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20 16:35

굼 접음. 망함 ㅇㅇ. 한참 컨쿼하고 있었는대 우주미아 당해서 걍 소설이나 쓰기로 함 ㅇㅇ. 와 씨발 우주미아 소설 쓰고 내가 우주미아 당할줄 몰랐네.




바람이 불고 있었다. 한강대교의 가장 높은 곳에서 출렁이는 강물을 내려다보는 문득 젠은 그 바람이 자유롭다고 생각했다. 현실이란 이름의 한 종류의 억압을 중력이라는 이름의 다른 억압으로 끊으려는 자신과는 달리, 그 바람은 애초에 시달리는 억압도 없었고, 그랬기에 그 억압을 다른 억압으로 끊으려는 극단적 시도의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였다. 젠은 바람이 부러웠다.


부러움이란 놈은 참 신기한 것이, 아무것도 부러워하지 않고 있었다고 해도 무언가 하나를 부러워하기 시작하면 다른 것들로 저절로 부러워지곤 했다. 젠은 그저 죽을 생각만 하며 한강대교를 올랐지만, 문득 바람이 부러워지기 시작하자 주변에 보이는 것들이 하나하나 부러워졌고, 결국 모든 것으로부터 부러움을 느꼈다. 움직이는 차 안에서 정상적인 삶을 정상적으로 살아가는 정상적인 인간들, 화려한 차를 타며 삶을 화려하게 살아가는 화려한 인간들, 심지어는 하루 하루가 그저 지칠 뿐이기에 죽지 못해 사는 얼굴로 길거리를 터벅터벅 걸어가는 인간들도 젠은 부러워했다. 최소한 저들은 죽음이 덜한 억압으로 느껴질만큼 고통스럽진 않았기 때문이였다.


틱, 틱.


젠은 중지와 약지로 담배를 쥔채로 검지로 쳐서 다 탄 재를 떨어낸다음, 다시 한모금 빨았다. 담배는 언제나처럼 쓰고 또 썼다. 평소에는 끊지 못해 피던 놈이 죽음을 앞두고 나니 그런 쓴맛조차 갑자기 달콤하게 느껴졌다. 사람은 죽음을 앞두면 한없이 약해지는 존재인가 보다. 젠은 자신의 나약함에 담배 맛처럼 쓰디 쓴 웃음을 지었다.


문득 젠은 그렇게 가만히 생각하다 한가지 사실을 불연듯 깨달았다. 바로 지금 이곳에서 뛰어내리지 않는다면, 자신은 어디서도 영원히 뛰어내리지 못할 것이라는 깨달음이였다. 그래도 죽는 것보다는 사는 것이 낫다, 죽지 않고 살다보면 언젠가는 빛볼날이 온다, 이 모든 고통은 언젠가는 끝난다, 그외 기타 등등의 살면서 들었던 희망적인 말들이 그의 무덤덤한 의지를 갉아먹었기 때문이였다. 이대로 계속된다면 모든 억압을 비록 중력이란 이름의 다른 억압으로나마 끊을 기회를 상실당하게 되리라.


툭.


젠은 필터까지 다 탄 담배를 아래로 떨어트렸다. 한번 봐보니 그 담배는 점으로 보일 때까지 아래로 내려가다, 얼마나 이곳으로부터 바닥이 까마득한 높이인지를 보여주며 사라졌다. 그것을 보니 젠은 죽음이 너무도 두려워졌다. 저 높이를 자신이 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온몸이 바늘로 관통당하는듯한 공포감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젠은 그 공포감이 왜 느껴졌는지 곧 깨달을 수 있었다. 그 공포감은 젠이 억압에 더 이상 시달리기 싫다는 어리광을 죽고 싶다는 욕망으로 착각했었기에 느껴진 공포감이였다. 그 사실을 깨닫자 젠은 그 공포감이 친숙하다 생각했다.  아마 세상에 지치고 지쳐 목욕탕에 가만히 누워있다 서늘하기 그지없는 면도날을 손목 위에서 긁으려 가져다 댈 때마다 그 공포감이 그를 저지했었기 때문이리라.


그냥 아래로 내려가서 다시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무렵, 젠의 깊은 속에서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느끼지 못했던 강한 분노가 갑자기 끓어올랐다. 그 분노는 젠의 온몸을 지옥의 가장 은밀한 화염처럼 불태웠다. 그 분노는 젠에게 너는 죽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겁쟁이일 뿐이라고 속삭였다. 그 속삭임이 말해준 현실이 젠을 공포에 질리게 하자, 그 후에는 젠에게 그저 눈 딱 감고 아래로 뛰어내리면 잠시 후 모든 억압의 고통이 사라질 것이라고 유혹했다. 공포에 질려서였는지, 아니면 그가 간단한 사실도 모르던 바보였기 때문인지, 그 유혹은 젠을 너무도 달콤하게 사로잡았다. 그저 눈 딱 감고 아래로 뛰어내리기만 하면 모든 억압의 고통이 사라진다니! 그 얼마나 하기 쉽고, 보상은 달콤한 일인가!


젠은 마침내 마음을 부여잡았다. 젠은 어차피 사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일은 있을 수 없으니, 죽으면 오히려 살 때보다 덜 고통스러워진다고 스스로 주문을 외듯 중얼거린 후 아래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여전히 부는 자유로운 바람에게 아쉬운 인사를 느리게 한 다음, 눈을 감고 몸을 아래로 기울였다. 그러자 중력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억압이 그를 포로로 사로잡아 끝없는 아래로 끌어당겼다. 그렇게 새로운 억압의 포로가 되어, 자신을 해방시켜줄 한강의 수면이 엄청난 속도로 다가워지는 것을 본 젠은 묘한 희열의 웃음을 지었다. 드디어 이 모든 고통이 끝을 맞이하는 것이였다.


그리고 젠은 그렇게 한강에 빠른 속도로 처박혔다. 강한 물보라가 잠시 일었지만, 그 물보라는 마치 젠이란 인간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는듯 빠르게 사라졌고, 다시 몇분 전처럼 유유히 자유로운 바다로 흘러갔다. 그렇게 젠이란 인간이 가라앉은 수면 위에, 자유로운 바람에 날려온 한 광고지가 떨어졌다. 그 광고지에는 한 아름다운 여자가 생명이 흘러넘치는듯한 자세로 이리 말하고 있었다.


"....여러분을 천년 후로 보내드립니다."


그것은 (주)천년기업의 광고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