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28 14:22

교양있는 은하인이라면 누구나 은하 중부와 외곽사이의 기나긴 분쟁의 역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제국 외교와 개인 외교 둘 다에서, 중부의 지도자들은 거미줄같이 복잡하게 엉킨 외교와 친목의 늪에 빠져 군대가 있어도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기에 외곽의 미개발 자원들을 손에 넣어 자신의 라이벌들보다 한발 앞서나갈 수 있기를 바랬고, 그런 막강한 침략뿐만 아니라 험난하다는 단어로는 감히 표현 못할 자연 속에서 신음하며 외곽의 지도자들은 그들과 그들의 사람들을 이끌고 척박한 미개발지인 외곽을 떠나 중부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행성단위 도시들로 이주하기를 욕망했다. 중부와 외곽의 분쟁에는 단순한 지역감정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이해관계마저 섞여있었으니, 어찌 그것이 스스로 사그라들을 수 있을까.


하지만 모든 장기화 된 분쟁이 다 그러한 것처럼, 외곽과는 달리 시민들의 인프라에 큰 영향을 받는 민주적 제국인 중부는 전쟁으로 인해 시민들이 불안해하거나 특별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무언가 조치를 내려야만 했다. 끊임없이 무자비한 살인 기계처럼 시민들을 갈아먹어 그들의 피로 한걸음 한걸음 전진하는 방식의 전쟁인 소모전은 장기화 되면 중부 사회의 모든 부문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길 것이 분명했다. 중부는 전선 고착화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그래서 일단 재정비를 하고 외곽을 조이며 한타를 준비하기 위해 전진기지, 3B9 요새식민 항성계, 속칭 문명과 야만의 경계가 만들어졌다. 초기에는 1천기의 전함, 4천기의 순양함, 1만기의 구축함, 1만기의 미사일 구축함이 문명과 야만의 경계에 배치되었고, 시간이 지나며 그곳을 기반으로 한 채 주변 50파섹의 지역이 중부 지도자들의 식민지로 변하자 지역 수비의 역활도 겸할 겸 추가 병력이 증원 되어 문명과 야만의 경계에는 6천기의 전함, 1만기의 순양함, 3만기의 구축함, 2만기의 미사일 구축함이 최종적으로 배치되게 되었다. 수비형식은 50개의 베이스에 500기의 구축함을 상시주둔시키고, 그들이 적을 발견하면 거점을 포기한채 후퇴시키며 대신 본대를 그곳에 보내 적을 무찌르는 기동수비의 형식을 취하고 있었지만, 본대로 주기적으로 주변을 선공해 기세를 꺽어두는 방식을 취하기 시작한 이후로는 거점까지 외곽 군대가 밀려오는 일은 보이지 않았기에 별 의미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밀비는 그런 문명과 야만의 경계에서 참모진의 일부로 복무하고 있었다. 최전선인만큼 제국의 정예들만이 모이는 문명과 야만의 경계에 사관학교 1년생인 밀비가, 그것도 참모로 배치 된 것에는 나름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는대, 그가 한 장성의 미움을 받아 받은 대규모 해적 소탕 임무(압축시키자면 자살 시도)를 성공적으로 마친 것에 대해 황제가 직접 내린 보상이였다. 문명과 야만의 경계 총지휘관이자 제1기동야전군단의 총지휘관인 제이크는 그렇게 그의 참모로 배치 된 밀비를 처음에는 낙하산으로 취급했으나, 밀비는 참모가 된 후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며 나름 충실하게 일했기에 곧 제이크는 밀비를 신뢰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