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14 10:44

"그래서, 영상은 재밌었나?"


얼굴에 애써 감춘, 하지만 너무도 확연히 드러나는 분노를 내보이며 함장은 말했다. 브릿지로 끌려온 젠과 승무원들은 잠시간에 일어난 너무도 많은 일에 순간 혼란을 느꼈지만, 거친 해병들에게 묶여져 브릿지에 강제로 무릎 꿇게 되니 슬슬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를 할 수 있었다.


"하, 하하. 하하하하..."


젠은 마른 웃음을 짓었다. 이 모든 것이 마치 비극 후 관객들을 달래기 위해 상영된 한편의 희극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였다. 젠과 승무원들을 눈빛으로 잡아먹으려는듯 노려보는 함장은 거칠게 말했다.


"뭐가 그리 웃긴건가, 제군. 본인은 현재 이 상황에서 웃을 수 있는 그 무엇도 찾을 수 없는 것 같군."


"젠입니다, 함장님. 함장님같이 높고 무서운 분에게는 그리 중요한 사실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요."


"제군은 아직 나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네. 나는 대답을 원하지 자네의 이름은 원하는 것이 아닐세."


"그렇겠지요. 당연히 그렇겠지요."


젠은 여전히 대답할 생각을 하지 않으며 비꼬듯 말했다. 함장은 그 사실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뭐라 명령을 내리려는듯 입을 달싹이다 다시 입을 닫았다. 함장은 이 상황에서 자신이 화났다는 사실을 더 드러내서 좋을 것은 없으리란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대신 다시 질문을 물었다.


"자네는 이 함대에 탑승한 승무원이고, 난 그 함대의 함장일세. 그러니 나는 이런 관계에서 함장이 승무원에게 하도록 허락된 권리를 요구하도록 하겠네. 그러니 자네는 그 권리에 답할 의무를 기억하고 본인의 질문에 답하길 바라네. 이제 알겠나?"


젠은 마른 웃음을 멈추더니 여전히 웃음기가 도는 얼굴로 유쾌하다는듯 말했다. 


"이게 다 그 영상 때문이죠? 그 스닉 일병이 나와서 장엄하게, '보고드리겠습니다.' 하는  그 영상 말이에요. 그거 정말 웃기던대. 하하."


젠이 '보고드리겠습니다'를 특히 우스운 악센트로 말했다는 사실이 다시 심기를 건든듯, 함장의 이마엔 핏줄이 불끈 솟았다 다시 들어갔다. 함장은 해병에게 명했다.


"저자의 얼굴을 한대 갈기게. 죄명은 명령불복종일세."


팍!


오랜 세월의 훈련으로 거대하고 딱딱하게 변한 해병의 주먹이 젠의 얼굴을 물렁한 파이를 으깨는 것처럼 후려갈겼다. 젠의 얼굴은 그 강력한 주먹에 목이 맞은 반대편으로 획 꺽인 후 입에서 피와 함께 부러진 이빨을 몇개 뱉은 다음, 다시 원래대로 돌려서 함장을 바라보았다.


"우린 모두 끝이야. 우린 모두 끝이라고. 너희는 지금 저 함장이 왜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지 아마 모르겠지? 아마 모르고 있을꺼야. 안다면 그러지 못할테니까. 함장님, 함장님의 명령을 이제 따르겠습니다. 이것의 어디가 그렇게 웃긴지를 말하라는 그 명령 말이에요. 저는 저들이 자신들이 우주미아라는 것을 모른채 이렇게 날뛰는 것과 그 사실을 아는 함장이 그 사실을 얼마나 절박하게 숨기려고 하는가가 너무도 희극적으로 느껴졌기에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우주미아! 그 단어가 브릿지의 해병 모두를 마치 일주일전 본부에서 전송된 영상이 브릿지의 장교들에게 그러하였던 것처럼 강타하였다. 그들은 모두 머리가 얼얼해옴을 느꼈다. 우주미아? 우리가? 정말로? 그들의 얼굴에 경악이 깃드는 것을 본 함장은 오히려 분노가 심해지니 머리가 차가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다시 명했다.


"저자의 얼굴을 한대 갈기게. 죄명은 유언비어전파일세."


이번에는 해병이 곧장 함장의 명을 따르지 않았다. 그는 함장과 젠을 한번씩 보더니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듯 주춤거렸다. 그러자 함장이 안에서 쥐어짜듯 우렁차게 소리쳤다.


"제군! 나의 명령이 들리지 않는가!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당장 수행하도록!"


"함장님, 그 불쌍한 해병과 승무원을 그만 괴롭히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그들은 지금 심각한 공황을 느끼는 중입니다."


그때 브릿지의 문을 열고 부관이 들어오며 말했다. 함장은 고개를 홱 돌려 부관을 보더니 다시 고개를 홱 돌려 젠을 바라보며 손을 휘휘 젓어 말했다.


"이 브릿지로 내가 부르지 않는 한 들어오지 말라는 명령도 공황이라 수행하지 못한건가? 잡소리 그만하고 그만 숙소로 돌아가도록. 이건 본인의 일일세."


부관은 무심한 표정으로 자신의 자리에 가 앉은 후 턱을 괸 채 바닥에 무릎꿇여진 승무원들과 해병들을 바라보았다. 함장은 부관을 바라보며 다시 쥐어짜듯 외쳤다.


"내 명령이 들리지 않는가! 지금 이것을 명령불복종으로 받아들여도 되겠는가! 나는 다시 명하지 않을 테니 이번 것은 귀담아듣길 바라네. 지금! 당장! 숙소로! 돌아가도록!!"


부관은 느리게 고개를 돌려 함장을 바라보더니, 한때 존경했던 남자의 짓눌려 초라해진 모습을 보며 기이한 승리감을 느꼈다. 그 승리감은 느끼는 것만으로도 어째선지 짜릿한 흥분과 기묘한 우울, 그리고 심각한 죄책감이 함께 느껴지는 감정이였다. 부관은 그런 감정에 당혹감을 느끼며 함장을 바라보다 느리게 입을 열었다.


"명령을 수행하겠습니다, 함장님."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브릿지를 나섰다. 그렇게 브릿지를 나서는 부관의 뒤로 윽박지르는 함장의 고함치는듯한 목소리가 울렸다. 입구 앞을 부동자세로 지키는 두 해병을 보며 부관은 그들에게 물었다.


"정말 그러고 싶나?"


그것에 대한 대답을 듣지 않으며 부관은 숙소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