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28 03:19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는 성 소피아 대성당의 대전에서 조용히 기도를 하고 있는 시민들을 내려다봤다. 그들은 콘스탄티노플의 삼중성벽이 부디 메메드 2세의 예니체리 군단을 막아내줄 수 있기를, 그리고 콘스탄티누스 11세께 부디 하느님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빌었다.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는 문득 그 모든 것이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약 2개월 전 모스크바 대공 바실리 2세로부터 호출을 받았었다. 바실리 2세는 콘스탄티노플이 메메드 2세의 악귀군단으로부터 공격받고 있는 이유는 잠시 비잔틴의 황제가 정신을 잃어 동방교회를 버리고 서방교회를 택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실리 2세는 알렉세이 미카일로프에게 콘스탄티노플로 향하는 보급선들중 하나에 올라타 콘스탄티노플로 향해 그곳의 정교회 정신을 올곳게 바로잡으라 명령했다. 그리고 그 한마디 명령에 알렉세이 미카일로프의 운명은 정해졌다.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는 신의 존재를 믿지 않았다. 그는 구름 위에서 노닥이는 신이 하늘 아래 절규하는 불쌍한 민중의 기도를 들어줌을 믿지 않았고 민중의 기도가 신에 의해 들어질 수 있음을 믿지 않았다. 만약 신이 정말 존재하고 그 신이 정말 민중의 기도를 들어준다면 어째서 신은 메메드 2세에게 승리를 선사하셨고 어째서 신은 정교회 사람들에게 학살과 패배와 좌절만을 선사하셨는가? 어째서 신은 민병대로 차출 된 아들의 안녕을 비는 불쌍한 노모에게 아들의 잘린 목을 선사하시는 것이고, 어째서 죄악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아이를 강간당하고 학살당하고 약탈당하도록 놓아뒀는가? 만약 신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왜 신은 존재만 하는 것인가! 왜 신은 세상을 물들이는 온갖 죄악을 막기 위해 조금의 노력도 기울이지 않으며 그저 하늘로 올라간 죄악의 영혼을 심판하기만 하는 것인가? 왜? 왜? 왜!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는 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했다.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는 바로 하루 전에 병사들의 사기를 신앙으로 가다듬기 위해 최전선으로 보내졌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는 보면 안될 것을 봤다. 이곳 민중들이 그렇게 단단하게 믿는 삼중성벽은 오랜 투석기 포화에 이리저리 무너져 성벽이라 불러야할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렇게 무너진 성벽에 배치 된 병사 숫자는 너무 적어 성벽 너머에 배치 된 오스만 군대의 하품 한번만으로도 쓸려나갈 것만 같았다. 물론 그런 최악의 상황에서 일어난 기적같은 승리가 역사에는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그런 기적같은 승리들은 위대한 지휘관과 병사들의 높은 사기로부터 만들어졌었다. 하지만 콘스탄티노플은 둘중 하나도 가지지 못했다. 콘스탄티누스 11세는 메메드 2세와 비교하면 갓 지휘봉을 잡은 갓난아기나 다름없었다. 콘스탄티누스 11세의 지휘아래 놓인 병사들은 최악의 환경에서 최악의 장비와 최악의 동료들을 가지고 있었고 그들 스스로가 그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높은 사기를 가질 수 있는 병사가 존재한다면 그의 동료들이 몰래 밤에 찾아가 "거 몰래 피우고 있는 약 같이좀 피웁시다." 라고 속삭일 것이라고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는 장담할 수 있었다.


그런 것들을 보았는대 어찌 희망을 가질 수 있겠는가. 그런 것들을 보았는대 어찌 기적을 바랄 수 있을 것이며 구원을 바랄 수 있을 것인가.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는 모든 악의 시초인 정복자 메메드 2세를 저주했고 무능한 콘스탄티누스 11세를 저주했고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를 사지로 보낸 바실리 2세를 저주했다.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는 떠올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저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에 남은 정교회 사제는 그가 유일했기에,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는 성 소피아 대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해야만했다.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신을 믿지 않고 오히려 신을 저주하는 사제가 미사를 집전하며 신의 이름을 수십번이고 찬양하고 또 찬양한다는 사실이.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는 그저 빨리 미사를 끝내고 방으로 돌아갈 수 있기만을 바랬다. 그는 어젯밤 신도들중 한명으로부터 치명적인 독약을 구할 수 있었다.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는 그 독약으로 이 지긋지긋한 삶을 끝낼 생각이였다.


그때, 성 소피아 대성당 대전의 문이 열렸다.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는 메메드 2세의 예니체리들이 문을 열었다고 생각했다. 기도중인 신도들도 마찬가지였고, 그들 모두 극도의 절망과 공포에 차 그 문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 문을 통해 들어온 사람들은 터키인이 아니였다. 그 문을 통해서 들어온 사람들은 수십명의 그리스인들과 러시아인들이였다. 그들은 모두 현대의 정장을 차려입고 있었는대, 알렉세이 미카일로프와 신도들은 그것을 정말 기괴한 복장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기괴한 복장을 입었든 안 입었든 처음 보는 얼굴의 동방교회 사람들이 성 소피아 대성당에 들어왔다는 사실은 오로지 한가지만을 의미했다.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는 불신에 차 중얼거렸다.


"대공께서 원군을 보내주셨어. 메메드 2세를 도시 밖으로 몰아낼 수 있을만한 원군을!"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는 다른 이유를 생각해낼 수 없었다. 처음 보는 얼굴의 동방교회 사람들이라면 외부에서 온 사람들이라는 것인대, 이런 죽음의 도시에 상인들이 올 이유는 없으니 당연히 용병이나 군인임을 예측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군인들이 갑옷이 아니라 예복(알렉세이 미카일로프는 정장을 그가 콘스탄티노플에 처박힌 2달사이 개발 된 예복이라 생각했다.) 대성당에 들어왔다는 것은 전투가 승리로 끝나 신에게 감사를 표하기위해 왔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알렉세이 미카일로프의 얼굴에서 불신은 곧 사라졌고, 그는 확신에 차 큰소리로 외쳤다.


"여러분 하느님께서 자비를 가지셨으니 해외의 동방교회 영주들께서 우리에게 원군을 보내주셨습니다! 이제 저희는 안전합니다! 황제의 도시는 악귀군단을 막아냈고 저희는 모두 악귀들로부터 살아남았습니다!"


한편 그레고리우스 장군와 극렬주의자 대표 아도니스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성 소피아 대성당의 대전은 어째선지 이슬람 모스크의 흔적들 대신 오랜 전쟁과 기아의 흔적만이 남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대전에는 화려한 제기나 석상이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어째선지 벌써부터 집전되고 있는 미사에는 오로지 넝마를 차려입은 빈민들로 가득차 있었다. 게다가 미사를 집전중인 신부는 그레고리우스 장군이 보낸 군종사제가 아니라 왠 처음 보는 홀쭉이 청년이였다. 마치 성 소피아 대성당의 대전 혼자 6백년전으로 되돌아간 것만 같았다. 그레고리우스 장군은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으로 대표 아도니스를 바라봤고, 대표 아도니스또한 똑같은 눈빛으로 그레고리우스 장군을 바라봤다. 빈민들이 갑자기 내지른 희망찬 환호는 그들의 혼란을 더 심화시키기만 할 뿐이였다.


그때 대표 아도니스의 부하중 한명이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그의 표정은 미지의 경이를 바라보는듯 했고 입은 불신에 반쯤 벌려져 있었다. 그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지금으로부터 6백여년전 콘스탄티노플이 이스탄불로 이름을 바꾸던 날 성 소피아 대성당에는 한무리의 민중이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째선지 그들은 모습을 감췄고, 세상 그 누구도 그들을 다시 보지 못했습니다. 많은 이들은 그들이 어디로 갔나 의문을 가졌지만 그 누구도 알아내지 못했지요. 그렇게 그 사건은 모습을 감추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전설에 의하면 이스탄불이 다시 한번 콘스탄티노플로 이름을 바꾸고 그리스도의 도시가 되는 날 성 소피아 대성당에서 모습을 감췄던 민중은 다시 나타날 것이라고 합니다. 아도니스, 정말 모르겠습니까? 지금 저희는 6백년전 사라졌던 기적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도니스는 그 말을 듣자마자 성호를 긋고 무릎을 꿇으며 "아멘."이라 말했다. 그러자 경이로 가득찬 표정으로 정교회 극렬주의자들이 성호를 긋으며 무릎을 꿇었고, 군인들 또한 그들을 따라 성호를 긋으며 무릎을 꿇었다. 그레고리우스 장군은 그 모든 종교적 광기를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왠 빈민들이 미사를 치르고 있다 해서 6백년전 사람들이 현대로 시간을 뛰어넘어 왔다는 사실을 믿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니, 그레고리우스 장군은 기가 찼다. 


"지금 이게 대체 무슨 광기인가!"


하지만 정교회 극렬주의자들과 군인들은 모두 종교적 광기에 젖어 무릎을 꿇은채 기도만 했다. 마치 그레고리우스 장군이 그곳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는 그레고리우스 장군이 내뱉는 말을 단 한마디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어째선지 화를 내고 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는 그레고리우스 장군에게 물었다.


"당당한 개선장군이시여! 무슨 문제가 있으십니까!"


그레고리우스 장군은 알렉세이 미카일로프가 내뱉는 말을 단 한마디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해할 생각도 없었다. 그레고리우스 장군은 이 모든 것을 콘스탄티노플 사람들이 만든 고약한 장난이라 생각했고, 그는 이 장난을 전혀 즐기지 않았다. 그레고리우스 장군은 오히려 이 모든 장난이 그에대한 심각한 모욕이라 생각했다. 그레고리우스 장군은 허리춤에 맨 장교용 권총을 빼들고 안전장치를 푼 후 알렉세이 미카일로프에게 속보로 다가갔다.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는 양팔을 벌려 그레고리우스 장군을 반겼다.


그레고리우스 장군은 알렉세이 미카일로프의 벌려진 양팔을 무시하고 빛바랜 제전용 의복의 멱살을 붙잡은 후 권총을 이마에다가 들이밀었다. 그레고리우스 장군은 험상궃은 행동과는 매치되지 않는 무심한 표정으로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를 바라봤다. 그는 험상궃은 행동을 더 위협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것에는 무심한 얼굴이 최고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레고리우스 장군은 차분하게 식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모든 장난은 전혀 재밌지 않다. 오히려 나는 이 모든 것을 심각한 모욕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당장 너의 서커스단을 대리고 이 도시를 떠나도록. 안 그러면 머리에 구멍이 뚫리면 뇌가 얼마나 시원해지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는 도저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왜 개선장군이 그를 적대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개선장군이 대체 무슨 언어로 대화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는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였다. 그레고리우스 장군은 알렉세이 미카일로프의 표정을 보고서는 방아쇠를 당기고 싶다는 강한 욕망을 느꼈다. 장군이라는 직함은 말 한마디로 수십 수백 수천의 사람을 죽이거나 살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힘은 그레고리우스 장군에게 한명의 죽음을 너무도 미천하게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이곳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만약 이곳에서 그레고리우스 장군이 방아쇠를 당긴다면 그는 은퇴 후 정치인이 되고자하는 그의 꿈을 접어야 할 것이 분명했다. 만약 이자리에서 이 서커스단 두목놈을 죽인다면 훗날 그레고리우스 장군의 정적들이 그것을 물고 늘어질 것이 뻔했다. 그레고리우스 장군은 하는 수 없이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를 대전 바닥에 내던졌다. 그레고리우스 장군은 그 후 알렉세이 미카일로프에게 어서 꺼지라고 한마디 내뱉으려 했다. 하지만 그레고리우스 장군의 속에서 울컥 솟아오른 분노는 그의 팔을 조종해 권총을 천장의 돔에다가 발사하도록 만들었다. 권총의 굉음이 대전을 울렸고 알렉세이 미카일로프의 신도들은 그 소리에 혼비백산했다. 그레고리우스는 혼백이 빠져나갈정도로 놀란 알렉세이 미카일로프에게 짧게 한마디 내뱉었다.


"꺼져."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는 그 짧은 한마디를 절실하게 이해한 후 의문에 가득찬채 대전으로부터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극렬주의자 대표 아도니스가 알렉세이 미카일로프의 왼팔을 붙잡았다. 혼비백산한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는 도망치려 발버둥쳤지만, 아도니스는 부드럽게 그를 포옹한 후 등을 두들김으로서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를 진정시켰다. 그레고리우스 장군은 짧게 물었다.


"지금 뭐하는 것입니까?"


아도니스는 불결한 종자를 바라본다는 눈초리로 그레고리우스 장군을 쏘아본 후 분노에 찬 목소리로 되물었다.


"지금 장군이야말로 뭐하는 것입니까? 이분들은 과거로부터 온 저희의 위대한 조상님들입니다. 이분들의 존재가 하느님의 의지이며 오롯 된 기적일지언대 어찌 신성을 모욕하시는 것입니까?"


그레고리우스 장군은 기도 차지 않았다. 그는 극렬주의자들이 이정도로 종교에 미친 광신도인줄 처음 알았다. 그는 광신도와 더 대화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그가 대려온 보병들에게 명령했다.


"대표 아도니스로부터 정중하게 서커스단 두목을 인도받고 도시 밖으로 추방시키도록. 그리고 우리의 군종사제는 대체 어디서 술처먹고 노닥이는 것인지 파악하고 이곳으로 당장 대려오도록."


하지만 보병들은 그레고리우스 장군의 명령을 듣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무릎을 꿇은채 계속 기적의 경이를 만끽했다. 그레고리우스 장군은 이마를 짧게 찌푸린다음 권총을 든채 아도니스에게 속보로 다가갔다. 그러자 아도니스의 극렬주의자들이 등에 맨 소총을 꺼내 그레고리우스 장군을 겨냥했다. 그레고리우스 장군은 미칠듯한 분노에 가득차 제자리에 멈춰섰다.


"지금 저를 위협하는 것입니까?"


아도니스는 대답했다.


"장군께서 먼저 정교회를 모욕, 위협하지 않으셨습니까? 권총의 탄창을 비우고 허리춤에 다시 곱게 끼워넣으시기를 권고드리는 바입니다."


그레고리우스 장군은 위협받는 것을 즐기는 남자가 아니였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기에 그레고리우스 장군은 권총을 바닥에 거칠게 내던졌다. 그레고리우스 장군은 성 소피아 대성당의 대전을 나서며 아도니스에게 말했다.


"언젠가 이 일을 후회할꺼다 이 애미없는 광신도놈아."


아도니스는 왼눈쌀을 잠시 찌푸리며 '흥'하는 소리를 냈다. 그레고리우스 장군은 밖으로 나가던 도중 마침 대전에 들어온 군종사제와 이반 페트로포츠키를 발견했다. 그레고리우스 장군은 차갑게 식은 표정으로 군종사제에게 말했다.


"미사는 끝났다. 따라와."


군종사제는 불안한 표정으로 그레고리우스 장군을 따라갔다. 이반 페트로포츠키는 자신이 미사를 놓칠 정도로 늦게 왔었나하는 생각에 손목시계를 바라봤다. 손목시계를 보니 아직 미사가 끝날 시간은 아니였다. 이반 페트로포츠키는 주변을 둘러본 후 아도니스에게 물었다.


"미사가 정말 끝났습니까?"


아도니스는 알렉세이 미카일로프의 등을 두들기며 말했다.


"미사가 끝나긴, 이제 막 시작할 참이였는대. 이분께서 미사를 집전할 것이네."


그 후 아도니스는 중세 그리스어로 떠듬거리며 알렉세이 미카일로프에게 말했다.


"신부님, 저희 미천한 후손을 위해 미사를 집전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알렉세이 미카일로프는 많은 질문들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질문들을 미사가 끝날 때까지 미루기로 결정했다.


"정교회 형제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인들 못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