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9/25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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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어딘가의 황량한 사막행성. 강렬한 태양의 복사열은 한 때 아름다웠을 행성의 모든 것을 불태웠고, 뜨겁게 달궈진 돌사막만을 세상에 남겼다. 그 돌사막은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서 끝난다는 개념도 없었는대, 행성의 모든 대지란 대지는 사막이였기 때문이였다. 그 사태를 초래한 사람들은 이미 오래전에 그곳을 떠났고 이제 그곳은 가끔 지나가는 여객선들이나 임시점검을 위해 착륙하는 죽음의 행성일 뿐이였다. 그곳에 여행자 같은 것은 없었고, 역사학자도 없었으며, 모험가또한 없었다. 방랑자라면 모를까.


그런 그곳을 한 남자가 묵묵히 걷고 있었다. 남자는 온몸을 사막빛으로 바랜 천쪼가리로 둘둘 둘렀는대, 마치 사막의 일부처럼 보였다. 얼굴은 역시 사막빛으로 바랜 두건으로 뒤덮여 있었고, 모래폭풍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눈에는 검게 칠해진 고글이 씌워져있었다. 휘날리는 천쪼가리 속에는 물통이 여러개 보였는대, 1개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뚜껑이 반쯤 열려있었다. 이미 다 마셨기에 굳이 뚜껑을 닫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였다.


남자는 어디로 향하는 것인지 모를 발걸음을 무겁게 옮겼다. 가끔 모래폭풍이 사그라들면 그는 그때를 틈타 마지막 남은 물병을 열고 모래먼지로 범벅이 된 입안을 씻어냈다. 남자는 물을 한모금 마시면 반모금만 목구멍으로 넘기고 나머지 반모금은 입에 머금었는대, 갈증을 해소하는 오랜 사막사람의 지혜였다. 시간이 적당하면 품속에서 나무판자같은 육포도 품속에서 꺼내 돌에 두드려 먹었다. 남자는 인류에 대한 사막의 매서운 증오를 힘겹지만 확실하게 견디어내고 있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남자는 어느새 주변이 어둑어둑해진 것을 느꼈다. 사막의 밤이 시작 된 것이였다. 남자는 능숙하게 적절한 바위를 찾아 주위에 불을 피웠다. 그리고 불이 밤동안 탈듯 보이자 바위의 아래로 파고들어갔다. 모래는 바위 아래로 파고들어간 남자를 덮쳐 온몸을 달구었는대, 남자는 신경쓰지 않았다. 그것이 남자가 원한 것이였다. 사막의 밤은 낮만큼이나 매섭기에 모래의 열기라도 필요했다. 


푹 쉬려는 남자는 멀리서 들려오는 바퀴의 매서운 소리에 깨어났다. 주위는 어느새 칠흑같은 어둠에 뒤덮여 타오르는 불빛만이 힙겹게 어둠으로부터 저항해가고 있었다. 어둠의 경계 밖에서 바퀴 구르는 매서운 소리가 잠잠해지고 사람 여럿이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불가쪽으로 다가왔다. 그들은 모래속에 파묻힌 남자처럼 사막사람의 차림을 하고 있었다. 멀리서 불빛을 보고 온기를 나누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였다.


그들은 웃으며 다가와 불가에 앉았고, 멀리 어릿하게 보이는 트럭에 담긴 도구들을 가져와 간단한 요리를 시작했다. 육포를 끓는 물에 넣어 연하게 만듬과 동시에 국물을 내고, 그 국물에 곡물가루와 동물젖을 풀어넣어 만든 간단한 스프가 그들의 메뉴였다. 불을 빌린 대가로 그들은 남자에게 그들이 만든 요리를 제안했다. 뜨거운 스프가 그립던 남자는 모래로부터 나와 그들로부터 스프가 그득 담긴 그릇을 하나 받아들었다.


고독한 사막의 밤에 불가에 앉아 요리를 나눠먹으면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열기가 그들의 마음마저 녹였는지, 서로간의 이야기가 술술 흘러나왔다.


"우리는 칼데아 유목민들이요. 옛날 이 행성은 칼데아라는 이름과 함께 은하의 보석이라 불린 적이 있었지. 하지만 허명은 비싼 가치를 요구했고, 우리의 조상들은 무게없는 허명을 위해 어머니 칼데아를 파내고 또 파내며 끝없이 괴롭혔다오. 결국 욕심의 대가는 우리의 조상들을 덮쳤고 그들은 욕망의 결과를 차마 바라보지 못한채 다른 곳으로 도망쳤지.


하지만 모두가 어머니 칼데아로부터 도망친 것은 아니였소. 일부는 남아 그들의 욕심이 남긴 결과를 책임지고자 했지. 사막으로부터 과거의 영광을 다시 한번, 하지만 이번에는 더 지속적인 형태로 재건하는 것이 그들의 꿈이었소. 아직까지는 그 날이 다시 찾아올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소. 하지만 언젠가는 가능해질 것임을 우리는 의심치 않소. 우리도 지금 이렇게 살아가고 있지 않소?"


그들은 강한 남자들이였다. 몸은 기아에 비틀려있었지만 눈빛은 성성했고, 마음은 굵었다. 끝없이 몰아치는 모래폭풍에 단련 된 자들이였다. 그들은 불을 피운 남자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쩌다 칼데아에 오게 된 것이오? 이제 이곳에는 보다시피 남은 것이 하나도 없다오. 자원은 다 파헤쳐졌고 역사는 다 연구되었으며 문화는 오래전에 사라졌소. 인정하기는 싫지만, 이제 이곳은 오로지 바보들만이 여행하고자하는 곳이라오. 당신은 무엇을 찾기 위해 이 모래폭풍 속을 걷는 것이오?"


불을 피운 남자는 두건과 고글에 덮여 묵묵히 침묵을 고사했다. 그러다 문득 입을 열었다.


"옛날, 먼 옛날에 살던 한 인간의 흔적을 쫓아 이곳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이런 사막까지 한 남자를 이끌을 정도라면 매우 매력적인 인간이였나보군? 어떤 자였소?"


불을 피운 남자는 묵묵히 두건을 살짝 젖히고 스프를 마셨다. 그는 방랑하는 눈빛으로 불을 바라봤다.


"그는 방랑자였습니다. 저, 여러분, 우리 모두처럼요. 그에게 인생은 길없는 숲이였고 끝없는 사막이였습니다. 마침내 찾은듯한 오아시스는 그저 신기루였으니 그의 인생에 고통 아닌 것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여느 방랑자처럼 걷지 말아야하는 길을 걸어 결국 종말을 맞이했습니다. 이곳, 칼데아는 그가 종말을 맞이한 곳입니다."


"밤은 길고 사람은 많다오. 그 남자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줄 수 있겠소?"


불을 피운 남자는 조용히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한다음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의 이름은 타에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