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9/10 13:51

외계인이란 고대부터 진정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아온 존재들이다. 무한히 어둡고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우주. 그 너머에 있을 미지의 존재들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인간이 여전히 지구에서 살아갈 때 시작 된 외계인 이야기가 수백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끈질기게 살아남아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 외계인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을 증명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 이 짧은 책자를 쓰고 있는 본인의 이름은 알리엔니스 노트힝스라고 한다. 아마 이 책자를 읽는 여러분중 대부분은 나의 이름을 은하급 초장파 라디오나 은하신문에서 자주 봤을 것이다. 가끔은 외계인 극단주의자로, 가끔은 외계학 선구자로, 가끔은 외계학 전문가로. 나는 스스로를 그 셋중 무엇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 스스로를 그저 삶의 가치를 찾는 자라고 생각한다.


알 사람은 알겠지만, 나의 외계인 탐사기는 전혀 장밋빛 산책로가 아니였다. 여전히 외계인 이야기가 살아있긴 하지만, 인간이 어떠한 은하에서도 외계인의 흔적일 찾지 못하자 마치 종교처럼 외계학은 멍청이들의 헛소리로 취급받기 시작됬었다. 그것도 약 백여년전에.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이 옳다고 정부와 민간으로부터 확신을 주입받은 민중만큼 위험한 집단은 없다. 나는 정확히 숫자를 세보지는 않았지만, 반외계학 극단주의자로부터 약 백여번정도의 테러를 받았다. 정부는 나를 위협하지는 않았지만, 대신 쓸모있는 부분만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무시했다. 은하로부터의 증오와 경멸은 나 스스로가 가지고 있던 외계인에 대한 깊은 확신을 뿌리까지 뒤흔들어 엎었고, 그것은 차라리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경험이였다. 죽음은 육신의 종말을 얘기하지만, 자아의 혼란은 정신의 종말을 얘기하기에.


많은 자들은 묻는다. 왜 그렇게까지 고통스러운 길을 시대의 지성인 내가 끝없이 인내하며 걷는지. 나는 어떤 자가 어떤 자리에서 어떻게 그 질문을 묻든, 언제나 똑같은 대답만을 얘기해주었다. '그 길은 나에게 유일한 길이다.' 단 한명도 나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나에게 외계인의 존재에 대한 희망은 삶의 유일한 이유이며, 외계인이 없음을 믿는 것은 나에게 그저 죽음뿐이란 것을 그들은 받아들이지 못했다. 나에게는 세계의 가장 은밀한 비밀도, 가장 부유한 행성도, 가장 강력한 전함도, 그 무엇도 아무런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오로지 외계인.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모습으로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식을 통해 살아갈 그들! 오로지 그들만이 나에게 의미가 있었고, 유일한 삶의 가치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모든 고통과 수치를 인내해가며 묵묵히 이 길을 걸었다. 삶의 가치를 찾기 위해서, 나는 묵묵히 걸었다. 돈이 부족하면 시간이 날 때마다 노트에 끄적여뒀던 공식과 법칙들을 정부들에게 팔아넘기며 살아갔다. 그런 의미없는 시간동안 나를 인내하게 해주었던 것은 나의 최종 프로젝트에 흥미를 가진 은하 구석의 어느 제국이 만들어준 우주급 초공간 파장기의 존재였다. 5년전에 완성 되었던 그것은 나의 모든 지식과 열망이 담긴 결정체였다. 그것은 거리와 시간이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초공간을 넘나들며 온 은하를 빠르게 스캔해 외계인이라 할 수 있을 존재를 탐색하는 기계였다. 나의 작업이 끝난 후에는 계약대로 프로젝트를 지원해준 제국에게 소유권이 이양 될 물건이였지만, 세번의 중첩 스캔 만으로도 모든 것을 알 수 있기에 별 상관은 없었다.


그 스캔은 바로 어제 모든 작업을 끝마치고 나에게 알아낸 정보들을 보내왔다. 내가 전시대의 철학들을 파고들고 그 정수를 추출해가며 만들어낸 외계인의 정의에 부합하는 존재들이 보고서에 나타나 있었다. 어떻게 우주급의 보고서를 단 하루만에 끝내고 그것에 대해 책자까지 쓸 수 있을지 아마 지금쯤 이 책자를 읽고 있는 독자들은 궁금해할 것이다. 그렇게 빨리 끝낼 수 있었던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보고서에는 우주의 모든 것이 외계인이라고 나와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생명이 아니라 생각하는 미천한 돌조차도, 누군가가 그것을 건드리면 그것에 반응해 반대편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그 반응은 물리력으로부터 돌을 지켜준다. 그것이 그저 물리법칙에 일어난 사건이라고? 그렇다면 우리 인간들또한 그저 물리법칙에 의해 일어난 사건일 뿐이다! 우리가 배고프다는 자극을 느끼면, 우리는 그 자극을 따라 먹을 것을 찾고, 그 반응은 굶주림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준다. 돌의 경우와 무슨 차이가 있는가? 마치 우리 안에서 수많은 장기와 세포들이 끝없이 일하듯 전함의 내부에서도 인간들이 끝없이 일하고, 전함의 내부에서 쓸모없어진 사람들이 퇴역으로 사라지듯 세포들은 염기서열의 꼬리에 달린 자멸코드에 따라 사라진다. 이건 농담이지만, 사람들이 전함 밖으로 나가면 곧 진공 속에서 죽게 되듯 세포들도 몸 밖으로 나가면 영양부족에 의해 죽게 된다. 세포는 생명인가? 세포가 생명이 아니라면, 사람은 생명이 아닌가? 결국 생명이란 우리가 그저 붙이는 의미일 뿐이며, 우리가 생명의 상징이라 생각하는 자유의지와 정신조차 그저 환각속의 착각일 뿐이다. 우린 모두 죽어있으며 살아있고, 그것은 그저 허례허식일 뿐이다. 우주는 우리가 받아들이던 받아들이지 않던간에 생명으로 가득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