 투로 답했다.


"1453년이지 그럼 언제겠습니까? 바실리 2세 치하 28년도이지요."


아도니스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2013년 8월 30일입니다."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는 재밌는 농담을 들었다는듯 하하거리며 웃었다. 하지만 아도니스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는 순간 당황했다.


"농담이시겠지요?"


아도니스는 말없이 손을 까딱했다. 따라오라는 뜻이였다.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는 복잡한 심경으로 말없이 아도니스를 따라갔다. 그의 안에서는 온갖 의심과 불안과 공포가 끝없이 격돌하고 있었다. 아도니스와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는 하기아 소피아 대전을 떠났고,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는 대전 밖 하기아 소피아의 모습에 깜짝 놀라 심장이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하기아 소피아의 곳곳에 이슬람 모스크의 흔적이 가득했다. 이슬람 벽화들, 이슬람 문양들, 이슬람 카펫들. 알렉세이 미카일로프가 대전에 미사를 집전하기위해 들어가기 전만 해도 하기아 소피아는 정교회 대성당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아도니스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으며 말했다.


"메메드 2세가 1453년  5월 29일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킨 후 성 소피아 대성당을 모스크로 탈바꿈시켰었습니다. 저희가 터키로부터 분리독립한 후 모스크의 흔적을 최대한 지워내려했지만 시간이 부족한지라 완벽하게 지워내지는 못했습니다."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는 아도니스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 그는 그저 믿을 수 없다는 눈초리로 탈바꿈된 성 소피아 대성당, 아니 성 소피아 모스크의 모습을 사진찍듯 바라볼 뿐이였다. 아도니스는 알렉세이 미카일로프의 충격을 상상할 수 있었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얼마나 걸었을까. 아도니스와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는 성 소피아 대성당의 정문앞에 도착했다. 아도니스는 알렉세이 미카일로프에게 물었다.


"이 문을 제가 열기를 바라십니까?"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는 성 소피아 대성당의 정문이 마치 지옥문이라도 된마냥 공포에 차 바라봤다.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는 그 정문 너머에 두려운 진실이 기다리고 있을까 두려웠다. 알렉세이 미카일로프가 알던 모든 것들은 이미 6백년전에 사라져버렸으며 콘스탄티노플은 결국 점령 되 터키 지배하에 놓이게 됬다는 진실. 알렉세이 미카일로프가 알던 세상은 이미 6백년전에 사라졌으며 이제 모든 것은 완벽한 미지속에서 존재할 것이라는 공포. 하지만 진실과 공포는 마주하는 것이지 도망치는 것이 아니다.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는 용기를 돋구기 위해 그 말을 짧게 중얼거렸다.


"진실과 공포는 마주하는 것이지 도망치는 것이 아니다."


그 후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는 뚜벅뚜벅 걸어와 직접 성 소피아 대성당의 정문을 열었다. 성 소피아 대성당의 정문은 무겁게 열렸고, 그 너머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줬다.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는 순간 과거의 콘스탄티노플을 성 소피아 대성당 정문 너머로 보았다. 한쪽에는 높게 솟은 거대한 히포드롬이 있고, 그 옆에는 화려한 황제의 궁전이 있으며 온갖 귀족들의 화려한 집들과 온갖 고급상점들이 가득찬 모습. 하지만 그 모든 것은 현실을 부정하기 위해 보여진 환상일 뿐이였다.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는 눈을 감았다 다시 떴고, 환상이 아닌 진실을 보았다.


히포드롬, 황제의 궁전, 귀족들의 저택, 고급상점, 그중 단 하나도 새로운 콘스탄티노플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기아 소피아의 앞에는 오로지 기괴한 돌로 포장된 길과 거대한 공원 그리고 이질적인 건물들만이 존재했다. 높고 거대해 어디서나 보일 것만 같았던 히포드롬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황제의 궁전또한 마찬가지였다. 공기는 어째선지 너무도 매캐하고 독했으며 이질적으로 변한 콘스탄티노플의 곳곳에서는 희미한 폭발음과 검은 연기가 솟아올랐다.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는 충격에 두 눈을 부릅떴다. 아직까지 정문을 붙잡고 있는 양손에는 힘이 바짝 들어가 부들부들 떨렸다. 아도니스는 그를 진정시키기 위해 오른어깨에 손을 올려놓았다. 하지만 충격에 사로잡힌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는 깜짝 놀라 아도니스의 손을 떨쳐내고 뒤를 바라봤다. 아도니스는 말했다.


"형제여, 모든 것은 언젠간 지나갑니다. 콘스탄티노플의 영광또한 마찬가지였고, 메메드 2세의 오스만 제국또한 마찬가지였고, 그 외 수많은 온갖 영광스럽고 거대한 제국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형제의 과거또한 지나갔습니다. 이제 형제에게 남은 것은 현재일 뿐이고 형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일 뿐입니다."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는 충격에 부릅떠진 눈으로 아도니스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쉬고 싶습니다."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는 휴식을 취하기 위해 성 소피아 대성당 내부에 위치한 그의 방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는 그의 침대에 누워 조용히 쉬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