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24 16:42

선원들이 총구를 내린 후,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선원들과 머독은 메일이 제공해준 제복들로 갈아입고 농협제국 군사들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간단한 지식들을 몇개 배웠는대 다행스럽게도 서로간의 언어가 다르지는 않았기에 그 과정에 그리 큰 문제는 없었다. 머독과 선원들은 농협 제국이 DC 제국과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에서 묘한 위화감을 받았다. 서로를 처절하게 물어뜯으며 국민부터 지도자까지 서로에 대한 적개심으로 똘똘 뭉쳐있는 두개의 거대한 제국이 같은 뿌리에서 왔을 수도 있다는 것 때문이였을까.


버진 메리에 있던 모든 인원들이 셔틀에 올라타자 셔틀은 서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셔틀은 방으로 나누어지지 않은 하나의 거대한 공간이였는대 그 안에는 다양한 물자들이 잔뜩 실려있었다. 또한 방사능의 진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처리 한(금은 방사능을 반사한다) 창문이 셔틀 곳곳에 설치 되 있었는대, 원하는 사람들은 그 창문들을 통해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다. 머독은 현재 위치한 행성이 어떻게 생겼을지 보기 위해 창가에 자리를 잡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셔틀에서 내려다보인 행성은 그야말로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붉은 구름이 사방에 검은 비를 내렸고, 그 비가 떨어지는 지상에는 붉은 산화철 대지와 부글부글 끓는 석유 호수가 잔뜩 널려있었다. 호수들중 일부는 크기가 어마어마했는대 자세히 보니 크레이터처럼 둥그런 형상을 가지고 있었다. 운석이 만들어낸 크레이터에 비가 고인 것으로 보였다. 단지 그 비가 물이 아닌 석유로 되어 있었을 뿐.


그렇게 얼마나 이동했을까, 셔틀이 갑작스레 급상승을 하기 시작했다. 머독은 그 이유가 궁금해 메일에게 물었다.


"셔틀은 갑자기 왜 높이 상승하는 것입니까? 지상으로 돌아가려면 하강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메일은 친절하게 답해줬다.


"이 시기에 저희 르네상스 행성에는 강한 폭풍이 몰아치기 때문입니다. 폭풍의 이유를 설명하자면 우선 저희 르네상스 행성의 독특한 자전및 공전주기를 설명해야 합니다."


1A3-02, 행성 주민들이 르네상스라 부르는 행성은 독특한 특성으로 학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적이 있다. 이 행성은 소속 된 항성인 1A3-01과 매우 가까운 거리에 위치 해 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행성이 항성의 기조력에 사로잡혀 위성화가 되곤 하는대, 이 말은 간단히 하자면 공전주기와 자전주기가 동일해져 항상 행성의 전면만이 항성을 마주보고 후면은 항상 우주의 어둠속에 사로잡힌다는 것을 뜻했다. 이 현상은1A3-02에게 반만 적용됬다. 한 때 항성없는 행성이였다가 우연찮게 1A3-01의 항성계에 포함 될 수 있었던 1A3-02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매우 빠른 속도로 우주를 이동하고 있었는대 이 빠른 속도가 1A3-02의 궤도를 기이하게 비틀었기 때문이였다. 1A3-02는 마치 요요처럼 1A3-01에 엄청나게 가까워졌다가 엄청나게 멀어지는 긴 타원형 궤도를 얻게 되었다. 이런 궤도때문에 1A3-02는 1A3-01에 가까워 졌을 때는 기조력에 사로잡혀 한 면만 1A3-01를 바라보고, 멀어졌을 때는 고유한 자전 궤도를 가지는 특이한 행성이 되었다.


"기조력에 사로잡혔을 때 항성을 바라보는 한면은 극도로 달아오르고 그렇지 않은 면은 극도로 식게 됩니다. 이런 극단적인 온도차에 의해 두 면의 온도 다른 공기가 끝없이 회전하며 어마어마한 풍속의 폭풍을 일으키곤 하지요. 저희의 본부는 현재 차가운 면에 위치해 있고 저희는 뜨거운 면에 있기에 연료도 아낄겸 상승기류에 편승하기 위해 위로 상승했습니다."


머독은 한가지 더 물어보았다.


"방금 이 행성을 르네상스라 부르셨는대, 별다른 이유라도 있으십니까?"


전문적인 내용을 간단히 알려준 메일이였기에 간단한 곳도 알려줄 것이라는 생각에 한 질문이였다. 하지만 머독의 생각과는 달리 메일은 대답없이 조용히 웃기만 할 뿐이였다. 메일이 대답해줄 것 같지 않았기에 머독은 다른 것을 물어봤다.


"알다시피 저희 두 제국은 서로간에 깊은 반목의 골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혹시 현재 향하는 곳에 저희가 조심해야할 특정한 인물이라도 있나요?"


메일은 이 질문은 답해주었다.


"말하셨다시피 서로간의 반목의 골이 깊은대 누구를 조심하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모두 서로 진영의 병사를 한둘은 죽여봤고 전우를 한둘은 잃어보았는대요. 하지만 특별히 조심하셔야 할 만한 사람이 한명 있습니다. 하트리라는 자인대 고향행성의 수비함대에 보이로 일하다 함대는 전멸하고 행성은 학살됬다더군요. 친구, 전우, 가족, 모두다 한번에 잃은 사람이지요. 그의 증오는 거세고 뜨겁습니다. 조심하셔야 할 것입니다."


머독은 재차 물었다.


"함대가 전멸 됬다면서 하트리라는 자는 어떻게 살았답니까?"


메일은 씁쓸히 답했다.


"동기와 의견차이로 싸운 후 징계를 받아 행성 지하에 하루동안 수감 되 있었는대 하필이면 그날 공습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술에 취하면 항상 술잔을 공중에 던지며 '그놈하고 술이나 마시며 회포를 풀어야 하는대, 주먹 휘둘러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주먹 좀 아팠다고 낄낄거리고 그래야만 하는대, 씨빨 이게 뭐야 이게 뭐냐고!' 라고 말하곤 합니다."


머독은 그 이야기를 들으며 농협 제국인들도 결국 사람이라는, 당연하지만 어째선지 잊고 있던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맞으면 아프고 죽기 싫은 나약한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