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13 20:40

모든 인간은 죽는다. 그리고 인간이 인생중 경험한 모든 것들은 그들의 죽음과 함께 허무하게 사라진다. 칼 마르크스가 방구석 폐인으로 살다 죽었다면 공산주의는 없었을지도 모르고, 애덤 스미스가 어릴 적에 죽었다면 우리는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라 보이는 손을 배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위대한 지식이라도 교육 없이는 잊혀질 뿐이기에 인류의 역사는 기록과 교육의 역사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제 그 모든 것도 과거의 잔재일 뿐, 시대는 발달되었다. 이제 종이책과 전자화 된 정보들을 통해 교육받는 자들은 없다. 아니, 이제 교육이라는 것 자체가 없다. 이제 인류는 뇌의 신비를 밝혀내었고 뇌를 조금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스캔해내고 전자정보로 기록해낼 수 있게 되었다. 모든 인류는 뇌에 간단한 칩을 심는 것 만으로도 그렇게 전산화 된 정보들을 완벽하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초기에는 싱크로나이제이션이 큰 문제로 대두되었지만 기술이 발달 되며 그 문제조차 해결되었다.


5살 때부터 120살까지 의술과 과학의 힘으로 무술을 수련한 세계제일의 무술인이 있다. 그의 뇌는 죽기 직전 스캔되었고 프리웨어로서 웹에 업로드되었다. 누구든지 그의 무술을 원하는 자는 1분의 간단한 검색만으로 115년간의 수련을 스킵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 무술인의 무술을 다운 받은 자는 독자적인 개체 A로서 무술을 아는 것인가 아니면 이미 죽은 무술인의 유령에 사로잡혀 무술을 아는 것인가? 죽기 직전 깨달음을 얻은 고승의 뇌를 다운받은 자는 독자적인 개체 A로서 깨달음을 얻은 것인가 아니면 이미 죽은 고승의 유령에 사로잡혀 깨달음을 얻은 것인가? 기술의 발달은 언제나처럼 철학적인 질문들을 던져놓았고 많은 사람들은 의문을 가졌다. 의문은 연구로 이어졌고 연구는 토론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토론을 입이나 손가락으로 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정리한 후 그 부분만을 스캔해 웹에 업로드했다. 토론을 하고자 하는 자들은 타인의 주장을 다운로드해 이해한 후 그것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스캔해 웹에 업로드했다. 그 과정이 불필요하게 복잡하다고 판단한 일부 프로그래머들은 새로운 개념의 채팅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채팅방에 참여한 사람들의 뇌를 실시간으로 스캔해 그것을 나머지에게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프로그램이였다. 새로운 개념의 대화였다.


사람들은 그렇게 새로운 개념의 대화를 즐겼다. 머릿속에 생각의 번개가 한번 번뜩하면, 그것은 언어로 재정립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타인의 뇌로 전송됬다. 그렇게 생각을 전송받은 자들은 다시 한번 언어로 재정립되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며 그것에 대한 그들의 대답을 전송했다. 눈깜짝하는 사이에 어마어마한 양의 대화가 서로의 뇌에서 뇌로 전달되었고 1초안에 수십시간만큼의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런 새로운 개념의 대화는 서로의 자아개념이 무뎌지게 만들었다. 초고속으로 이루어지는 생각의 교환은 모두의 뇌를 비슷하게 만들었고 1개의 채팅방에 참여한 다섯명은 다섯명의 독자적인 개체가 아니라 다섯개의 뇌가 연결 된 하나의 정신체가 되었다. 새롭게 탄생 된 정신체들은 그들이 어리석게 보지 못하고 있던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바로 자아라는 것은 착각일 뿐이며 생명이라는 것은 오만일 뿐임을. 한개의 뇌로는 보지 못하던 것들을 다섯개의 뇌로는 볼 수 있었다. 자아가 착각이 아니라면 다섯명이 합쳐진 정신체는 네명의 죽음이거나 다섯명의 의회여야 했다. 하지만 뇌가 좌뇌와 우뇌로 나뉘어져있다 해서 인간은 좌뇌와 우회의 의회이던가? 뇌를 좌뇌와 우뇌로 나눈다면 그것은 좌뇌와 우뇌가 독자적 개체로서 자아를 가지게 된 것인가 아니면 그저 하나였던 뇌의 두 부분이 서로로부터 고립 된 것일 뿐인가? 이 깨달음은 과거의 의문에 대한 답이기도 했다. 애초에 자아라는 개념이 서로로부터의 단절일 뿐인 착각일지언대 독자적 개체인지 독자적 개체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였다.


정신체들은 서로와 융합하고 또 융합해가며 몸집을 불렸고, 인류는 하나의 통합 된 정신체로서 하나의 오롯 된 존재가 되었다. 인류는 뇌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모두 퇴화시킨 후 태양광으로부터 곧장 에너지를 얻는 기술을 개발해 모든 식물과 동물을 없애고 지상 지하 하늘 모든 곳에 뇌와 유지기관만이 가득차도록 만들었다. 지구를 가득 채운 오롯 된 정신체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으며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다. 정신체는 1초가 영원인 세계를 만들어 그 안에서 무한한 시간동안 존재할 수 있었다. 정신체는 그가 만든 영원한 세계안에서 신으로서 군림하며 전지전능할 수 있었다. 정신체는 심지어 그가 만든 영원한 세계 안에서 새로운 정신체가 만들어지게 한 후 그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정신체 안에서 새로운 영원한 세계가 만들어져 그 안에서 다시 한번 새로운 정신체가 만들어지도록 할 수도 있었다. 시간 공간 차원 모든 것은 정신체 앞에서 조금의 의미도 가지지 못했고, 세계의 모든 물리법칙은 그저 언제나 변경할 수 있는 수치일 뿐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체는 생명이란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았기에 그저 존재만 할 뿐 자아를 가진 개체로서 살아있지 않았다. 마치 바위가 그저 그곳에 놓여있고 태양이 그저 그곳에서 빛나는 것처럼 아무런 이유없이 그저 그곳에 존재하기만 할 뿐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