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19 01:31

[느끼하거등?]

“그런가? 그럼 앞으로 이렇게 부르지 말아야겠다.”

[아, 아냐! 가, 가끔은 괜찮을지도?]

“됬네요. 느끼하다며? 나중에 매운거 엄청 먹어서 속쓰림으로 고생하는 꼴 보느니 차라리 안하는게 낫겠다.”

[아냐 아냐! 느끼해도 좋으니까 가, 가끔을 해달라구!]

“정말?”

[웅! 해줘 두 번해줘!]

“두 번 하는 순간부터 가끔은 아닙니다만?”

[상관 없네요! 흥!]

키르건은 피식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어 야노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물론 홀로그램이기 때문에 쓰다듬는 시늉만 될 뿐이다. 하지만 그걸로라도 좋았다. 야노 역시 눈을 살짝 감고 그의 손길을 느끼는 듯했다.

“그건 그렇고, 이번 친목회의에서 뭐 좀 건질 것 같아?”

[음……레벤탈 제국에 대한 공동 대응 연합을 꾸릴까 해.]

“공동 대응 연합? 윽……그거 해서 제대로 된 꼴 못봤는데?”

[알어. 오히려 공동 대응 연합 같은 거 만들면 더 순식간에 운지해버린다는 것도 알어. 근데 어쩔 수가 없어. 우리 킬테일이야 주변에서 인정하는 함대 중심 생산체제지만, 다른 행성들도 다 그렇진 않잖아. 영농중심 행성들 같은 경우는 우리 엉덩이 뒤에 좀 숨어보겠다 이거지.]

“하긴 뭐 함대란 것이 나와라 뚝딱! 하면 펑! 하고 나오는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이름은 공동 대응 연합 같은건 쓰지말았으면 해. 불안하다고.”

[그것도 논의 해 봐야지 뭐. 그나저나 들었어?]

“뭘?”

[이번에 레벤탈 제국 군부에서 인사 변동이 좀 있었나봐.]

“어? 그건 아직 못 들었는데? 잠시만…….”

키르건은 재빨리 콘솔을 조작하여 보안등급을 최대한으로 올렸다. 이런저런 잡담이나 하려고 시작한 대화지만 둘의 위치가 위치다 보니까 어느새 밖으로 새어나가서는 곤란한 사안들이 올라온다. 물론 둘의 사적인 대화도 어느정도 진행되다 보면 밖으로 새어나가면 곤란한 것들이 많아지지만.

보안등급을 최대한으로 올리자 야노의 홀로그램이 지직거리며 상당한 노이즈를 풍겼다. 야노 역시 그의 홀로그램이 지직거리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는 감수해야만 했다. 야노가 말을 이었다.

[레벤탈 제국 측에서 이번에 늙은이들 좀 자르고 젊은 피 좀 수혈했나 봐. 특히 원정함대 제독에 아리펠 중장과 쿄리 소장이 동시에 라인업 됬어.]

“젠장, 아리펠이랑 쿄리냐……귀찮은 놈들로만 올라왔네. 네인다인은 어떻게 됬어?”

[네인다인 소장은 운지한 것 같아. 하긴 그놈이 갈아먹은 함대만 해도…….]

키르건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떨어진다는 뜻의 단어인 운지. 아주 먼 옛날, 한 행성의 지도자가 운지산이라는 곳에서 자유낙하 한 다음부터 높은곳에서 낮은곳으로의 급격한 변화—지위든, 재산이든 그 몸뚱이라든—를 말할 때 쓰는 녀석으로 굳어진 단어다. 그 단어를 네인다인에게 붙이자 애초에 그를 위한 단어인 듯 입에 감기는 맛이 장난이 아니다. 그러나 네인다인이 운지해버리고 아리펠과 쿄리가 사령탑에 올랐다면 귀찮아진다. 아리펠은 레벤탈에서 손꼽히는 공격적인 성향의 제독이고, 쿄리의 경우 철벽을 상대하는 기분을 들게끔 하는 방어의 귀재다. 둘이 함께한다는 것은 공수가 모두 엄청나다는 뜻이다.

[왜? 아리펠이랑 쿄리면 못 잡아?]

“그런건 아닌데, 귀찮잖아. 나 이따가 알로에에 좀 갔다와야겠어.”

[엠피오라 제독 보러가게?]

“음, 알아서 도와주겠지만 좀 협의해야지.”

[나 키르건이 엠피오라 제독한테 가는거 싫어.]

“어휴, 또 왜 그러실까? 다 같이 야노 밑에서 킬테일 행성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잖아.”

[하지만 엠피오라 제독이 나보다 예쁜데다가 가슴도 더 크잖아! 게다가 자꾸 키르건을 노리는 것 같단 말이야.]

“……하긴, 엠피오라 제독이……음……더 이상 말했다간 상관 모독죄겠다.”

키르건이 키득거리며 말했다. 7함대 제독 엠피오라 데마씨안 중장. 일찍이 군문에 들어선 그녀는 데마씨안 가문의 후광을 제외하고서라도 천재적인 능력으로 승승장구하여 스물 다섯에 소장, 서른 하나인 현재 중장까지 올라 왔다. 엠피오라와 7함대가 공격하여 빼앗지 못한 행성이 없었고, 지키지 못한 성역이 없었으며 승리하지 못한 전투가 없었다, 라는 것이 그녀에 대한 평가였다.

게다가 엠피오라는 미모 역시 출중했다. 상앗빛으로 살짝 탈색된 듯한 머리칼에 특급 화가가 그려 놓은 듯한 이목구비. 거기다가 풍만한 상체와 잘록한 허리, 매끈한 다리, 조각 같은 손가락 등, 신의 총애를 한몸에 받은 듯한 존재였다. 7함대 장병들이 엠피오라를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서 복무연장을 신청할 정도니……하지만 야노는 바스트 부분의 콤플렉스 때문에 아무래도 엠피오라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 편이었다.

[있지, 저번에 엠피오라 제독한테 어떻게 하면 가슴 커지냐고 물어봤다? 그러니까 엠피오라 제독이 내 가슴 슥 보더니 뭐라 했는지 알어?]

“……그, 글쎄?”

[한숨을 푹 내쉬더니, ‘포기하면 편해요 총수’ 라고 말했어! 아오 열받아!]

그 순간, 키르건은 야노가 너무 귀여워서 뺨이라도 살짝 꼬집고 싶었다. 평범하다기보단 빈유 측에 속하는 야노가—물론, 여성을 증명하는 굴곡은 분명히 존재했다— 가슴 큰 여자들에게 대해 얼마나 콤플렉스를 느끼고 있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야노는 지금 키르건이 자신보다 가슴 큰 여자를 만나러 간다는 것에 강렬할 질투심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아아, 알로에찡은 글래머였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