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22 22:56

카타클리즘 호우가 7살일 때였다. 은하해적단이 그가 살던 행성을 습격했다. 하늘에서는 말 그대로 불의 비가 내렸고 사람들은 너무도 허무하게 죽어나갔다. 카타클리즘 호우는 그 습격으로부터 기적적으로 살아날 수 있었지만 그의 주변인들은 단 한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그의 부모님, 동생, 이웃들, 친척들, 모두다. 어린 카타클리즘 호우는 죽음이라는 개념을 알지 못했고 어째서 앞으로는 그들과 만날 수 없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스스로도 언젠가 죽어버린 그의 주변인들처럼 모두로부터 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할 뿐이였다.


그 공포는 카타클리즘 호우가 죽음의 개념을 이해하게 되면서 점점 더 현실에 가깝게 변해갔다. 단순히 모두로부터 사라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더 이상 생각하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조차 생각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되었다. 그 공포는 카타클리즘 호우를 평생동안 쫓아왔다. 


카타클리즘 호우는 결국 공포에 굴복해 불노불사를 미친듯이 연구하게 됬다. 그는 죽고싶지 않았다. 영원히 입에 똥을 물고 있어야한다 해도 그는 살 수 있다면 살고 싶었다. 그는 죽고싶지 않았다.


하지만 불노불사의 연구는 모두로부터 배척받을 뿐이였다. 과학이 발전하며 당연스럽게도 불노불사또한 활발히 연구 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연구하면 연구할수록 생명은 이해불가의 기적적 존재로서 다가왔고 연구가 중단되며 불노불사는 학계의 흑역사로 남게 되었다. 스폰서들은 카타클리즘 호우가 사기꾼이라 생각했기에 돈을 지원해주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카타클리즘 호우가 미친자라 생각했기에 연구를 도와주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카타클리즘 호우가 불노불사에 집착하게 된 이후, 그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죽음을 맞이했다. 카타클리즘 호우에게 더 이상 돌아갈 길은 남아있지 않았다.


50년간의 연구 끝에 카타클리즘 호우는 80대에 접어들었다. 그제서야 그는 마침내 불노불사의 비밀에 접근하게 되었다. 멀리 은하의 외곽에 위치한 이름없는 바위행성에 불노불사의 사회가 있다는 소문을 들은 것이였다. 그는 노구를 이끌고 기약없는 여행을 떠났고 30년 후 110대에 그 행성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 행성에는 은하 외곽임을 믿기 힘들 정도로 눈부신 문명이 건설 되 있었다. 태양은 거대한 구체로 감싸져 조금의 빛도 내보이지 않았지만, 그로 인해 발생 된 막대한 양의 에너지는 행성으로 전송 되 극도로 효율적인 방식을 통해 골고루 분배되었다. 사람들은 일하지 않아도 마음껏 문명의 이기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었고 만약 소문대로 그들이 영생을 사는 것이 맞다면, 그들은 영원한 인생을 언제나 즐기며 살아가고 있는 셈이였다.


카타클리즘 호우는 그곳에서 베쓰라는 이름의 친구를 한명 사귀게 되었다. 베쓰는 말하길 총 812년을 살아왔다고 했다. 그의 부모는 1526년을 살아왔고 그의 자식은 261년을 살아왔다. 카타클리즘 호우는 베쓰에게 영생의 비법을 물어봤다. 하지만 베쓰는 영생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기에 헛수고일 뿐이였다. 언제나 영생을 살아왔기 때문에 영생의 개념조차 잊은 것이였다. 카타클리즘 호우는 하는 수 없이 일단 사회 속에서 살아가며 영생의 방법을 직접 알아보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날이였다. 카타클리즘 호우는 베쓰가 새로 살아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처음 들었을 때 그는 그것이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대충 파악한 결과 다시 젊어졌다는 뜻인 것 같았다. 카타클리즘 호우는 마침내 영생의 비법을 알아냈다는 생각에 기뻐 베쓰를 찾아갔다.


카타클리즘 호우는 베쓰를 그의 집으로 갔다. 하지만 베쓰의 집에는 베쓰는 없고 왠 처음 보는 청년이 있을 뿐이였다. 카타클리즘 호우는 물었다.


"베쓰가 새로 살아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습니다. 베쓰는 어딨습니까?"


청년은 답했다.


"누구신지요?"


카타클리즘 호우는 자신이 베쓰의 친구임을 설명해주었다. 그러자 청년이 말했다.


"저의 친구셨나보군요. 제가 베쓰입니다."


카타클리즘 호우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청년은 베쓰의 어떤 점과도 닮지 않았기 때문이였다. 베쓰와 청년은 말투가 달랐고, 습관이 달랐고, 행동거지가 달랐고, 분위기가 달랐다. 자식수준의 다른 정도가 아니라 아예 다른 사람으로 보일정도로 달라보였다. 베쓰는 카타클리즘 호우가 외지인이라 그것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설명을 해주었다.


"한 인간의 정체성은 이름을 통해 계승됩니다. 이름을 받지 못한 자들은 아직 인간이 되지 못한 자들이고, 이름을 받음과 동시에 저희는 그 이름의 정체성을 받아 그 이름의 사람이 됩니다. 보통은 전 이름 소유자가 죽음과 동시에 이름이 자유로워질시 이름없는 자들중 한명에게 그 이름이 돌아가게 되어 있지만, 가끔 자신의 현재 육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자들은 육체를 변경하곤 합니다. 제 몸이 마음에 들은 과거의 저는 저를 베쓰라 하였고 그렇게 저는 새로 살아 돌아오게 됬습니다."


카타클리즘 호우는 두려움을 느꼈다. 그 모든 것은 그가 알아온 모든 상식에 어긋난 것이었고 그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때 구 베쓰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다는 사실이 퍼뜩 떠오른 카타클리즘 호우는 다시 물었다.


"그럼 그 옛날 베쓰는 지금 어딨습니까?"


새로운 베쓰는 그 모든 것이 별 대수가 아니라는듯 무덤덤하게 답해주었다.


"육체를 변경한 후 옛날 육체는 기능이 정지 되 보통 수경농장을 위한 액체비료 제작실로 향해지게 됩니다. 아마 지금쯤 거기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