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28 22:28

키르건이 중얼거렸다. 그의 오른쪽 가슴에 달린 키르건 아이오니안이라는 그의 이름이 새겨진 명찰이 조명을 받아 반짝거린다.

키르건 아이오니안. 킬테일 행성 3대 무가—아이오니안, 데마씨안, 녹서시안—중 아이오니안 가문 출신으로서 어릴적부터 전략전술 및 지휘와 통솔에 큰 두각을 나타내었다—는 후세 사람들의 위인전에나 나을 문구고, 실제로는 야노 킬테일과 붙어다니느라 전략전술이나 뭐니 하는 걸 해 볼 기회가 없었다. 애초에 야노가 놓아주질 않았던 것이다. 그 뒤, 3대 무가라면 당연히 들어간다는 킬테일 행성 사관학교에 가문 역사상 최하 성적으로 겨겨우 입학 한 다음—키르건의 아버지 베이가 아이오니안은 키르건을 호적에서 파내려 들었다— 함대 지휘와 통솔 과목에서 데마씨안 가의 유망주 가렌을 간단하게 꺽어 버림으로서 일약 주목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그 뒤로는 학업에 나름 신경을 써서 어찌어찌 졸업은 한 다음—함대 지휘와 통솔 과목과 함대 전략, 함대 전술 3개 과목에선 전교 탑을 차지했지만 다른 과목의 평점이 운지해버린 관계로—1함대에 배속 되었다. 아이오니안 가문 출신이라는 빽 덕택에 초고속 승진. 스물 일곱에 중령을 달아버렸다. 동시에 세르네오 녹서시안 제독의 부관으로 들어갔다.

그 해, 키르건의 인생에 일대 전환점이라 할 만한 사건이 일어났다.

레벤탈 제국의 기습. 400대가 넘는 순양함과 구축함이 한 번에 밀려들어 킬테일 상공을 감쌌고, 세르네오 녹서시안 제독은 그만 멘탈이 붕괴되고 말았다. 키르건은 멘붕상태의 세르네오 제독을 대신해 직접 함대지휘에 나섰고, 초계작전 중인 1함대의 전력을 끌어모음과 동시에 공격받는 200대의 전함을 이용해 레벤탈 제국군에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키르건은 전함들을 천천히 후퇴시키며 초승달 모양으로 레벤탈 제국의 함대를 감싸기 시작했고, 초계작전중이던 1함대 소속 전함과 순양함, 구축함들이 돌아오는 족족 달의 끝자락에 배치하며 거대한 포위망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레벤탈 제국군이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은 오직 키르건이 진퇴의 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춰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결국 포위망을 완성한 1함대는 레벤탈 제국의 함대를 완전히 붕괴시켜—조준하지 않고 대충 쏴도 상대방의 우주선이 격침되었다고들 한다—버렸다. 순양함과 구축함이라는, 전함 이하의 클래스이긴 하지만 400대가 넘는 병력으로 200대 밖에 안 되는 전함에게 무참히 박살나 버린 사건은 주변 성계에 큰 충격을 주었고, 레벤탈 제국은 한동안 전력의 복구에만 전념해야만 했다.

그리고 키르건은 멘붕해버린 세르네오 제독 대신 제 1함대의 제독으로 임명되었다. 스물 여섯에 제독. 야노와의 관계는 어느덧 공론화 된 탓에 다들 낙하산이 아니냐고 수군거렸지만 그 뒤 2년간 주변 행성들과의 전쟁에서 전부 승리해버린 탓에 다들 그의 능력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올해 나이 스물 여덟. 비록 별 두 개에서 더 이상의 진급은 없었지만 그래도 자신의 자리에 꽤나 만족하는 키르건이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별 두 개짜리 견장이 달린 애드미럴 코트를 걸쳐들었다. 그리고는 약간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로 회의실로 향했다.

회의실에 도착하니 아직 아무도 없었다. 함교를 떠나기 직전, 전함 알록시아의 함장 시아 웰거런 중령이 볼텍스에 도착했다는 알림은 들었지만 아직 도착하지 않은 듯했다. 키르건은 벨을 눌러 당번병에게 진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타오도록 한 다음 주머니에서 담배를 찾아 물었다. 불을 붙이고 한껏 빨아당긴다.

“후우우.”

희한하게 1함대는 여성 함장의 비율이 높았고—희한하게도 남성 함장이 있던 함선의 격침율이 월등하게도 높았다. 이는 남성 함장들이 1함대를 기피하는 요인 중 하나가 되었다—그 중에는 애연가보다 혐연가의 비중이 상당했다. 비록 제독의 위치에 있지만 사선을 넘어온 그녀들 앞에서 담배를 뻐끔뻐끔 펴대기는 그랬기에 키르건은 재빨리 한 대를 다 피우고 한 대 더 연달아 불을 붙였다. 냄새따위는 상관 없었다. 이따 환기나 한 번 시키면 될 일이니.

키르건이 두 번째 담배를 다 태우고 당번병이 가져다 준 커피를 반쯤 마셨을 때, 시아 웰거런이 회의실로 들어왔다. 키르건을 보자마자 절도있는 경례를 올리는 시아. 키르건은 고개를 슬쩍 끄덕여 그녀의 경례를 받아주었다.

“1등이군.”

“그렇습니다.”

“한 10분 남았나?”

“그렇습니다.”

올해로 서른 둘이라는 시아 웰거런은 나이에 비해 상당히 동안이었다. 함대 내에서는 그녀의 나이가 스물 대여섯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던 것이다. 키르건은 당번병을 불러 시아에게 커피를 한 잔 가져다 주도록 했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었더라……

“설탕이랑 크림 넣지말고 가져와.”

“알겠습니다, 함장님!”

……순수파였군. 키르건은 중얼거리며 슬쩍 밑의 환기 시스템을 가동시켰다. 산뜻한 느낌과 함께 안의 공기가 변하는 것이 느껴진다.

“담배 피우셨습니까?”

“……네에.”

“흡연장소가 있을텐데요?”

“그, 그렇지.”

“거기서 피워야 하는게 맞지 않을까요?”

“……거기서 피우지.”

마치 엄한 누나를 보는 느낌이다—시아 웰거런에 대한 키르건의 감상이었다.

잠시 후 참모진들이 모두 들어왔다. 알록시아 함장이자 제 1 돌격대대장 시아 웰거런 중령. 데오드란트 함장이자 좌익을 담당하는 니베아 루르시아 중령. 브리아레오스의 함장을 맡고 있으며 함대의 우익을 맡고 있는 시우 메테르니히 중령. 부제독 카니아 자라드 준장, 제 1함대 강습해병 사령관 믹 몬타나 준장 등이었다.

“다들 모였나?”

키르건은 살짝 멍한 눈으로 말했다. 여기서 니베아 루르시아를 빼면 전부 자신보다 연상이지만 군대란 곳은 모름지기 계급이 깡패다. 다들 계급이 있다보니 큰 목소리로 대답하고 그런 일은 없었지만 키르건은 출석이 완료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좋아. 그럼 다들 이 전문은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못 받은 사람 있나? 있으면 부끄러워하지 말고 손 들어도 된다. 읽을 시간정도는 줄 테니까……자라드 준장. 후까시 주지 말도록. 어쨌든 다 읽은 모양이로군. 그럼 알다시피 다음 주에 우리의……아니 나의 야노 킬테일 행성 총수께서 결혼 상대를 찾는다는 명목으로 주변 행성 지도자들과 친목질을 좀 하신덴다. 나로선 아주 열받는 일이지만……그 틈을 노리는 자들이 있을 테니 행성 경계를 철통같이 해야 할 것이야.”

키르건은 주위를 잠시 돌아보았다. 뭐, 자신과 야노의 관계를 모른다면 간첩으로 잡혀가서 고문을 당해도 할 말이 없는 곳이 바로 1함대다. 야노와의 애정을 슬쩍슬쩍 내비쳐도 스캔들 따윈 날 일이 없다. 애초에 스캔들은 진행중인 것이다.

“일단 2, 3, 5, 7함대가 기본적으로 행성 경계를 맡고 우리 1함대는 항시 기동하여 혹여나 있을 불상사에 대비한다는 것이 이번 작전의 골자라 할 수 있는데……자, 그럼 중요한 것은 이거지. 누가, 언제 쳐들어 올까 하는 것이다.”














개길게 쓴거같은데 개짧다 ㅠㅠ



애초에 스토리라인이 안잡혀있다보니까 좀 산으로가는느낌이 생겨서 어제 스토리라인좀 잡느라고 못올렸긔 미안하긔 ㅠㅠ



근데 처음에는 한 다섯편안에 끝낼생각이었는데 스토리라인 다잡고나니까 다섯편으로는 때려죽여도 못끝내겠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