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26 14:12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420



함장이 함대방송을 한 후 함대는 반쯤 미쳐돌아가기 시작했다. 약 시속 10광초(약 298만km/h) 라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대규모 데브리 필드를 항해하는 와중에 오퍼레이터의 조율을 들으며 진형을 유지하고 그 와중에 인명구조까지 해야했으니 그 누가 반쯤 미치지 않겠는가. 선원은 선원대로 미쳐갔고, 함선장은 함선장대로, 오퍼레이터는 오퍼레이터대로 빠르게 미쳐갔다.


함장은 브릿지 2층에 위치한 12x12m 크기의 작전지도를 이용해 끝없이 각 함선의 위치를 관조하고 동시에 조율했다. 비록 아랫사람들의 정신을 대가로 바치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함장의 능력은 대단하였기에 그가 제대로 지휘를 시작하자 속도는 2배로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체는 오히려 급감하기 시작했다. 모든 방면이 행파함을 제외하면 어느 함선보다도 강력한 장갑인 전함의 전면장갑과 측면장갑으로 감싸져서 마치 거대한 송곳이 젤리를 파고들듯 섬전같은 기세로 전진하였기 때문이였다. 그렇게 함대는 수많은 인명과 자원을 뒤로한채 데브리 필드를 벗어날 수 있었다.


오퍼레이터 한명은 눈에띄게 지친 표정으로 땀을 닦아낸 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함대는 드디어, 드디어 데브리 필드를 벗어났습니다."


그 말은 그대로 함대의 모든 함선에게 전해졌고, 모든 함대는 드디어 모든 위험이 끝났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서로간에 얼싸안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선원과 장교가, 장교와 함선장이 서로간의 높이차를 잊고 하나가 되어 기뻐하였다. 많은 자들이 죽긴 했지만, 결국 그들은 살아남았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함장과 브릿지의 오퍼레이터들은 나머지처럼 그저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이 함대에서 오로지 그들만이 이 모든 것은 그들이 일으킨 사태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였다. 오퍼레이터들은 죽은 자들이 꿈에 나타날 것 같다는 생각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함장은 함대 전체를 최대한 유기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다음 교대를 기다리며 쉬거나 자고 있던 오퍼레이터들까지 불러왔었기에 위기상황이 끝난 지금 모두에게 몇마디를 한 후 돌려보냈다.


"지금 이 순간부터 강항모에 탑승해있던 제2해병전단중 정예 1만명을 불러와 기함에 배치시킬 것이며 기함의 모든 구석구석을 실시간 감시할 것이다. 만약 오늘 있었던 일을 누군가에게 떠벌리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1분도 안되서, 음 이 이상은 말할 필요가 없겠군."


오퍼레이터들은 함장이 빈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에 어떤 일이 있어도 입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각자의 방으로 되돌아갔다. 함장과 부관은 오퍼레이터의 대다수가 돌아간 후에도 그나마 쌩쌩한 나머지와 남아 함대를 정지하고 피해상황을 조사했다. 피해는 어마어마했다. 5천대의 전함중 무려 3천대가 당장 기능이 정지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상태였고, 그중 6백대는 완전히 고물이 됬기에 차라리 분해해서 자원으로 사용하는 것이 더 낫을 정도로 심했다. 그 외에도 순양함 8천대중 5천대가 반파, 그중 1천대가 완파했고 미사일구축함및 구축함 3만대중 2만 5천대가 반파, 그중 2만대가 완파했다. 그나마 다행인점은 강항모와 수송선은 그 와중에도 최우선으로 보호됬기에 피해가 극미하다는 점이였다. 승무원 피해로 보자면 호구조사를 재실시한 결과 약 2천2백만명의 선원중 20퍼센트인 4백4십만명이 사망했고 비슷한 숫자의 중상자가 발생하였다. 중상자의 숫자가 적은 이유는 치료를 할 겨를이 없어서 중상자중 대다수가 치료를 받기 전 사망했기 때문이였다.


"전투라도 한판 벌인 것 같군."


함장은 씁쓸하게 말했다. 하지만 곧 다시 표정을 정리한 후 피해수습및 구조개혁을 시작했다. 그는 일단 구축함과 미사일 구축함이 너무 큰 피해를 입었기에 단독 부대로서의 전략적 가치가 매우 줄었다고 판단하였다. 그렇게 가치가 줄어든 구축함까지 신경쓰기에는 노동력이 너무 부족했다. 그래서 함장은 완파및 반파한 구축함은 물론 멀쩡한 구축함까지도 전원 폐기하여 수리를 위한 자원으로 사용했다. 그 외에도 완파한 함선들은 수리하는대신 전원 폐기하였고, 그렇게 얻은 대규모의 인력으로 부상자를 돌보는 한편 무인용 건설봇을 대량 생산하였다. 무인용 건설봇의 생산에 대한 이유는 최대한 빨리 선원들을 본래의 업무로 돌려보내기 위해서였지만, 그것은 거짓이였고 진짜 이유는 이들을 이용해서 반영구적 에너지시설및 식량공급시설을 건설하기 위해서였다. 인간을 이용해서 그들을 건설한다면 당연히 무언가 이상하다는 소문이 돌지 않겠는가. 워낙 함대와 피해의 규모가 거대했기에 이정도만 하는대도 무려 2틀이 걸렸다. 그동안 함장은 잠 한숨 안자고 약물에만 의존하여 철인처럼 일을 하였고 마침내 그를 필요로하는 급한불들이 모두 꺼지자 그는 휴식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함장용 재생캡슐에서 내리 하루를 죽은듯 잠만잤다. 함장은 수도에 귀환하는 꿈을 꾸고 싶었지만, 재생캡슐은 휴식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꿈을 꾸지 못하는 논렘수면만을 꾸준히 유지한다는 것을 알기에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동안 숙면을 취한 후 깨어난 함장은 건설봇이 100만대 제작되자 건설봇의 제작을 중지하였고 건설봇을 이용해서 완파한 전함 10척을 기함과 연결하였다. 그렇게 공간이 확보되자 함장은 우선 기함과 연결된 전함들이 인간의 거주가 가능하도록 수리하였고 수리가 끝나자 모든 부상자들 확장된 기함으로 전원 운송하였다. 함장은 함대의 나머지와 분리된 부상자들을 치료하는 한편 그들의 머릿속에 칩을 하나씩 심었는대 그것은 생체리듬을 읽어 칩을 소유한자가 사망하면 자동으로 녹아 핏속으로 사라지도록 디자인된 고성능 마인드컨트롤 칩이였다. 함장은 훗날 선상반란이 일어날 경우 그들을 이용해서 선원의 조직 내에 불신을 일으킬 생각이였다. 그렇게 부상자들에게 수작을 부리는 한편 함장은 선원을 두 팀으로 나누었다. 1팀은 반파한 함선들을 수리하는 팀, 2팀은 데브리 필드에 항해해서 쓸만한 부품과 연료를 구해오는 팀. 10년 전 건조 된 전함으로 만들어진 데브리이니 쓸만한 부품은 얼마 없었지만, 의외로 쓸만한 연료는 다수 발견할 수 있었는대 가스가 절대영도의 우주공간 내에서 얼음으로 변하여 매우 훌륭하게 보존 되 있었기 때문이였다.


함장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지내는 한편, 젠은 2팀에 소속되어 혁혁한 성과를 보이고 있었다. 그가 임시함선장으로 배치 된 수송선은 남들이 평균적으로 가져오는 자원의 2배에서 3배가량을 가져오곤 했다. 업무를 훌륭히 수행한 대가로 그는 함선장에게서 훈장을 받기도 했는대, 그는 딱히 그것을 자랑스러워하지는 않았다. 그가 2팀에 지원한 이유인 동료의 흔적 수색은 전혀 성과를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젠은 평소처럼 수색에서 허탕을 치고 돌아와 공동휴게실에서 병나발을 불고 있었다. 휴게실은 더 이상 5인당 1개씩 지급받는 형식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는대, 그 이유는 휴게실의 대다수가 함선의 후미에 있었고 후미의 약한 장갑때문에 거의 다 파괴됬기 때문이였다. 젠은 그렇게 5인 휴게실이 공동휴게실로 변한 것에 대해 별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는 그저 병나발을 불 곳이 필요했고, 병나발을 불 수만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신경쓰지 않았다.


그런대 병나발을 부는 젠의 귀에 기이한 소문이 들렸다. 최근 기함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선원 다수가 사라지더니, 기함 내부의 모든 선원이 외부로 차출됬다는 얘기였다. 젠은 그 소문을 처음 들었을 때는 흔하고 흔한 함대괴담중 하나라 생각해서 별 신경쓰지 않았다. 며칠 후 공동 휴게실에서 그 소문을 얘기하던 선원들이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도 그냥 일이 바쁜가보지라 생각했다. 하지만 공동휴게실에 그렇게 사라졌던 한명이 피투성이가 된채로 달려들어와 이 말을 외치자 젠은 더 이상 이것을 평범한 괴담이라 볼 수 없었다.


"우린 모두 속고있는거야!!"


그 선원은 그렇게 한마디를 한 후 갑자기 표정을 기괴하게 비틀더니 발랄한 표정으로 얼굴을 반전해 이렇게 말했었다. 짧은 시간안에 급격하게 일어난 표정변화에 놀랐는지 거센 남자인 선원들도 숨을 몰아쉬었다.


"하하, 좋은 날씨구만 친구들! 내가 잠시 술에 정신이 나가서 이상한 소리를 해버렸어. 나도 내가 왜 그런 소리를 했는지 전혀 알지 못하겠으니 다들 그냥 마시던 술이나 계속 마시고 치던 포커나 계속 치라고. 하하, 정말 좋은 날씨야."


이름모를 그 선원은 그 자리에서 정신박약을 이유로 해병들에 의하여 기함의 병동으로 후송되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가 회복 되 나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 일이 워낙 바빠 그런 기괴한 일에도 신경쓸 겨를이 없는 선원 대부분은 그 후로 그 일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간 높은 성과를 얻어 일이 많이 편해진 젠은 그 이름모를 선원의 한마디에 대한 생각을 그만 둘 수가 없었다. 우린 모두 속고있다는 그 한마디. 젠은 선원의 직감으로 그 한마디가 함대가 데브리 필드를 발견하지 못했던 사건과 어느정도 연관이 있을 것이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결국 젠은 진실을 조사하기 위하여 1팀으로 자리를 이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