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21 13:49

가면을 쓴 남자는 그대로 제 병실 밖으로 나가려 했습니다. 그때 저는 문득 그 남자의 이름을 아직까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아, 그러고보니 이것을 묻는 것을 깜빡했네요. 이름이 어떻게 되시나요?"


밖으로 나가려던 가면을 쓴 남자는 잠시 멈칫한 후, 다시 나가며 말했습니다.


"유누스 셉템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유누스 셉템은 밖으로 나갔고, 저도 그를 따라 나갔습니다. 병실 밖에는 어찌보면 당연스럽게도 복도가 있었는대, 그의 말대로 위치는 지하인듯 아무런 창문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깔끔한 백색으로 되 있는 복도는 매우 정단 되 보였습니다. 그런대 희안하게도 복도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환자, 의사, 간병인, 환자 가족, 그 누구도 복도에서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발걸음을 멈추지는 않으며 저는 유누스 셉템에게 물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어디 있는 것입니까? 정말 음침하네요."


유누스 셉템은 역시 발걸음을 멈추지 않으며 덤덤하게 답해주었습니다.


"이곳에서 의료 서비스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자는 극소수일 뿐입니다.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물자들, 산소 물 음식 전력 등등, 그런 것들을 구하는 것에 너무 많은 인력이 투자 되었기에 2차및 3차산업은 극도로 축소 되 있거든요. 인프라 자체는 보다시피 잘 구축 되 있지만, 그래봤자 기계일 뿐, 사람 없이는 아무것도 못합니다. 그렇다고 1차산업에서 인력을 빼내기에는 1차산업마저도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저 그렇구나 하고 살아갈 뿐이지요."


저는 이 지하기지의 차가운 현실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잠시 분위기가 처진듯 싶으자, 유누스 셉템은 말을 이었습니다.


"뭐 그래도, 손님에게까지 일을 시킬만큼 저희가 형편없닌 집주인은 아닙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저 놀러온 것마냥 푹 휴식하시고 우주로 돌아가시면 됩니다. 그저 저희를 잊지만 말아주세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저의 도움을 내심 바라는듯 아쉬움이 가득한 목소리였습니다. 이미 상당한 호의를 받았는대 그런 이야기를 들은 후에도 가만히 있으면 사람이 아니지요. 저는 괜찮다는 투로 말했습니다.


"괜찮습니다. 어차피 우주선을 고칠 때까지 1주일이 필요하시다 말씀하셨는대, 그간 딱히 할 것도 없으니 이곳 일이나 도와드려야지요. 이래뵈도 힘은 제법 쎕니다."


유누스 셉템은 그 말이 정말 위안이 된다는듯 말했습니다.


"그래주시겠습니까?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곳에는 언제나 인력이 부족해서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준다면 빌려갈 곳이 넘쳐납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때의 저는 그곳 사람들이 나름 맘에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우주에서 오랫동안 지내며 정이란 것을 잊고 지낸 우주인중 그 누가 이런 환대에 기뻐하지 않겠습니까. 그때, 갑자기 무엇인가 픽하고 떨어져 유누스 셉템의 심장부근에 붙었습니다. 그것은 파란색 실로 이어진 2개의 핀 비슷한 무언가였습니다.


"응?"


유누스 셉템은 놀라 심장부근에 달라붙은 무엇인가를 때어내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핀을 때어내기 전에 그것은 치직하고 스파크를 토해냈고, 정신을 잃은 유누스 셉템은 실 끊어진 인형마냥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저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해하건 말건, 상황은 잔인하게도 저를 기다려주지 않으며 긴박하게 흘러갔습니다.


"11번 유누스 생포 완료. 8번 섹스 생포 시작."


저의 오른쪽 벽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홀로그램 위장을 풀으며 한 남자가 나타났습니다. 그는 하얀색과 연회색으로 되 있는 전신 타이즈를 입고 있었고, 얼굴에는 자그마한 헬멧을 쓰고 있었습니다. 손에는 방금 유누스 셉템을 기절시킨듯한 테이저 건이 들려있었습니다. 저는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두가지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적이고, 저 또한 기절시키길 원한다는 것.


타이즈를 입은 남자는 테이저 건으로 저를 겨누었습니다. 저는 양 손을 위로 올린채 다급히 말을 내뱉었습니다.


"자, 잠깐만요! 대체 저에게 왜 이러는 것이에요? 전 방금 이곳에 왔어요. 이곳 사람들하고 아무런 연관없고, 전 그냥 우주선만 타고 떠날 사람이라고요. 지금 사람 크게 착각하고 계세요!"


그는 아무런 감정이 실리지 않은 목소리로 한마디를 내뱉었다.


"제자리에 정지."


저는 그의 말대로 제자리에 정지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그가 저를 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하지만 그가 정조준을 시작하자, 저는 그것이 그저 겨냥을 쉽게하기 위해 내뱉은 말이였음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황급히 엄폐로 쓸 수 있을만한 것을 찾아보기 위해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하지만 이 복도는 젠장맞을 정도로 정단 되 있었고, 엄폐로 쓸 것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도망간다 해도 제 발걸음이 테이저건보다 빠를 수는 없을테니, 아무런 소용이 없겠지요. 저는 엿같이 흘러가는 상황에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망할!"


그때, 역시 타이즈를 입은 남자가 한명 튀어나와 외쳤습니다.


"전송기기의 좌표지정장치가 망가졌어! 정비팀 그 망할 자식들이 제대로 고쳐놓았다고 지랄을 떨더니 역시나 엿같이 망쳐놓았나봐. 앞으로 1명밖에 못 보낼 것 같아!"


그 말에 테이저 건을 든 남자는 순간 발사를 유보한듯 싶었습니다. 저는 그것이 저의 동앗줄임을 직감했습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테이저 건으로 쏘는 것을 보니 생포가 목적인 것이겠지요? 전송장치가 망가져서 1명밖에 못보낸다면서요. 저 발 튼튼해요. 말 잘 듣고 열심히 따라갈게요. 그러니 제발 그것 쏘지 말아주세요. 열심히 따라갈게요!"


테이저 건을 든 남자는 고민하는듯 싶었습니다. 그때 전송기기가 망가졌다 외친 남자가 다시 한번 외쳤습니다.


"거기서 뭐해? 얼른 끝내고 빨랑 달려와! 곧 경비팀들이 몰려올 것이라고!"


테이저 건을 든 남자는 결국 하는 수 없다는듯 테이저건으로 유누스 셉템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짊어지고 따라와. 도망갈 생각은 꿈에도 꾸지 말고."


겨우 살아난 저는 유누스 셉템을 짊어지고 테이저 건을 든 남자를 따라가려 했습니다. 그때, 저의 호기심이 저를 붙잡았습니다. 유누스 셉템의 가면 뒤에는 어떤 얼굴이 있을까? 저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그의 가면을 벗겼습니다. 그리고 경악했습니다.


"이, 이게 뭐야!"


유누스 셉템의 가면 뒤에는 저를 돌봐주었던 의사와 똑같은 얼굴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마치 기계로 찍어낸듯 조금의 차이도 없어보이는 얼굴. 제가 놀라 바닥에 떨어트린 가면의 뒷면에는 조그마한 마이크가 달려 있었습니다. 테이저 건을 든 남자는 제 외침에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저는 그에게 물었습니다.


"망할, 대체 지금 이 엿같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거야? 이자의 얼굴은 왜 나를 돌봐주었던 의사하고 붕어빵마냥 똑같이 생겼고!"


테이저 건을 든 남자는 제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덤덤한 목소리로 한마디를 내뱉었습니다.


"시간낭비 그만하고 따라와."


저는 유누스 셉템의 몸뚱아리를 방패처럼 들어 제 몸을 가리고 외쳤습니다.


"당신, 어째선지 나하고 유누스 셉템을 생포해서 대려가려고 하던대, 만약 내 질문에 대답을 해주지 않으면 난 이대로 계속 여기에 서 있을꺼야. 만약 가까이 다가오면 유누스 셉템의 목을 그대로 꺽어버릴 것이고. 그러니 지금 당장 내 질문에 대답을 해!"


테이저 건을 든 남자는 아무말 없이 테이저건을 저에게 겨누었습니다. 하지만 유누스 셉템때문에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 생각됬는지, 결국 그는 그것을 내렸습니다.


"좋아. 가면서 얘기해주지."


저는 코웃음을 쳤습니다.


"흥! 참 잘도 그러시겠네! 당장 이곳에서 대답해줘!"


테이저 건을 든 남자는 뭔가를 생각하는듯 잠시 머리를 굴리더니 마지막 제안을 했습니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지. 난 너에게 테이저 건을 건내주고, 대신 너는 이동하면서 대답을 듣는다. 이 슈트는 테이저 건따위는 간단히 막을 수 있으니, 그것으로 나를 무효화시킬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아. 도망갈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이 좋아. 나는 근거리 무술에 제법 자신이 있거든. 어때, 만족스러운가?"


나쁘지 않은 제안이였습니다. 무거운 시체를 그에게 건내주고 원거리 공격수단인 테이저건을 빼았는다면 저는 그로부터 간단히 도망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테이저건을 이리 던져."


"셋을 세고 난 테이저 건을 던질테니, 넌 11번 유누스를 이쪽으로 던진다. 어떤가?"


저는 고개를 끄덕였고, 남자는 셋을 셌습니다.


"하나, 둘, 셋!"


테이저건을 든 남자는 테이저 건을 던졌고, 저는 유누스 셉템을 던졌습니다. 서로간에 서로가 진짜로 던질 줄은 몰랐던 것인지, 서로가 제법 놀랐습니다. 여하튼 그렇게 문제는 해결됬고 테이저건을 든 남자는 말했습니다.


"내 앞쯕으로 이동해."


그는 그렇게 말을 하며 강철로 된듯한 벽을 붙잡아 악력만으로 우그러트렸습니다. 무거운 시체를 던지고 원거리 공격수단인 테이저 건을 뺏은다음 그대로 도망갈 생각을 하고 있던 저는, 그 모습을 보고 기가 질려 도망쳐봤자 소용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의 말대로 이동했습니다. 제가 그의 시야안에 들어오자 그는 뒤에서 말했습니다.


"앞으로 전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