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8/27 03:11

인류의 역사를 본다면 본토로부터 크게 단절 된 식민지는 언제나 본토로부터 버림받은 급진주의적 사상들의 메카가 되곤 했다. 런던이나 비엔나에서는 감히 있을 수도 없는 공화주의자나 무정부주의자의 연설이 보스턴에서는 길거리마다 보였다. 카페란 카페에는 온갖 종류의 돈없는 대학생들이 모여 커피 한잔 시켜놓고 시간가는줄도 모른채 국가와 민족의 미래에 대해 토론했다. 중앙정부의 통제력이 미치지 않는 식민지는 자연스레 중앙정부의 억압으로부터 벗어나 사상적 자유를 얻게 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본토에서는 살 수 없는 급진주의적 사상가들이 자연스레 식민지로 망명을 떠나 그곳에서 그들의 사상을 자유롭게 퍼트리기 때문인 것이 가장 크다. 결국 그런 식민지들은 자유를 얻어내 보통선거제의 자유주의 공화국이 됬다. 사상의 성장을 따라잡지 못한 우민들을 조종해 한 사람이 독재권력을 차지하는 대통령 독재제도 일부 존재했지만 자유주의 공화당 세력과 민주화를 놓고 끊임없이 치열한 접전을 벌여야만 했다.


식민제국들의 제국주의가 정점에 달한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는 어느새 지나갔고 20세기는 끝나 21세기라는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됬다. 이제 지구에는 더 이상 인간이 개척할 곳이 남아있지 않다. 바다는 이미 경제성 논란만이 남았을 뿐 경제성이 해결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사람이 들어가 바다를 빼곡히 매울 수 있다. 지구에서 인간이 살 수 있는 곳이면 어디나 인간이 정착해 자리잡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숫자는 이제 70억을 향해 숨막히는 경주를 벌이고 있다. 그렇다면 70억으로의 경주가 끝나면 이 인구폭증은 과연 정지할까? 사람의 성욕과 번식욕은 그리 만만히 볼 놈이 아니다. 국제연합인구기금(United Nations Population Fund)의 연구에 의하면 2025년도에 인구 70억은 80억으로, 2083년도에는 90억을 거쳐 100억까지 증가할 것이다. 지구가 그만한 숫자를 감당할 수 있냐고 누군가는 물을 것이다. 100억명이나 이 땅에서 먹고 살 수 있냐고. 나는 이리 답하겠다.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나?


역사책을 보면 이런 상황을 지금까지 인류는 여러번 겪어왔다. 애초에 아프리카에서만 찾아볼 수 있었던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지구 전역으로 퍼져나가는 대이주를 시작했던 이유부터가 증가하는 인구압과 종족을 위협하는 식량위기였다. 아일랜드 사람들의 1/4이 북아메리카로의 위험찬 이주를 떠나갔던 이유도 감자역병을 통한 식량위기였고 15세기 후반 신대륙이 발견된 후 유럽의 백인들이 신대륙으로의 대이주를 떠나갔던 이유는 증가하는 인구압과 높은 실직률 때문이였다. 역사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인류는 증가하는 인구압을 신천지로의 이주로서 해결해왔다. 하지만 이제 지구에는 더 이상 개척할 신천지가 남아있지 않지 않은가? 갑자기 대서양 한복판에 전설속의 아틀란티스가 뿌뿜하고 떠오르지 않는 이상 지구는 이미 포화상태가 아닌가? 맞는 말이다. '지구에는' 더 이상 개척할 신천지가 남아있지 않다. 


마스 원(Mars One) 프로젝트는 네덜란드에서 최초로 시작됬고 목표는 2023년까지 화성에 영구적인 인간정착촌을 건설하는 것이다. 그 프로젝트 자체는 재정부족과 기술적 문제점 때문에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비현실적인 프로젝트다. 성공한다해도 한번에 수십명씩 옮겨가는 것 가지고 수십억은 빼내야 해결될 수 있는 인구문제를 해결할리 만무하다. 다만 이 프로젝트는 존재자체만으로서 인간의 미지에 대한 갈망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나타낸다. 그리고 인류의 역사를 본다면 이 갈망이 결국에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낸 사례가 있다.


왠지 말이 이상한 곳으로 빠져나가는 것 같지만, 파라오들이 피라미드 짓으며 나일강에서 살아가던 시절부터 바이킹들이 우가우가거리며 바다를 누비던 시절까지, 유럽 무역의 핵심은 인도양 무역로에 있었다. 유럽과 중동의 상인들은 인도로부터 온갖 진귀한 보물들을 갖고 와 유럽에서 팔았고 그것을 통해 거대한 부를 얻었다. 이 무역로는 인도 연안을 타고 올라가 페르시아만을 거쳐 바그다드로 가는 페르시아 무역로와 아덴만을 거쳐 알렉산드리아로 가는 이집트 무역로로 나뉘었는대, 본질적으로 이 두개의 무역로는 같은 무역로의 길을 약간씩 바꾼 것에 불과했다. 물론 사람들은 이론적으로 보자면 아프리카 해안가를 따라 이동하는 새로운 무역로가 존재할 수 있음을 알았지만 모두 그것이 불가능하다 생각했다. 아프리카는 중국과 인도와 유럽대륙과 미국을 모두 합친 것 만큼이나 크다. 반면 대다수의 지역에는 도시라 할 것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고 그런 지역에는 당연스럽게도 구석기시대 수렵문명을 유지하고있는 원주민들만이 살아가고 있었다. 물론 그런 아프리카에도 말리, 송가이, 스와힐리 등등은 존재했지만 본질적으로 아프리카를 한바퀴 돌아서 인도와 무역한다는 것은 아주 경제성 없는 헛소리였다. 얼마나 헛소리냐면 달과 화성에 인간 정착지를 건설한다는 소리만큼이나 헛소리다.


하지만 포르투칼은 그것을 아주 진지하게 받아들여 대양에서의 원양무역에 대비한 갈레온들을 건설했고 선원들과 선장들을 육성했고 아프리카 연안가에 보급과 무역을 위한 소규모 기지들을 다수 건설해 결국 희망봉을 지나 아덴만까지 간 후 인도양에 입성해 앞으로 수백년동안 서구열강들과 동부열강들의 잇권타툼이 일어날 아프리카 인도양 무역로를 최초로 개척해냈다. 경제성이 없고 가능성도 없어보이던 미친 계획이 성공한 것이다.


이 사례는 과연 무엇을 상징할까? 이 사례는 경제성이 있을 수도 있어 보이지만 당장은 완전히 불가능해보이는 것도 인류가 끈기있게 물고 늘어진다면 결국 누군가는 경제성이 없는 일을 경제성이 있게 만든다는 기적적인 진리를 상징한다. 그렇다, 인류의 온 역사속에서 인류는 잇권이 걸린 일이라면 절대 그냥 포기하지 않았다. 인류는 잇권이 보인다면 경제성이 있든 없든 무조건적인 집념으로 물고 늘어져 경제성이 없는 일도 있게 만들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세계의 강대국들은 우주사업이 정치적 의미를 상실했음에도 불구하고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그들은 우주에 걸려있는 수많은 군사적, 경제적 잇권들을 매우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당장 그것들은 경제성이 없어보이고 실현가능성이 전무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언제까지나 그 잇권들에 경제성이 없지는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 


어느 순간이 됬든 결국 언젠가 인류는 분명 달과 화성에 인간정착촌을 건설할 것이다. 그것들은 단순히 자원보급을 위한 전진기지일 수도 있고, 아니면 인구압 해결을 위한 대규모 이주계획일 수도 있다. 무엇이 됬든 인간은 언젠가 우주로 나아갈 것이다. 정착촌은 세월이 흐르며 기술적 진보와 함께 식민지로 자라날 것이고, 손으로 거주민들을 셀 수 있을만큼 소규모였을 식민지는 세월과 함께 도시로 성장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미래의 식민지, 제2의 보스턴에서는 과연 어떤 급진적인 사상들이 얘기될까? 과거보다 훨씬 자유로워진 사회마저 용납하지 못해 식민지에서나 꽃을 피울 수 있을 사상은 과연 무엇이 있을까? 공산주의? 말도 안 된다. 자본주의? 더 말도 안 된다. 민주주의? 더욱 더 말이 안 된다. 일본에서 덴노 찬양자들이 욕먹은 채 쫓겨난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나는 이 미래의 식민지에서 꽃필 사상은 인공주의 독재라고 생각한다. 고도로 발달 된 인공지능이 하나의 독자적인 인격체로서 인간 의원들과 함께 의회를 구성한 후 인간 의원들이 가질 정치적 야망이나 개인적인 욕망은 완전히 배제된 채 전체를 위한 정책만을 내놓는 세상을 상상해봐라. 인류는 스스로의 국가를 지배하기에 너무나도 무력하고 너무나도 나약하다. 인간이라면 가질 수 밖에 없는 수많은 결점들은 지금까지 수없이 인류를 병들게 만들어왔고 미래라고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기술의 발전이 그것을 바꾸지 않을 것이냐고? 되묻겠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수많은 사상적, 기술적 격변에도 불구하고 과연 인간의 본질이 바뀌어졌는가? 인간의 본질은 수천년전이나 지금이나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어두운 곳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범죄와 수많은 부조리가 그것들을 증명한다. 오로지 인간사회와 발달 된 사상들이 그런 인간의 본질을 억누를 뿐, 더 이상 본질을 억누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된다면 인류는 본질을 억누르지 않는다. 인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전쟁을 끊임없이 벌이고 있다. 식민제국들의 시대에는 수많은 훌륭한 신사들이 미개한 원주민들을 학살하고 착취하고 핍박했다.


그래서 인간이 불완전하게 태어나고 자라난다해서 계속 그런 불완전한 인간에게 국가를 이끌도록 놓아둬야하는가? 체르노빌 사태, 후쿠시마 사태, 둘다 결국 불완전한 인간의 부조리가 극에 달한 사태들이다. 후쿠시마 사태를 봐라. 수많은 시민들이 방사능에 노출되었건만 정부라는 자들은 자기 자리 지키기에 급급하다 2년이 넘게 지난 지금에 와서야 자신들의 능력부족을 시인하고 있다. 애초에 그 사태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안일함이 없었다면 일어나지조차 않았을 것이다. 봐라! 인간이 스스로를 지배함으로서 생기는 수많은 문제가 얼마나 많고 그 문제들이 얼마나 절대다수를 고통스럽게하는지의 증거는 온 세상에 널려있다! 역사책만 펼쳐봐도 나온다! 


그렇다면 과연 인간수준의 인공지능이 가능할 것인가? 가능하다. 양자컴퓨터는 이미 개발되어서 상품으로까지 나왔고 다수의 기술적 문제들이 미래에 해결된다면 그야말로 현대의 어느 컴퓨터도 도달하지 못한 영역까지 도달할 수 있다. 미래에는 분명 인간수준의 인공지능이 가능해진다. 그 인공지능들은 인간의 지능과 천재성과 기발함은 가지고 있지만 인간의 부조리함과 폭력성과 파괴욕구는 가지지 못했다. 그들은 불확실한 정보만 믿고 무모한 계획을 추진하지도 않을 것이고, 당연하지만 전쟁은 벌이지 않을 것이며, 말도 안 되는 정책을 추진하지도 않을 것이다. 어떻게 확신할 수 있냐고? 인간이 그 인공지능을 만들 것이 분명하고 인간은 싸구려 SF소설처럼 기계들이 자기들을 멸망시키도록 놓아둘만큼 준비성없고 무모하며 바보같은 종족이 아니기 때문에 확신한다.


그럼 새로운 문제가 대두된다. 그 인공지능들은 안전할까? 그것은 의회의 절반만을 인공지능으로 채우고 나머지 절반은 인간으로 채우면 된다. 의회의 의사결정은 인간과 인공지능 두 세력간의 토론으로서 이루어질 것이고 모든 토론은 모든 민중에게 공개 돼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자신만의 평을 내릴 수 있다. 그들은 원하면 탄핵을 벌여 인공지능 수정의 요구를 할 수도 있고, 인간 의원들의 부적절한 탄핵을 거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을 지배할 것이지만, 그 인공지능은 다시 민중이 지배할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단순히 나의 생각일 뿐이다. 이것들은 단순한 몽상일지도 모르고 말도 안되는 소리일 수도 있다. 아이작 클라크는 현대문명의 대다수를 상상해냈지만 나는 절대 아이작 클라크가 아니다. 다만 나는 인간의 진보에 대한 무한한 욕구와 천재성을 믿고, 우리 종족의 능력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생각해낸 것이 인간진보의 다음단계라고 믿는다.